소상공인연합회는 12일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최저임금 차등화 방안이 무산된 것을 인정할 수 없으며 구체적 행동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승환 기자]

◆ 최저임금 대란 ◆

중견기업을 다니다 퇴사하고 2016년 서울에서 편의점을 시작한 임 모씨(37)는 지난달 1일자로 운영하던 편의점 두 곳 중 한 곳을 접었다. 밤 10시부터 다음날 새벽 6시까지 아르바이트생 1명을 고용해 근근이 운영했지만, 올해 1월부터는 최저임금이 오른 터라 더 버틸 수가 없었다. 지난 1~2월에는 인건비와 한 달 임차료 130만원을 제하고 임씨 수중에 남는 돈이 80만원뿐이었다. 임씨는 "아르바이트생은 시간당 7530원을 받는데, 나는 시간당 4000원을 받는 꼴이더라"며 "회사를 괜히 그만뒀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고 했다.

임씨가 이 편의점을 폐점하는 데만도 반 년여 시간이 걸렸다. 편의점을 하겠다고 나서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점포 하나만 운영하는데도 임씨의 근무시간은 2016년 9시간에서 올해는 15~16시간으로 늘었다. 임씨는 "요즘 같아서는 편의점 하라고 권하기 무섭다"며 "계속 시급이 오르면 몇 년이나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경남 양산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박 모씨(38)는 최근 정직원 1명이 그만뒀음에도 충원을 하지 않기로 했다. 늘어나는 인건비를 감당하기 어려워서다. 박씨의 가게는 월 평균 3600만원가량 매출을 올리는데 식재료비와 임차료, 가스·전기료 등 약 2000만원이 고정적으로 나간다. 또 시급 8000원을 적용하는 아르바이트생 3명과 정직원 2명의 인건비 등 총 1000만원을 뺀 박씨의 월 수익은 약 600만원이다.

박씨는 "만약 시급 1만원을 적용해 인건비 25% 상승을 가정한다면 사장과 직원이 가져가는 돈이 비슷한 수준이 된다"면서 "경기가 나빠 장사도 안 되는데 만약 최저임금 상승에 휴일근로 50% 가산까지 한다면 차라리 점포 문을 닫고 내가 아르바이트를 하는 게 낫겠다"고 토로했다.

최저임금 결정 시한을 하루 앞두고 편의점 가맹점주와 소상공인협회에서 잇달아 성명을 발표한 것은 "더 이상은 안 된다"는 강한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올해 1월부터 최저임금이 인상되고 6개월이 지난 현재, 자영업자들이 체감하는 경영난은 예상보다 훨씬 심했다. 4대보험, 주휴수당 등을 지급하면 실제 인건비로 지급되는 금액이 1만원에 근접하기 때문이다. 편의점 가맹점 본부에서 전기료 등을 일부 지원했지만 인건비 인상 부담을 상쇄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신상우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 공동대표(CU점주)는 "실제 지급되는 최저시급은 이미 1만원에 근접해 있고, 노동계 측 인상 제시안 1만790원을 적용하면 실제 지급액이 1만2000원을 넘는다"며 "현실을 무시한 인상 결정은 영세 자영업자 삶을 뿌리째 뽑으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협회 측 주장에 따르면 최저임금 인상 전인 지난해에는 점주가 가져가는 최종 수익이 평균 195만5000원으로 집계됐지만, 올해는 이 수익이 130만2000원으로 65만원가량 줄었다. 전체 수익 중 인건비 비중이 41%에서 48%로 늘어나면서 비용 증가가 점주 수익 감소로 이어진 것이다.

편의점 점주들은 편의점 간 경쟁은 점점 치열해지는데 고정비용인 인건비가 매년 큰 폭으로 오른다는 점에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이제까지 편의점은 `성실하게 운영하면 적자는 보지 않는 안정적인 창업`이었지만 이제 이마저도 불가능해졌다는 불안감이 높다.

A편의점 업체가 지난해 최저임금 인상 영향을 분석한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2018년 7530원인 최저임금이 2019년 1만790원으로 오르게 되면 하루 8시간씩 20일 아르바이트생 1명을 고용하는 점주가 지급해야 할 급여가 143만9652원에서 206만2928원으로 1년 만에 약 62만원 오른다. 아르바이트생의 월 급여가 190만원 이상으로 오르면 올해 받는 두루누리 사회보험 지원금(5만8270원)도 받을 수 없다. 일자리 안정자금(13만원)을 지원받더라도 점주가 추가로 지급해야 하는 비용은 월 62만2158원에 달한다. 임금 인상분의 98% 이상을 점주가 떠안게 되는 셈이다.

인건비 비용이 높은 외식업에서도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자영업자 불만이 쌓이고 있다. 서대문구 미근동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박 모씨는 "홀 이모들에게 지급하는 월급이 이미 200만원인데 여기에 4대 보험료 등은 별도로 내고 있다"면서 "주 52시간 근로제 등 영향으로 기업 회식도 줄어 오피스 상권에 위치한 식당 매출이 줄고 있다"고 설명했다.

12일 소상공인연합회는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기준법의 5인 미만 사업장 확대 적용 추진에 반발해 `최저임금 불이행(모라토리엄)`이라는 초강수를 들고 나왔다. 이날 연합회는 "캠페인 등을 통해 모라토리엄을 확산시켜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노동계에 편향된 최저임금위원회에 대해 비난 목소리를 높였다. 연합회는 "`그들만의 리그`에서 논의되는 어떠한 사항도 인정할 수 없다"면서 "소상공인 모라토리엄은 소상공인 스스로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헌법에 입각한 `국민저항권`을 발동하는 것이며, 이에 대한 책임은 지불능력 한계에 처한 상황을 간곡히 외쳐왔음에도 이를 돌아보지 않은 관계당국과 최저임금위원회에 있다"고 밝혔다.

연합회는 개별 업종별로 최저임금과 관련해 대응책을 내놓기로 했다. 다만 구체적인 대응 수위에 대해서는 이번주 최저임금위원회 결정을 보고 정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