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외인 순매도에 주가 하락
액면분할 후 '개미 놀이터' 전락
올 3분기 실적 성적표 지켜봐야 

삼성전자가 황제주에서 국민주로 몸값을 낮춘 이후 '개미'(개인투자자)들의 놀이터로 전락하며 공매도 폭탄에 몸살을 앓고 있다.

수급불안에다 반도체 고점논란까지 겹치며 액면분할 이후 시가총액도 32조원이나 증발했다. 액면분할 전까지는 공매도 순위 100위 안에서도 이름을 찾기 어려웠지만 공매도 1순위라는 불명예까지 안았다.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 시총은 301조663억원으로 액면분할 이후 거래가 재개된 5월4일(333조1630억원)부터 이달 27일까지 3개월여 만에 32조966억원(9.6%) 급감한 것으로 집계됐다.

삼성전자는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50대 1의 액면분할 작업을 마치고 화려하게 귀환했지만, 주가는 맥을 못 췄다. 5만원선(액면분할전 250만원선)이 무너진데 이어 이달 6일에는 4만4650원까지 밀리며 신저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 기간 SK하이닉스 주가가 3.7% 오른 것을 감안하면, 반도체 고점 논란만으로는 삼성전자 주가 하락을 설명하기엔 역부족인 셈이다..  

액면분할 당시만 해도 금융투자업계는 삼성전자 주가가 더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1주당 가격이 낮아져 개인 투자자 유입이 늘어마면서 수급이 안정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당초 기대와 달리, 국민주로 거듭나는 데는 성공했지만 주가는 날개 없는 추락을 지속했다. 개인 매수 세력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오히려 공매도 집중타깃이 됐기 때문이다. 공매도는 주식을 빌려 팔고 주가가 하락하면 낮은 가격에 사서 빌린 주식을 갚아 차익을 챙기는 투자기법이다.

실제 액면분할 이후 거래가 재개된 5월4일부터 지난 27일 종가까지 개인은 삼성전자를 2조4970억원 어치를 사들였다. 반면 외국인과 기관은 4875억원, 2조275억원을 각각 순매도하며 팔아치우기 바빴다. 

같은 기간 공매도량도 4081만7711주를 기록하며 코스피시장에서 공매도 1순위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삼성전자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공매도 순위 100위 내에서도 이름을 찾기 어려울 만큼 공매도 '청정지역'이었다.  

금융투자업계는 더이상 '액면분할 = 주가부양'이라는 공식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고 평가한다. 오히려 액면분할로 개인 투자자 진입장벽이 낮아지면 공매도 대상이 될 가능성도 커진다는 지적이다.

이중호 KB증권 연구원은 "2000년 이후 667건의 액면분할 사례를 분석한 결과 평균적인 주가 흐름은 액면분할 공시 이후 상승하지만 다시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며 "평균적으로 공시일 당일에는 3.78% 상승했지만 60일을 전후로 주가는 다시 하락하는 추세를 나타냈다"고 말했다.

이어 "상승하는 종목의 비율 역시 당일 64.6%에서 점차 하락하는 양상을 보인다"며 "이는 액면분할이라는 이벤트가 단기적인 주가 상승요인이 될 수는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유의미하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금융투자업계는 삼성전자 2분기 실적이 시장 기대치를 밑돌기는 했지만, 3분기부터 본격 반등이 예상되는 만큼 주가 낙폭이 과도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유승민 삼성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3분기에 반도체 판매물량의 증가로 매출과 손익이 늘어날 것"이라며 "스마트폰부문에서도 신제품의 조기 출시 등을 감안하면 손익이 추가로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3분기에 영업이익 16조8000억 원을 올려 분기별 역대 최고치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