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사의 중심은 구속사이다. 구속사의 중심은 예수 그리스도이다. 예수 그리스도의 구속운동은 이 세상에서 그의 몸된 교회운동(에클레시아)을 통하여 나타난다. 그 교회운동은 바로 케리그마, 곧 전도(설교, 전파)운동을 통하여 전개해 나간다. 그러므로 역사 속의 에클레시아 운동은 바로 유한한 역사 존재의 본질이요, 그 내용 자체요, 목적이 된다. 이 역사는 하나님의 에클레시아적 공동체 운동이 끝마치는 날, 곧 구원의 수효가 완성되는 날 그 종말을 맞게 될 것이다.

교회는 에클레시아적 공동체이다. 세상 중에 구원받기로 작정된 하나님의 택한 백성(죄인)들이 예수의 부름(초청)을 받아 이룩된 모임의 회중들이다. 이 에클레시아적 공동체는, 예수께서 자기 십자가의 피로 세우신 것이다. 어둠에서 부름 받아 나온 잃어버린 아브라함의 자손들(죄인들)이 모인 곳이다. 저들은 예수를 믿어 구원(죄 사함)을 받고, 금세와 내세에서 생명의 빛 속에 사는 자들이다. 저들은 하나님의 은총을 입은 특별한 사람들이다.

예수로 말미암아 구원의 은혜를 받고 성자가 된 어거스틴은 ‘우주는 기적이다.’라는 말을 하였다. 아마 이것은 ‘피조세계는 하나님의 능력의 산물’이라고 감탄하는 그의 창조신앙을 표현한 말 같다. 그러나 이 말에 덧붙인다면 ‘우주 속의 하나님의 백성을 불러 모으는 에클레시아적 공동체인 교회야말로 하나님의 기적의 결정체이다.’라고 해야 할 것이다. 예수님이 왕으로 오셔서 마지막 역사를 정돈할 때 오른편에 있는 구원받은 자들에게 “나아와 창세로부터 너희를 위하여 예비된 나라를 상속하라”(마 25:34)고 하였다. 그리고 왼편에 서있는 멸망 받을 자들에게는 “나를 떠나 마귀와 그 사자들을 위하여 예비된 영영한 불에 들어가라”(마 25:41)고 하였다. 여기에 ‘나오라’고 하는 영광의 초청이 있고, ‘떠나가라’고 하는 저주의 선언이 있다. 결국 ‘부름 받은 자들’과 ‘유기된 자들’이 함께 공존할 수 없는 천국임을 보여준다.

어거스틴은 그의 참회록 초두에서 “하나님이여, 당신의 품안에서 쉼을 얻을 때까지 참된 평안은 없사옵니다.”라고 하였다. 저 산곡에 떨어진 빗방울이 끝없이 흐르고 또 흘러 강을 통해 바다에 이르기까지 그 움직임에 잠시도 쉼이 없음같이, 우리 에클레시아적 공동체의 호흡도 영화로운 빛의 궁전에 이르기까지 고된 지상 전투 과정을 통과해야 할 것이다. 주님의 품에서 주님이 우리의 목자가 되어 우리 눈의 모든 눈물을 씻어주실 때까지(계 7:17, 21:4), 여기 세상에서 숨쉬는 에클레시아적 공동체는 선한 싸움을 싸워야 한다. 경기코스를 마칠 때까지 달려야 한다. 끝까지 믿음을 지켜야 한다(딤후 4:7).

그리스도의 아름다운 덕, 곧 십자가 복음의 영광을 선포해야 한다(벧전 2:9). 역사는 결국 에클레시아적 공동체를 위하여 존재한다. 그리고 그 마지막 최후의 역사는 에클레시아적 공동체 편에 서고 말 것이다. 그 큰 이유는 참된 에클레시아적 공동체는 언제, 어디서, 무슨 일을 만나도 하나님의 어린양 예수 편에 서서 주와 함께 승리하는 전투를 감행하기 때문이다(계 17:14). 그리고 밤낮으로 열려있는 성문에 만국의 영광과 존귀를 가지고 주님 앞에 나타날 최후의 존재들은 바로 참 에클레시아적 공동체의 멤버들이기 때문이다(계 21:25~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