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만은 참된 애국자란 나라의 독립의 기초를 세우거나 나라의 독립을 위해 목숨을 버릴 때 책임을 완수한다고 말한다(26). 그와 동시에 이승만은 예닐곱 가지 죽음의 종류를 열거하면서 비굴한 죽음과 나라를 위해 값어치 있게 죽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지적한다. 1) 나라를 그릇되게 하여 그 죄악으로 천벌을 받거나 국법으로 사형당하는 죽음, 2) 극악무도한 죄를 지어 갈 곳이 없어서 자리에 누워 일생을 마치는 죽음, 3) 나라를 위해 영광스럽게 죽을 기회를 놓치고 더럽고 비루한 생명으로 살다가 죽는 일, 4) 굶주림과 곤궁은 견질 수 없으나 불의하고 불신한 일은 할 수 없다고 하면서 지조를 지키다가 죽는 일, 5) 괴로운 세상과 욕스러운 목숨을 것은 귀한 일이 아니라고 하며 나라가 위급해져 가망이 없고 통분히 여기는 마음으로 자결하는 것, 6) “불의를 보고 진정으로 공분을 느끼고, 충성과 애국을 나의 근본 의무로 삼고, 세상에 나가서 간사한 무리와 패악한 부류의 인간들을 쳐서 공훈담 한 마디라도 남의 이목에 드러내고, 여리고 약한 동포들을 대신하여 강하고 포악한 원수들을 물리치다가 강한 적의 세력에 꺾여서 죽는 일” 등이다.

이승만은 조물주가 주신 생명을 함부로 버릴 수는 없지만 나라를 위해 기여하다가 죽는 일은 “영원히 살아 있는 것”이라고 하며 참으로 가치 있는 것으로 평가한다(28). 이런 점에서 그는 여섯 번째 죽음만이 가치가 있음을 암시한다. 이승만이 열거한 이런 죽음을 살펴보면, 만일 어떤 사람이 나랏일을 하다가 고소를 당해 조사를 받으면서 자신이 너무나 비참하게 여겨져 자진(自盡)했다면, 그것은 부끄러운 죽음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그 다음 이승만은 “무의미하게 죽을 수 없다”라고 주장하면서 대의를 위해 죽기를 거부하는 세 가지 종류의 사람들의 문제점을 설명한다. 사실 이 세 가지는 체면문화에 젖은 한국인들의 공통되는 생각일 것이다. 첫째는 “자기가 죽어도 알아줄 자가 없다”라고 주장하는 사람이다. 이승만은 이런 자들은 너무나 근시안적인 시각으로 계산하기 때문에 이런 생각을 함을 설명하며 오직 공의를 위해서 죽을 수 있다면 결국 세상이 알아주게 됨을 지적한다(29f.). 둘째, “나 하나 죽은 후에 뒤따라 죽을 사람이 없다”라는 주장이다. 이승만은 의를 행하면서 뒤를 돌아보는 것 자체가 불순함을 지적하며, 비록 남이 몰라주고 나 혼자만 의를 위해 죽는다고 해도 그 자체가 가치가 있음을 지적하는 동시에 다른 사람들이 의를 위해 죽는 것을 보고 자신이 따라 죽이 못한 것을 염려해야 될 것을 지적하며 간접적으로 이들을 비판한다. 우리는 여기서 이승만이 그 당시 사람들의 마음속까지 읽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셋째, “자기 목숨이 죽어도 일이 이루어지지 못한다”라고 불만하는 사람들이다(31). 이승만은 이런 사람들에게 사람이 세상을 위한 큰 이익을 도모한다면 그것이 의로운 일인지 아닌지를 물어야지 죽은 후에 있을 일의 성사(成事) 여부를 물어서는 안 됨을 지적한다. 의로운 일은 반드시 드러나기 때문에 물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이승만은 자기가 살던 시대에 그 죽음의 효험이 이루어지기를 바란다면 결국 부패한 생각 때문에 의를 이루지 못한다고 주장한다. 사실 이승만의 이런 발언은 현실중심적인 사고방식을 가져 나라의 미래를 생각하지 않는 한국인들의 큰 약점을 지적한 것이다.

이승만은 그 당시에 태어난 사람들은 어느 누구도 잘못이 없는 사람이 없음을 지적하면서 마지막으로 자기 자신도 반성함을 말한다.

그 당시 나라의 형편을 바라보면서 나라가 불행하게 된 것에 대해 모두가 잘못이 있음을 지적하면서 여러 종류의 사람들의 생각을 심층적인 분석으로 문제를 해부한 것은 그가 육안(肉眼)과 심안(心眼) 그리고 혜안(慧眼)을 가졌음을 보여준다. 그리고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쳐 희생하지 않는 것은 반성할 일임을 지적하면서 여러 가지 죽음을 논한 것은 흥미롭다. 말하자면 우리는 어떻게 살다가 죽을 것인가 하는 문제를 거론한 것이다.

이승만이 열거한 이런 죽음에 대해 현시점에서 생각해 보면 우리시대에는 매우 낯섦을 느낀다. 풍요를 맛보고 현실의 안일을 맛본 현대 한국인들은 대의를 위해 죽으려는 생각을 쉽게 하지 못하는 것 같다. 나라의 안위를 위해 목숨과 모든 불이익을 내려놓고 애국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매우 적게 보이는 것 같다. 우리는 왜 이렇게 되었는지 깊이 생각해 봐야 한다. 우리가 어릴 때(1950년대) 남자의 삶의 모델은 지사(志士)였다. 그 후에 나라가 안정을 이루면서 남자들의 이상(理想)은 월급이 많이 나오는 셀러리맨이었다. 이것은 현대한국인들이 상당히 현실적인 사고방식을 가지게 되었다는 것이다.

21세기 현재 우리나라의 상황을 보면 이승만이 이 책을 저술하던 그 당시와 매우 유사함이 느껴진다. 정치권 사람들 중에 나라의 안위를 위해 책임지는 자들이 얼마인가? 한번 생각해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