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牛步) 황성철(黃成喆​) 칼럼리스트

등 고 자 비 (登 高 自 卑)

登 ; 오를 등, 高 ; 높을 고, 自 ; 스스로 자, 卑 ; 낮을 비.

등고(登高)는 '높은 곳에 오름'​이고,

                               자비(自卑)란 '스스로를 낮춤'을 이르는 말이다.

지위가 높이 오를수록 시선을 낮춰 겸손히 살펴보란 말,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 라는 우리 선조님들의 가르침 역시 이 뜻이다.

근자에 권력을 쥔 정치인, 돈 많은 기업인, 고급 아파트의 잘난 주민, 백화점 편의점에서 꼴값 떠는 고객님들 등등, ​별 것도 아닌 인간들의 갑질 행태가 천태만상, 그야말로 가관이다. 돈이나 권력이 인격의 척도가 아닐진데-

그중, 특히 여기서의 등고자비(登高自卑)란 말은 정치인들에게 주고 싶은 문자이다.

선거 때만 되면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이나 '존경하는 시민 여러분'을 말끝마다 달고 다니던 정치인들, 당선만 됐다하면 태도를 돌변, 국민을 아래로 내려다보고 콧대 세우고는 존경심 따위는 내가 언제? 하고는 간단히 철회해 버린다.​ 우리 대한민국 작금의 상황은 안으로는 경제난국에 처해 온 국민이 허덕이고, 밖으로는 북핵을 둘러싼 국제 정세가 숨 가쁘게 돌아가고 있다.

조금씩 양보하고 합심 협력해 타개해야 될 난제가 첩첩이 쌓였는데, ​우리의 국회의원님들 밤낮없이 이전투구(泥田鬪狗 ; 진흙 밭의 개싸움 ) 하느라 바빠 시급한 내년도 예산심의조차 손도 못대고 있다. 한심한 직무유기이다. 다들 자기만 옳고 '나 아니면 사람없다' 식이다. 나만 잘났다 하는 국민께 대한 갑질 그만하고, 국민께 대한 존경심을 되찾고 한뼘만 고개를 낮추기 바란다. 그러면 국민의 목소리가 더 잘 들리고, 한 걸음만 물러서서 보면 분노한 국민의 부릅뜬 눈이 다 보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