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자유한국당의 원내대표 선거가 하루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김학용·나경원 후보의 선거운동이 치열하다. 두 후보는 이날 각각 자신의 러닝메이트인 정책위의장 후보와 함께 국회 의원회관을 돌며 유권자인 의원들을 만났고, 문자메시지로 공약과 출사표를 보내는 등 막판 표심 점검에 나섰다. 당 관계자는 "판세가 워낙 박빙이라 누가 우세하다고 말할 수 없다"며 "투표일이 돼봐야 누가 될지 가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초 이번 원내대표 선거에는 다수의 의원들이 출마 의사를 밝혀, 계파별 표가 분산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그러나 9일 최종적으로 김학용 의원과 나경원 의원만이 후보로 등록했다. 두 후보 모두 비박계 출신이지만, 김 후보는 비박계·복당파의 지지를 나 후보는 친박계·잔류파의 지지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친박계인 유기준, 비박계인 김영우 의원이 후보등록을 하지 않으면서 자연스럽게 양 진영 주자가 정리됐고, 이로 인해 결국 선거가 계파전으로 치러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10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회 국가재조포럼 토론회 '인공지능(AI) 선진국으로 가는 길'에 참석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후보인 김학용, 나경원 의원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둘 중 누가 돼도 ‘대여강공’…보수통합론은 달라

김학용·나경원 후보 중 누가 원내대표가 돼도 대여 강공 노선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김 후보는 ‘믿음직한 강한 야당’을, 나 후보는 ‘실력있고 신뢰받는 당당한 야당’을 캐치프레이즈로 내걸었다. 정치 일정 상으로도 내후년 총선까지 당을 이끄는 차기 원내대표로서 여당과의 차별점을 보여주는 선명성 부각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게 중론이다. 김학용 후보는 ‘한 번 물면 놓지 않는 진돗개 정신으로 강하고 선명한 야당을 만들겠다"고 했고, 나경원 후보는 "대여투쟁력과 대여협상력을 같이 가져갈 것"이라고 했다.

러닝메이트로 함께 짝을 이루는 정책위의장 후보 선정에도 이같은 고려가 반영됐다. 김학용 후보는 당내 ‘경제통’인 김종석(초선·비례) 의원과, 나경원 후보는 민자당 공채 1기 출신인 정용기(재선·대전 대덕) 의원과 짝을 이뤘다. 김 후보는 "내년엔 경제 문제가 주요 이슈가 될 것인데, 경제전문가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김종석 의원이 적임자라고 생각해 삼고초려했다"고 했고, 나 후보는 "정용기 의원은 대여투쟁력과 협상력을 인정받은 당의 소중한 인재"라고 했다.

반면 두 후보 중 누가 원내사령탑에 오르냐에 따라 보수 통합의 방향은 크게 바뀔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두 후보는 모두 자신을 ‘통합의 적임자’라고 하고 있지만, 두 후보의 입장과 당내 상황 등을 보면 상당한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이는 각 후보의 주요 지지층이 김 후보는 비박계, 나 후보는 친박계 등 계파적으로 나뉘어 있기 때문이라는 게 중론이다.

김 후보는 보수 통합과 관련해 바른미래당과의 연대·통합에 좀더 적극적이다. 김 후보는 "문재인 정권의 독주를 막기 위해 바른미래당과 공조해야 한다"고 말해왔고, 바른미래당에서 한국당으로의 ‘이적설’이 도는 의원들에 대해 "인위적 빼 오기를 시도하진 않겠지만 오고 싶어 하는 분들이 있다면 당연히 접촉할 것"이라고 했다. 김 후보는 극우·극좌가 아닌 합리적 보수 단일대오를 만들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태극기부대’에 대해서는 "보수대통합을 이루는 데 당연히 애국심 있는 국민들이 포함된다"고 했다.

나 후보는 대한애국당부터 바른미래당까지 헌법적 가치를 공유하는 우파 진영의 연대와 통합에 방점을 찍고 있다. 나 후보는 ‘태극기 부대’에 대해서도 "우리 당이 튼튼하기만 하면 충분히 흡수할 수 있다고 본다"고 했다. 나 후보는 이날 동료 의원 등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를 통해 "이번 선거는 ‘통합’이냐 ‘분열’이냐를 선택하는 선거"라며 "나경원·정용기는 중도통합후보"라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 당이 또 균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중도통합후보를 원내지도부로 선출하는 그 자체가 통합의 시작"이라고 했다.

▲10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회 국가재조포럼 토론회 '인공지능(AI) 선진국으로 가는 길'에 참석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후보인 김학용, 나경원 의원이 나란히 앉아 있다. 왼쪽부터 원내대표 후보인 나경원, 김학용 의원, 김학용 후보자의 정책위의장 파트너인 김종석 의원, 나경원 후보의 정책위의장 파트너인 정용기 의원. /뉴시스

두 후보가 내세우는 ‘자신의 강점’도 다르다. 김 후보는 또 자신이 비서관, 도의원부터 시작한 ‘정치 흙수저’ 출신으로서 당내 의원들을 적극적으로 지원할 수 있다고 자부한다. 의원 한 명 한 명을 스타로 키우겠다는 얘기다. 소통을 중시하는 친화력과 협상력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나 후보는 높은 대중적 인지도를 기반으로 한 확장성을 최대 강점으로 내세운다. ‘합리적인 보수’라는 이미지를 기반으로 국민들로부터 한국당이 곧 대안정당이라는 인정을 받겠다는 비전이다. 당선할 경우 보수 진영 최초의 여성 원내대표로서의 상징성이 있다는 점도 나 후보의 강점이다.

◇계파선거? 인물선거?…판세는 ‘박빙’일듯

김학용·나경원 후보 모두 ‘계파구도의 종식’을 주장하고 있지만, 계파구도가 경선 결과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단순하게 계파 분포로만 보면 친박계(잔류파)의 지지를 받는 것으로 알려진 나 후보가 유리할 수 있다. 한국당 의원 과반이 범친박계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특히 ‘당을 나갔던 비박계가 당권을 접수해 신주류가 되려고 한다’, ‘비박계 중심의 비대위가 일방적인 행보를 보여왔다’ 등의 당 일각의 여론은 친박계의 결집을 가져올 수 있다. 반대로 ‘일부 친박들이 신당을 만드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데, 비박계도 뭉쳐야 한다’는 여론은 비박계의 결집을 가져올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대통령 탄핵, 조기대선 및 지방선거 참패 등을 거치고, 계파 좌장들이 힘을 잃으면서 뚜렷했던 계파색이 옅어졌다는 분석도 있다. 계파색이 확실한 양 진영의 10여명씩을 제외하고는, 대다수 의원들이 중립지대에 있다는 얘기다. 한 당 관계자는 "두 후보 모두 캐릭터가 강한 분들로, 계파는 물론이고 인물도 의원들의 표심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며 "누가 당선될지 당에서도 오리무중인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