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 일-가정 양립이 곤란하여 출산을 기피한다는 것이다. 여성에게 육아부담이 편중되어 있고, 근로환경이 열악하여 아이를 낳아 키우기 어렵다는 것이다. 아이를 낳아 키우는 데 많은 시간과 노력이 소요되기 때문에 일을 하며 아이도 키우기 어렵다는 주장도 지극히 타당한 것처럼 보인다.

셋째, 자녀 양육 비용 부담이 원인이라는 것이다. 교육비가 많이 소요되고, 집값이 매우 비싸 아이를 낳아 키우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은 매우 타당한 것처럼 보인다. 정부는 이러한 원인을 해결하고자 많은 돈을 쏟아 부었다. 하지만 전혀 효과가 없었으며 오히려 출산율은 더욱 하락하였다.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살펴보자.

고용의 불안정이 저출산의 원인이라는 주장이 사실인가?

우리나라 여성공무원의 32.3%는 결혼하지 않고 있다. 공무원은 가장 안정한 직업인데 결혼하지 않은 비율이 매우 높다. 이러한 비혼 현상은 안정한 직업이라는 은행원, 공공기업, 교사에서 특히 높다. 또한 고수익 직업이면서 안정한 직업인 의사, 변호사 등의 비혼율도 매우 높다.

외국의 경우를 보면, 좋은 일자리가 많은 선진국일수록 출산율이 낮고, 좋은 일자리가 부족한 가난한 국가일수록 출산율이 높다. 이상 살펴본 바와 같이 고용 불안정이 저출산의 원인이라는 주장은 전혀 사실과 다르다.

여성에게 편중된 육아부담이 저출산의 원인이라는 주장은 사실인가?

육아부담이 여성에게 편중되어 아이를 키우기 어렵다면, 직장에 다니지 않는 전업주부는 아이를 많이 낳아야 할 것이다. 하지만 5년 이하 신혼부부 통계를 보면 전업주부의 출산율이나 맞벌이의 출산율에 큰 차이가 없다. 0.73, 0.66으로 전업주부의 출산율이 조금 높기는 하나 그 차이가 매우 작다.

최근 많은 기업에서 사내에 탁아소를 설치하여 육아환경을 크게 개선하였으나, 어느 기업도 출산율이 상승하였다는 소식이 없다.

외국의 경우를 보면 여성이 육아를 전담하는 이슬람 국가, 아프리카 국가의 출산율은 오히려 매우 높다. 우리나라에서도 여성의 육아부담이 극심하였던 조선시대에는 출산율이 매우 높았다. 이상 살펴본 바와 같이 여성에게 편중된 육아부담은 저출산의 원인이 아니며 오히려 여성에게 육아부담이 편중될수록 출산율이 높음을 알 수 있다.

교육비 등의 자녀 양육비가 저출산의 원인인가?

자녀 양육비가 원인이라면 소득이 낮은 가구일수록 출산율이 낮고 소득이 높은 가구일수록 출산율이 높아야 할 것이다. 하지만, 실제는 정확하게 반대이다. 소득이 높을수록 출산율이 낮다. 여러분도 주변에서 돈 잘 버는 사람인데 혼자 살거나 결혼했어도 아이 없이 사는 사람을 쉽게 볼 수 있을 것이다.

양육비 부담이 저출산의 원인이라면 무상 교육하는 사회주의 국가와 서유럽 국가의 출산율은 높아야 하는데, 실제는 매우 낮다. 오히려 교육비가 매우 비싼 미국의 출산율이 높다. 수입에 비하여 교육비가 비싼 아프리카 국가의 출산율이 오히려 높다. 교육비가 비싸서 아이 낳을 수 없다는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이상 살펴본 바와 같이 경제적 결핍, 여성의 육아 부담, 양육비 부담 등은 전혀 저출산의 원인이 아니다. 그런데, 왜 신문 방송에서는 이런 거짓말을 끊임없이 하는 걸까?

국방부의 연구과제는 북한군을 이길 수 있는 기술 개발에 집중되어 있다. 따라서, 국방부의 연구과제를 수행하는 기관에서는 북한군을 이길 수 있는 기술에 집중한다.

과학기술부의 연구과제는 선진국의 기술을 따라잡아 수입을 대체하고 수출할 수 있는 기술개발에 집중한다.

환경부의 연구과제는 환경을 보호하는 기술개발과 환경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논리를 개발하는 데 집중할 것이다. 규제를 강화해야 환경부의 권한이 커져 환경부가 좋아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보건복지부는 어떠할까? 외견상으로는 저출산 문제 해결에 초점을 둔다. 하지만 보건복지부 성격상 복지를 강화해야 한다는 논리를 절대적으로 좋아한다. 따라서, 연구과제를 수행하는 연구기관이나 대학의 교수들은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는 과제를 수행하는 듯 하나 실제는 복지를 강화하는 논리를 개발한다. 이렇게 해야 또 연구과제를 수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의도적으로 이렇게 하는 것이 아니라 보건복지부의 성격상 이렇게 되는 것이다. 어떠한 저출산 원인에 대해서도 결론은 복지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고용 불안정이 원인이니 고용보험을 강화하고, 비정규직 철폐하고, 기본소득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처방을 내놓는다. 양육비가 부담이 되어 출산율이 낮으니 무상교육을 실시해야 하고 아동수당을 주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연구결과는 신문 방송에 배포되어 끊임없이 국민을 세뇌하고 복지를 강화하는데 활용되어 왔다.

이러한 거짓 선전선동이 가능한 것은, 과학기술 분야는 검증이 가능하여 거짓말이 불가능하나, 저출산 분야는 검증이 어려워 거짓말을 해도 밝혀지지 않기 때문이다.

일본의 출산율은 2005년 저점을 찍은 후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에서 담당하던 저출산 업무가 ‘일본1억 총활약상’으로 이관되어서 일지도 모른다. ‘일본 1억 총활약상’에서는 저출산 문제를 이용하여 복지를 강화하는 행태가 감소하고 문제의 본질에 집중하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나라도 보건복지부가 담당하고 있는 저출산 업무를 별도의 부처로 분리 독립하든가 다른 부처로 이관할 필요가 있다. 적어도 복지를 담당하는 부처로부터는 독립시켜야 한다.

▲김민식, 칼럼리스트, 두리저출산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