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유 있는 이낙연… 친문 진영 선택에 달렸다?

여전히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은 역대 대통령과 비교하면 높은 편이다. 이 때문에 여권에서 대선주자가 본격적으로 몸을 푸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인식이 강하다. 다만 친문(친문재인)의 지지를 얻는 것이 향후 대권가도를 달리는 지름길이라는 공통된 인식이 깔려 있어 ‘문심’(文心)을 얻기 위한 잠룡들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일단 문심 경쟁에서 다소 유리한 지형에 올라선 주자는 이낙연(67) 국무총리다. 문 대통령과 정권 출범 때부터 보폭을 맞추며 행정부 2인자의 역할을 묵묵히 해온 덕분에 지지율도 고공행진 중이다. 이 총리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여권 후보 중 유일하게 20%대를 기록하며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달 국민일보·타임리서치 조사에서는 2위인 박원순 서울시장의 지지율보다 2배 이상 높았다.

이 총리의 고민은 올해로 예상되는 총리직에서 내려온 이후이다. 국회의원 선거에 도전하기보다는 당분간 전국을 돌며 세 규합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총리라는 프리미엄을 벗으면 지지율도 다소 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이제부터는 본인의 힘으로 지지율을 기록하게 된다”며 “또 총리직을 내려놓는 순간까지 각종 사고 등 악재가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원순(63) 서울시장에게 올해는 차기 대권 도전 여부가 갈릴 중요한 한 해다. 박 시장은 최근 부쩍 독자행보로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탄력근로제를 반대하는 한국노총 장외집회에 참석했고, 정부의 그린벨트 규제 완화에 반대 깃발을 들었다. 또 공개리에 자신의 고향인 경남 창녕군을 찾았고 의원 세비 인상을 비판하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가 삭제하기도 했다.

인구 1000만명의 수도인 서울시를 맡아 중앙정치에서 한 발짝 떨어져 있어 정치적 행보가 다른 여권 후보들보다는 자유롭다. 하지만 야당의 요구로 개시될 공공기관 고용세습 의혹 국정조사는 예상치 못한 변수가 될 수 있다. 서울교통공사의 정규직화 과정에서 촉발된 이번 국정조사 결과에 따라 박 시장의 책임론이 불거질 수 있기 때문이다.

김부겸(61) 행정안전부 장관도 취임 초기 부여된 임무를 끝내고 국회로 돌아올 예정이다. 시기는 예측하기 어렵지만 늦어도 오는 5월 이전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김 장관은 장관직 수행으로 ‘지역구에 소홀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자 지난해 말 예산안 심사 때 공약사항 등과 관련된 예산을 챙기는 데 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내 국회로 복귀한 뒤 1년 앞으로 다가온 총선 준비 차원에서 지역활동에 더 무게를 둘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지난해 당권에 도전할 것처럼 하다가 주저앉은 것은 향후 대권 도전에 적잖은 흠집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정면돌파 의지를 분명히 보여줘야 다음의 기회가 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재명(55) 경기지사는 올 한 해 지루한 법적 다툼에 매달려야 할 상황이다. 검찰이 최근 공직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이 지사를 기소한 만큼 스스로 무죄를 입증해 내야 다음을 기약할 수 있다. 이 지사가 스스로 당직과 당원권을 내려놓겠다고 선언한 까닭에 가뜩이나 적었던 민주당 내 우군은 더욱 쪼그라들 전망이다. 신 교수는 “이 지사는 올해 문재인 정권과의 연속성을 가져갈지, 다른 방식을 선택할지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시민(60)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여권의 대선 판도를 좌우할 변수다. 유 이사장은 2013년 정계은퇴 선언 이후 최근 몇 년간 ‘작가’를 자처하며 각종 방송활동을 통해 대중친화적 이미지를 쌓았다. 특정 지지층만 열광시키며 ‘배제의 정치’를 한다고 공격받던 그가 바뀐 모습으로 정치권에 발을 들여놓은 것이다. 그는 “임명직 공무원이 되거나 공직선거에 출마하는 일은 제 인생에 다시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세간의 관심의 그의 향후에 모아지고 있다. 이슈파이팅 능력이 탁월한 그는 여권의 잠재적 대권주자로 보는 시각이 많다.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하락세이긴 하지만 집권 3년 차의 전임 대통령들과 비교하면 여전히 높다는 점에서 차기 대선주자를 언급하는 것조차 금기시되는 분위기다. 이 때문에 친문 진영에서 어떤 후보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당내 경선 판도는 크게 뒤바뀔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친문계 의원은 “지금은 문 대통령을 지지하고 지원해줘야 할 때”라며 “차기 주자는 그때가 되면 자연스럽게 논의되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친문 진영에서는 김경수(52) 경남지사와 임종석(53) 대통령 비서실장 등이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다.

◆보수 대표주자는 황교안… 한국당 당권 따라 출렁일 듯

보수 진영에서는 황교안(62) 전 국무총리와 유승민(61) 전 바른미래당 공동대표, 오세훈(58) 전 서울시장 등이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들로 꼽힌다. 특히 최근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잇따라 보수층의 ‘부동의 1위’는 물론 진보층으로부터도 너른 지지를 받는 것으로 알려진 황 전 총리의 약진이 눈에 띈다.

황 전 총리는 국민일보·타임리서치의 ‘보수 진영 차기 대선주자 적합도 조사’에서 18.4%를 기록해 1위를 기록했다. 오마이뉴스·리얼미터의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서도 황 전 총리는 보수야권·무당층으로부터 23.2%의 지지를 얻었다. 그는 보수·진보 통합 여론조사에서도 1위 이낙연 총리(15.1%)에 불과 2.2%포인트 뒤진 12.9%를 기록했다.

황 전 총리의 최대 강점은 경륜과 안정감이다. 1992년 서울지검 검사로 공직에 들어선 뒤 법무연수원 기획부장, 대구·부산고검 검사장 등을 거쳐 박근혜정부 때는 법무부 장관과 국무총리 등을 역임했다. 2017년 헌정사 초유의 탄핵 국면에서도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 무난하게 국정을 운영했다는 평가다. 황 전 총리가 자유한국당·대구경북(TK)·50대 이상 등 핵심 보수층에서 선호도가 높은 이유다.

하지만 박근혜정부 총리라는 꼬리표는 ‘양날의 칼’이다. 표의 확장성이 없다는 얘기다. 황 전 총리의 지지가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동정 여론과 문재인정부의 적폐청산에 대한 반발, 기성 정치권에 대한 실망 등에 기댄 일시적 반사이익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회창 전 총리나 고건 전 총리, 19대 대선 당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처럼 정치권이 신랄한 검증 작업에 돌입하면 꺼질 ‘거품’이라는 것이다.

보수진영 차기 잠룡 가운데 중위권인 유 전 대표나 오 전 시장, 홍준표(65) 전 자유한국당 대표, 안철수(57) 전 국민의당 대표가 어느 만큼 지지율을 끌어올릴지도 관심사다. 특히 오는 2월 말, 3월 초쯤으로 예정된 한국당 전당대회와 이 기간을 전후해 본격화할 보수대통합 움직임 속에서 이들이 얼마만큼의 존재감을 보여줄지가 지지율 제고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유 전 대표는 국민일보·타임리서치 조사에서 황 전 총리(18.4%)에 이은 16.0%를 기록했다. 3위 오 전 시장(8.5%), 4위 홍 전 대표(7.7%), 5위 안 전 대표(5.0%)를 멀찍이 따돌렸다. 하지만 유 전 대표는 오마이뉴스·리얼미터의 보수야권 대상 선호도 조사에서는 오세훈(11.3%), 홍준표(10.4%)보다도 뒤처진 9.8%에 그쳤다. 유 전 대표는 지난 대선에서 보여준 ‘합리적 보수’ 이미지는 있지만 ‘배신자’ 이미지나 리더십, 득표력 등에서 여전히 한계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반면 지난해 11월 한국당에 입당한 오세훈 전 시장은 약진했다. 오 전 시장은 다른 잠룡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게 장점이다. 박 전 대통령 탄핵 정국 때 원외에 있었던 관계로 계파갈등의 원인 탄핵 이슈로부터 자유롭다. 하지만 그가 서울시장 재직 때인 2011년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강행해 ‘보수몰락’을 부른 데다 지난해 지방선거 때 당의 서울시장 출마 요청을 거부했다는 점 등을 이유로 대권주자감은 아니라는 평가도 나온다.

19대 대선에서 낙선한 홍준표 전 대표나 안철수 전 대표가 차기 대권에 다시 도전할 것이라는 관측도 끊이지 않는다. 홍 전 대표는 최근 유튜브 채널 ‘TV홍카콜라’와 보수 싱크탱크 프리덤코리아를 통해 계속 당권 도전을 저울질하고 있다. 지난해 지방선거 참패 후 독일에서 연구활동을 벌이고 있는 안 전 대표가 언제 정계복귀를 선언할지도 차기 대권 세력도를 가늠할 주요 포인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