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牛步) 황성철(黃成喆​) 칼럼리스트

吾 : 나 오, 鼻 : 코 비, 三 : 석 삼, 尺 : 자 척.​

내 코가 석자.

즉, 본인에게 들이닥친 위난을 수습하기에도 바빠서 남의 사정 봐주고 있을 여유가 없다 라는 뜻.​

진정한 보수는 어디에 있는가? 소위 말하는 진보는, 존재감 뚜렷하게 활발하게 달려가고 있는데​, 중심을 잡고 나라를 안정시킬 의무가 있는 진정한 보수는 보이질 않고 있다. 구심점 없이 이 보수, 저 보수. 오락가락 보수 등으로 나뉘어 서로 싸우며 제 자리 걸음만 하고 있다. 아니 보수라는 가치의 존재감마저 상실한 채 오히려 후퇴만 하고 있다.

보수의 구심점이 되어 정부 여당의 독주를 견제하고, 국민의 의중을 제대로 받들어 건실한 대안을 제시하여 국가발전에 이바지 하므로서 지지를 이끌어 내야할 자유 한국당이 전당대회를 앞두고 사분오열 적전분열(敵前分裂)을 일으키며 공멸하고 있다.

그 이면에는 다가오는 총선에서 살아남기 위한 각 계파간의 치열한 암투가 있다. 진정한 보수로 뭉쳐 나라를 바로잡는데 힘을 바치라는 것이 국민의 간절한 바람일진데, 우선 나부터 살고보자. 내 코가 석자다. 내가 먼저 있어야 자유 민주주의도 있고 보수를 결집 시킬 수도 있다. 라는 비열한 이기주의가 앞서 국민의 염원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

정치판에 가끔씩 일어나는 일중에​ '백의종군' 이란 말이 있다.

'나'를 내려놓고 '우리'를 위해 ​사심 없이 희생하겠다는 말인데, 작금의 보수진영에 꼭 필요한 단어이다. 당권을 거머쥐고 공천을 좌우지 해보겠다는 권력 욕심을 버리고, 국민의 뜻을 결집시키고 실현시키기 위해서는 중진들 중에서 백의종군할 각오가 된 인사들이 모여 '원로회의'를 만들어, 이 중구난방의 보수진영에 교통정리를 해야 될 필요가 절실하다.

버리면 더 큰 것을 얻는다. 도토리 키재기의 권력다툼에서 멀직이 물러나 나라를 위한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는 뜻있는 정치인들이 필요하다. 멀리서 보면 다 볼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