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영화, 문학계를 휩쓴 미투 열풍이 체육계로 옮겨 붙었다.

빙상, 유도 등에서 용기 있는 어린 선수들이 동참했다.

아이들을 운동시킨 부모라면 감독, 코치의 절대적인 권한을 다 알고 있다.

개개인이, 아무리 재능이 있고 피땀 어린 노력을 기울여도, 혈연, 지연, 학연등의 카르텔에 둘러쌓인 우리사회의 썩어빠진 부조리의 늪에서는, 어느분야 에서든 일인자가 되는 것이 결코 쉽지않다. 사회 전반에 만연한 온갖 파벌들 끼리의 암투에 치어 수많은 젊은이가 꿈을 빼앗기고 인생에서 낙오되고 있는것이 대한민국의 잔혹한 현실이다.

의혹이 끊이지 않던 빙상연맹이 평창 올림픽 에서도 다시 도마에 올랐었다.

​김보름, 박지우, 노선영. 세 선수가 출전한 '팀 추월' 대표팀이 7위에 그쳐 준결승 진출이 좌절됐다. 경기를 하다보면 항상 잘할 수만 있는 것이 아니지만.

이 저조한 성적에 대해 방송해설을 하던 전문가들이 일제히 "팀 워크가​ 무너졌다."라고 지적했다. 선수와 선수, 선수와 코치간의 반목에 의한 진흙탕 싸움이 원인 이라는 것이다.​ 문제는 빙상연맹의 파벌싸움에 있다는 것이 대다수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이 사태를 지켜보며 누구의 잘 잘못을 따지기 전에, 먼저 안현수 선수가 뇌리에 떠올라 울컥 분노가 치밀었던 것은 필자만의 어슬픈 감상이었을까? 안현수 사태 때에도 빙상연맹의 파벌싸움이 원인이었다는 분석이 대두 됐었다. 여건이 되지 않아 여자선수들 틈에 끼어 연습하면서까지 올림픽 출전을 꿈꾸던 안현수. 결국 국가대표에서 탈락됐지만 올림픽의 꿈을 포기할 수 없었던 그는, 멀고 추운나라 러시아로 귀화하여 '빅토르 안'이 되고 말았다. 러시아 국기를 달고 뛴 2014년 유럽선수권 대회에서 500m, 1000m, 3000m, 5000m까지, 빙속 4개 종목 금메달을 모조리 휩쓸어 러시아의 영웅이 되었다. 같은 해 '소치'올림픽에서도 발군의 실력으로 금메달 셋, 은메달 하나로 새 조국 러시아에 영광을 안기고 쇼트트렉 사상 누구도 이루지 못한 금자탑을 세웠다. 러시아는 '빅토르 안' 단 한사람의 공로로 세계최고 빙상 강국이 되었다. 혹자는 빅토르 안이 조국을 버렸다고도 한다. 아니다. 경위가 어쨌던 이 불세출의 영웅을 품고 다독이고 끌어주지 못한 우리가 그를 버린 것이다. 말 나온김에 이 한심한 파벌싸움의 또 한사람 피해자 추성훈 선수를 논하지 않을수 없다.

추성훈은 제일동포 4세이다. 일본에서 태어나고 자랐지만 일본인이 아니라 한국 국적자인 것이다. 일본으로 귀화하지 않는한 일본 국가대표가 될 수없다. ​최고의 실력을 갖고도 귀화를 않는 한 일본 국가대표가 될 수 없었기에, 한국 국적을 지키고 올림픽의 꿈을 달성하기 위해 한국으로 와서 대한민국의 국가대표가 되었고, 세계 유도선수권 대회에 태극기를 달고 출전 금메달을 획득, 조국에 영광을 바쳤다. 그러나 그는 석연찮은 판정으로 올림픽 대표 선발전에서는 번번히 탈락했다. 이 납득 할 수없는 편파적인 심판들의 행태에 대해 추성훈은 "말로는 않된다." "무조건 한판으로 이겨야 된다." 라고 울분을 토로했다. 결국 그는 조국을 버리고 일본에 귀화, 88올림픽에 일본대표로 선발되어 '아키야마 요시히로'란 일본 이름으로 한국에 왔다. 그리고 염원했던 금메달을 획득했다. 그러나 그 영광은 대한민국의 추성훈이 아닌 아키야마 요시히로 란 일본인의 것이 되고만 것이다. 그 역시 빅토르 안과같이 스스로 조국을 버린 것이 아니다. 조국이 그를 일본으로 내 몬 것이다. 그가 일본국적으로 금메달을 딴 후에야 국민적 자성의 목소리가 나왔다. 그의 애국심을 인정하고 온 국민이 유도계의 파벌들을 질타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다.

빙상과 유도계의 용기 있는 소녀들의 고발을 유야무야 흘려버려서는 절대로 않된다. 이 미투운동은 체육계 전반으로 퍼져나가 철저한 조사와 처벌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그간 유명 무명의 얼마나 많은 꿈나무들이 잔인한 파벌싸움의 덫에 치어 꿈을 빼앗겼을까? 스포츠계 뿐만아니라 사회 전반에 만연된 망국적 파벌의 지배야말로 기필코 타개해야할 더러운 적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