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농경사회에서는 결혼과 출산에 대하여 부모가 절대적인 권한을 가졌지만, 요즘에는 여성이 절대적인 권한을 갖는다. 그래서 여성의 입장에서 출산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

생활범위가 좁고 새벽에 일어나 같이 식사하고 논밭에 나가 같이 일하던 농경사회에서는 여성의 생리적 욕구를 충족하는데 남편은 매우 중요하였다. 먹는 것, 거주하는 것, 잠자리 모두 남편이 없으면 어려움이 많았다. 하지만

현대사회에서는 남편이 없어도 먹고 자고 좋은 옷을 입고 성욕을 충족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다. 생리적 욕구를 만족하는데 남편의 가치가 사라진 것이다.

물리적 안전을 확보하는데도 과거에는 남편의 역할이 절대적이었다. 여자가 혼자 살면 도둑의 표적이 되기 쉽고 동네에서 업신여김을 당하기 쉬웠다. 하지만 요즘에는 혼자 살아도 물리적 안전에 위험을 느끼지 않는다. 도둑맞을 위험도 없고 강도당할 위험도 없다. CCTV와 안전한 주택, 자동차, 핸드폰, 가로등 등으로 여성이 혼자 살아도 전혀 안전에 위협받지 않는다. 물리적 안전 확보에 남편의 가치가 사라진 것이다.

농경사회에서는 농사를 짓는데 힘이 센 남편의 역할이 중요하였다. 하지만 지식사회인 현대사회에서는 힘은 중요하지 않다. 여성도 열심히 공부하면 전문직에 종사하여 고수익을 얻을 수가 있다. 전문가가 되지 않더라도 성실하게 일을 하면 얼마든지 잘 살 수 있다. 현대사회에서는 좌충우돌하는 남성보다 오히려 여성이 유리한 측면이 있다. 경제적 안전을 확보하는데 남편의 가치가 크게 작아진 것이다.

농경사회에서는 대부분의 시간을 남편과 보내기 때문에 정서적 욕구를 만족하는데 있어서도 남편의 가치는 매우 중요하였다. 하지만 현대사회에서는 많은 사람을 만나고 교류할 수 있으며, 낮에는 직장에 나가 일하기 때문에 정서적 욕구를 충족하는데 남편의 가치가 상당히 감소하였다.

농경사회에서는 남편의 지위에 따라 여성의 지위도 결정되기 때문에 존중 욕구를 충족하는데도 남편은 중요하였다. 남편이 동네에서 존경 받으면 여편도 같은 수준으로 존경 받았다. 하지만 요즘에는 남편이 존중 받는다고 해서 여편도 존중 받는 일은 없다. 존중 욕구를 충족하는데 남편의 가치가 사라진 것이다. 요즘에는 존중 받으려면 성공해야 하는데 남편이 있는 경우 구속이 되고 시간을 빼앗겨 오히려 방해가 되는 경우가 많다. 자아실현의 욕구를 충족하는데도 같은 이유로 남편은 방해가 된다.

과거 농경사회에서는 남편의 가치가 매우 컸다. 짚신도 짝이 있었다. 아무리 가난하고 못생겼어도 여성의 선택을 받았다. 하지만 요즘에는 남편 없이 살아도 모든 욕구를 충족하는데 어려움이 없게 되면서 남편의 가치가 제로에 가깝게 되었다. 남편 없이 살아도 어려움이 없으니 여성들이 결혼할 필요를 못 느낀다.

돈을 잘 버는 남편일 경우 경제적 안전 욕구를 충족하는데 도움이 되어 돈 잘 버는 남성들만 약간의 가치가 있을 뿐이다. 그래서 여성들은 돈 잘 버는 남성들만 찾는다. 돈 많은 남자라도 돈 잘 버는 여성에게는 이마저도 가치가 별로 없다.

자신이 경제적 안전을 확보하는데 어려움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의사, 변호사, 교사, 공무원, 골드미스 등 고수익 안정적인 직업을 가진 여성들의 비혼율이 높다. 고학력일수록 비혼율이 높은 것도 같은 이유이다. 남편이 퇴직하면 이혼율이 상승하는 것도 퇴직으로 인하여 경제적 안전 욕구를 충족하는데 더 이상 도움이 안되기 때문이다.

여성이 욕구를 충족하는데 자녀는 어떤 가치가 있을까?

과거 농경사회에서 여성의 생리적 욕구를 만족하는데 아들의 역할은 중요하였다.

자녀가 성장하면 부모의 의식주를 모두 챙겼다. 요즘에는 어떠한가? 대부분의 자녀는 장성해도 부모를 부양하지 않는다. 부모에게 어떠한 도움도 주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생리적 욕구를 충족하는데 자녀의 가치가 사라진 것이다.

1970년경만해도 도둑이 매우 많았다. 시골 도시할 것 없이 전국 어느 곳에나 도둑이 많았다. 그래도 건장한 아들이 여럿 있는 경우, 도둑이 들지 않으며 동네에서 권세가 대단하였다. 하지만 요즘에는 건장한 아들이 없어도 안전하다. 물리적 안전을 확보하는데 아들의 가치가 사라진 것이다.

농경사회에서는 아들에 대한 사랑이 매우 컸다. 같이 보내는 시간이 많으며 아들이 매우 중요했기 때문이다. 요즘도 자녀에 대한 사랑은 여전하나 과거에 비하면 많이 감소한 것이 사실이다.

과거에는 자녀가 출세를 하면 부모도 대우를 받았으나 요즘에는 자녀가 성공을 해도 부모에 대한 영향은 거의 없다. 오히려 자녀를 양육하는데 시간을 빼앗겨 존중 욕구와 자아실현 욕구를 충족하는데 방해가 된다.

과거 농경사회에서는 자녀의 가치가 매우 컸다. 특히, 아들의 가치가 컸다. 그래서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기필코 아들을 낳으려고 했다. 그런데 요즘에는 자녀의 가치가 사라졌다. 특히 아들의 가치는 마이너스이다. 그래서 아들 낳으면 축하한다는 말을 듣기 어렵다.

비혼이 증가한 것은 남편이 여성의 행복에 기여하는 바가 감소하여 남편의 가치가 하락하였기 때문이다. 출산율이 하락한 것은 자녀가 엄마의 행복에 기여하는 바가 감소하여 자녀의 가치가 하락했기 때문이다. 출산율 회복을 위해서는 가정의 가치, 남편의 가치, 자녀의 가치가 회복되어야 한다.

▲그림. 자녀의 가치가 감소하면 출산을 기피한다.

▲김민식 칼럼리스트, 두리저출산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