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을 기피하는 이유 중에 하나가 ‘일, 가정 양립이 어렵다’는 것이다. 과거 농경사회에서는 아이를 10명이나 낳고 하루 종일 일하며 살았는데 요즘에는 아이 하나 키우면서 죽는 소리한다. 그 이유를 살펴보자.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가사 노동시간이 가장 짧은 국가이다. 또한 가사노동시간이 매우 빠르게 짧아지고 있는 국가이다. 여성의 가사노동 시간은 2007년 하루 264분에서 2014년 152분으로 7년 동안 42%나 감소하였다. 세탁기, 청소기, 전기밥솥 등의 가전제품과 편리한 주택으로 가사노동시간이 크게 감소하였다. 최근에는 가족의 수가 감소하고 간편식이 유행하여 더욱 짧아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출산율은 오히려 감소하고 있다. 가사노동시간이 크게 감소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출산율이 상승하지 않은 것을 보면 ‘일, 가정 양립의 어려움’은 핑계에 불과한 것처럼 보인다. 여성들이 ‘일, 가정 양립의 어려워 아이를 못 낳는다’라고 이유는 무엇인가 살펴보자.

과거 농경사회에서는 물리적 안전이 확보되지 않았다. 어디에나 도둑이 많았다. 사람 반, 도둑 반이었다. 혼자서 외딴 곳을 가다 강도를 만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맹수도 많았다. 그래서 사람들은 마을을 이루고 공동으로 안전을 지키며 살았다. 농사를 짓는 것도 이웃의 도움이 필요한 경우가 많아 사람들은 모여 살 수 밖에 없었다. 혼자서는 도저히 살 수 없었다. 특히 여성의 경우에는 더욱 그러하였다.

하지만 요즘에는 어디든지 안전하고 열심히 일하면 혼자서도 얼마든지 먹고 살 수 있다. 다양한 복지제도까지 갖춰져 혼자 사는 것이 더욱 용이하게 되었다. 사회적으로 물리적 안전과 경제적 안전이 확보된 것이다. 이에 따라 사람들은 더 이상 물리적 안전과 경제적 안전에 신경 쓰지 않는다. 물리적 안전과 경제적 안전이 확보된 사회에서는 사람들은 존중 욕구, 자아실현 욕구, 호기심 욕구에 집중한다.

그런데 이러한 욕구를 충족하는 것은 혼자 하는 것이 유리하다. 혼자 살면서 자신의 일에 집중할 때 성공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남편과 아이들이 있는 경우 시간을 빼앗기게 되어 자신의 일에 집중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물리적 안전과 경제적 안전이 확보된 사회에서는 존중 욕구, 자아실현 욕구, 호기심 욕구에 집중하면서 혼자 사는 것을 선호하게 된다.

현대 사회는 지식사회이다. 지식이 중요한 사회이다. 지식이 성공과 부를 결정한다. 따라서 사람들은 평생 공부한다. 공부를 하려면 자신에게 집중해야 하는데, 아이를 양육하는 것은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하여 공부를 어렵게 한다. 고학력자들이 비혼율이 높고 출산율이 낮은 이유이다.

현대사회는 세계화 사회이다. 과거에는 생활 범위가 매우 좁았으나 현대에는 교통과 통신이 발달하여 전 세계가 열려 있다. 과거에는 자신이 사는 지역에서 1등을 하면 상당한 명예와 부를 얻을 수 있었지만 현대에는 나라에서 1등을 해도 별로 알아주지 않는다.

현대사회에서는 무슨 일을 하든지 전 세계에서 최고가 되어야 한다. 모두가 1등을 하려고 치열하게 경쟁하는데, 아이를 양육하는 것은 자신의 일에 몰두 할 수 없게 만든다. 이러한 이유로 아이를 기피하게 된다. 이러한 현상은 특히 자신의 일에 열성인 전문직 여성과 성공한 여성에게 많이 나타난다. 고소득일수록 출산율이 낮은 이유이다.

전문직도 아니고 고학력도 아니고 업무가 바쁘지도 않은 여유 있는 직장에 다니는 여성도 시간이 없기는 마찬가지이다. 요즘에는 여가를 즐기는 방법이 넘쳐난다. 철따라 여행을 가야하고, 유행하는 영화도 봐야 하고, 게임도 해야 한다. 운동도 해야 한다. 드라마도 챙겨봐야 하고 동창회 모임에도 나가야 한다. 등산도 해야 하고 카톡도 하고 밴드도 해야 한다. 유튜브는 보고 싶은 것이 넘쳐 난다. 요즘 유행하는 웹 소설도 봐야한다. 일을 않고 공부를 안 해도 도대체 시간이 없는 세상이다. 전업주부도 같은 이유로 바쁘기는 마찬가지이다.

‘일, 가정의 양립이 어렵다’는 것은 일과 공부, 놀이가 크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요즘 세상은 시간이 부족하고, 시간이 매우 소중한 세상이다. 과거보다 가사노동시간은 크게 감소했지만 도대체 시간이 없다. 아이를 양육할 시간은 더욱 없다. 공부에 집중하는 여성이건, 일에 집중하는 여성이건, 편안한 인생을 보내는 여성이건, 집에서 살림만 하는 여성이건 모두 아이를 안 낳는 이유이다.

이렇게 시간이 부족한 사회이기 때문에 남편이 아이 양육을 돕지 않으면 ‘독박육아’라는 생각이 들고 크게 불만을 갖게 된다.

이렇게 변화된 사회에서는 남편이 여편의 상황을 이해하고 육아를 함께 해야 한다. 또한 조부모가 적극적으로 육아를 도와야 한다. 부부가 모두 일을 하는 경우 조부모가 양육을 돕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장 좋은 방법이다. 출산율을 올리기 위해서는 남편의 적극적인 동참과 조부모의 협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