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남북한의 출산율 변화

1945년경 우리나라의 출산율은 10명 정도로 추정된다. 대부분의 여성은 아이를 8~ 12명 정도 낳았으며 그 중 넷은 영유아기에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 당시에는 영유아 사망률이 높아 ‘반타작하면 잘한 것이다’라고 어른들이 말하곤 하였다.

해방될 즈음 남북한의 출산율은 큰 차이가 없었을 것이다. 해방과 함께 남북한은 갈라지고 출산율은 다른 행보를 보인다.

1945년 해방과 함께 소련군이 북한을 통치하고, 1948년 북한 정권이 수립되면서 사회주의 정책을 편다. 무상 배급, 무상 육아, 무상 교육, 무상 의료, 무상 주택, 무상 일자리까지 제공하였다. 해방 전 북한지역에 공장이 많았기 때문에 북한이 남한보다 잘 살았다. 또한 공산권의 막대한 원조와 소련식경제개발 모델을 도입하여 경제가 빠르게 성장했다. 1961년 북한의 GDP는 195 US$로 남한의 82 US$ 보다 2.5배나 높았다. 이와 같이 잘 살고 복지가 매우 잘 갖춰져 있었는데 출산율은 오히려 남한보다 빠르게 하락하였다. 이 당시 북한은 특별한 산아제한정책을 펴지도 않았다. 오히려 625전쟁으로 감소한 인구를 보충하고자 출산장려정책을 폈다. 1949년 북한의 인구는 962만이었으나 1953년에는 849만명으로 감소하였다. 625전쟁으로 많은 사람들이 죽거나 남한으로 이주하였기 때문이다. 이러한 인구감소를 극복하고자 625직후부터 1960년대까지 출산장려정책을 폈다. 임산부에 대하여 무상의료, 의사담당제를 실시하였다. 전국적으로 완벽에 가까운 탁아소를 설치하고 다자녀 가구를 우대하였다. 북한의 탁아소 제도는 24시간탁아소, 주탁아소, 2주 탁아소, 한달탁아소 등을 운영하여 육아에 어려움이 없이 일할 수 있도록 하였다. 탁아소 보모는 대부분 노인이 담당하였으며, 이러한 탁아소는 1990년대 경제 위기가 올 때까지 유지되었다.

이러한 완벽한 탁아소와 복지에도 불구하고 출산율은 남한보다 빠르게 하락하였다. 강력한 출산장려정책을 실시했음에도 불구하고 1960년대부터 산아제한정책을 실시한 남한보다 출산율이 더 빠르게 하락하였다.

이것은 다른 사회주의 국가에서 보여주는 바와 같이 사회주의에서는 자녀가 부모에게 주는 이익이 매우 적기 때문이다. 출산율에 있어서 자녀로부터 얻는 이익이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지 짐작할 수 있다.

남북한의 GDP가 1973년에 역전되는데, 남한의 GDP가 북한을 앞지르면서 남한의 출산율은 가파르게 하락하고 북한의 출산율은 하락세가 완만해진다. 소득이 높아질수록 출산율이 감소하는 것을 잘 보여준다.

남한에서는 1960년대부터 산아제한 정책을 실시하였으며 1970년대부터는 더욱 강력하게 실시한다. 북한도 1970년부터 산아제한정책을 실시한다. 인구가 급증하였으나 식량 부족이 심각한 것, 남한이 산아제한정책을 실시하는 것 등이 영향을 주었을 것으로 생각한다. 국가에서 피임을 시켜주고, 첫째 출산에는 150일, 둘째 출산에는 100일 휴가를 주던 것을 셋째 이상 출산시에는 출산 휴가를 주지 않았다. 이러한 북한의 산아제한정책은 남한의 정책에 비하면 약한 정책이었다.

하락하던 북한의 출산율은 1998년 이후 더 이상 하락하지 않는다. 1998년 9월부터 출산장려정책을 실시했으며 매우 실효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1989년 폴란드인민공화국이 붕괴되고 1991년에는 소련, 1992년까지 나머지 동구권 사회주의 국가가 모두 붕괴된다. 소련과 동구권 사회주의 국가의 원조가 끊어지고 교역이 감소함에 따라 북한의 경제는 추락한다. 경제가 점점 악화되어 1990년대 중반에는 배급이 중단되며 이로 인하여 300만명 정도의 아사자가 발생한다. 625전쟁때보다도 더 많은 사망자가 발생한 것이다. 이로 인하여 노동력과 군병력이 부족하자 1998년부터 출산장려정책을 실시한다. 임신여성과 산모, 4살 이하 어린이에게 식량 우선 제공, 4명 이상의 자녀를 둔 여성에게 특별 보조금 지급, 아이가 3명일 경우 산후 4개월부터 12개월까지 휴직, 4살까지의 어린이가 있는 여성 노력동원 면제, 3명 이상의 자녀를 둔 가구에 주택 우선 배정 등을 하였는데 북한의 경제사정상 실시되었을 가능성은 낮다.

북한은 규제 정책도 실시하였다. 가장 강력한 실효성 있는 정책은 2자녀 이상 있는 부모에게만 당원 자격을 주는 것이다. 북한에서는 출세하기 위하여 당원이 되어야 하기 때문에 이 정책은 매우 효과가 있었다.

북한은 2015년부터 피임을 금지하고 있다. 피임을 금지하는 세계 유일의 국가이다.

북한의 열악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남한보다 출산율이 두 배나 높은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물리적 안전과 경제적 안전이 미흡하여 가족의 가치가 높기 때문일 것이다. 어려운 환경일수록 믿고 의지할 수 있는 것은 가족이기 때문이다.

당원 자격 같은 규제 정책도 큰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생각된다.

강력한 연좌제 때문에 가족의 가치가 상승한 것도 출산율이 높은 이유이다.

1990년대 경제 위기가 오면서 배급이 중단되어 사회주의가 퇴조한 것도 긍정적인 역할을 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의 출산율은 더 이상 하락하지 않으며 출생아수는 지난 60년간 큰 변화없이 일정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에 남한의 출생아수는 1970년대 100만명을 기록하기도 했으나 계속 감소하여 2018년 32만명을 기록하였다.

낮은 출생률로 인하여 남한의 군병력은 20년 후에는 북한의 1/7, 30년후에는 1/10 이하로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과 같은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김민식 칼럼리스트, 두리저출산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