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자기 이익을 위해 나라 공동체를 희생시키는 사람들

이승만은 먼저 권력자들의 해악(害惡)을 지적한다. 한때 세도(勢道)를 부리며 영광스럽게 살던 권력자들도 자기 직책을 잘못 수행하여 나라를 잃은 나머지 모든 영광이 사라졌다고 한다. 러시아를 의지하던 권력자들은 인심의 흐름을 무시하고 돈을 함부로 찍어내어 외국 상인들에게 피해를 주는가 하면, 동시에 자기 이익만 챙기다가 국민을 해쳤음을 지적한다(35). 이승만은 이들이 법을 악용하여 많은 국민들을 억울하게 만들었는가 하면, 자기 체통과 겉치레에 치중하고 놀이와 잔치에 몰두하다가 나라를 위해 해 놓은 것이 없다고 비판한다(35).

나아가 지방 권력자들은 선정(善政)을 베풀었다고 자랑하지만 실상은 백성들의 고혈을 빨아 먹으며 권력을 이용해서 자기에게 어울리지 않는 송덕비(頌德碑)나 세우고 기생과 풍악으로 질탕하게 놀기나 하며 나아가 심지어는 백성들을 사랑하는 어진(御眞) 관리들을 이유 없이 파면했다고 지적한다(36). 그 결과 국민들은 자기들의 억울함을 어디에 호소할 데도 없고 피해의식 속에서 살아갈 뿐이었다고 한다(36f.).

이승만은 그 당시에 사회정의가 전혀 없었음을 주목한다. 도적같은 권력자들은 큰 도적들은 죽이지 않고 자기들끼리 서로 봐주며 국민을 자기들의 호구(虎口)로만 알았다고 한다(37). 그런데 문제는 자기들이 누릴 무궁한 기틀을 만들어 놓았어도 세상 형편이 변한 저들이 먼저 화를 당하고 광풍에 떨어지는 꽃처럼 되었다고 한다. 더러는 외국으로 잡혀가고 더러는 재물을 써서 외국인 거류지에 보호를 신청해도 용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기를 보호해줄 공권력이 사라지니 자기들의 재산 모두를 보존할 수 없었는데 이승만은 이것을 천벌(天罰)을 받은 것으로 표현한다. 말하자면 나라가 없어지니 자기들의 좋은 것들도 잃어버릴 뿐 아니라 목숨도 부지할 수 없다는 말이다. 흥미로운 것은 공개념(公槪念)이 없는 권력자들이 개인도 패망함을 다음과 같이 잘 표현했다. “나라를 헐어다가 자기들의 집을 받치려고 한 것이 저희 집을 헐어버린 것이 되고 말았다”(38).

무엇보다 이승만이가 걱정한 것은 국민들의 자발적으로 무엇인가 하는 자유정신이 결여된 점이다. 그는 백성들이 내 나라의 일을 남의 것이라 미루어두어 돌아보지 않아 나라가 망하게 되었음을 경고한다(39). 이 말은 이승만이 보기엔 그 당시 우리 백성들은 스스로 자기를 지킬 줄 아는 자유정신이 없었다는 말이다.

그리고 그는 백성들이 나라 일에 대해 무관심함으로 사회풍토가 윤리적으로 타락했음을 지적한다. “악한 정사(政事)와 부패한 풍속이 날로 심해져서 음란하고 사특(邪慝)한 행실이 점점 늘어나고, 방탕하고 사치하는 길이 나날이 열려서, 경향(京鄕)의 대도회지를 보면 음탕하고 패악한 소굴(巢窟)이 되어 있다”(39).

이승만은 국제 무역 수지가 치우쳐서 나라 경제가 무너져 사람들의 생계수단이 줄어들어 인심이 강퍅해지니 모든 국민의 마음이 흐트러지고 그 결과 2천만 개의 마음을 가지게 되었다고 한다(39). 이승만은 이런 풍토가 백성들로 하여금 사회와 나라를 생각하는 공심(公心)은 사라지게 만들고 자기 이익만 추구하는 사심(私心)이 팽배해지도록 만들었다고 슬프게 바라본다(39).

요컨대 이승만은 나라가 망하는 원인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 모두가 공개념이 없이 자기 이익에만 몰두라는 것으로 본 것이다.

2. 나라를 일으키기 위한 처방

먼저 이승만은 남자라면 국가 개혁의 좋은 기회를 맞이하여 학문과 기술 발전의 포부를 안고 나라를 받들어야 된다고 주장한다(38). 공업을 세우는 자들이 부국강병에 공헌을 세우면 결국 많은 사람들의 존경과 인정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며 각자 노력할 것을 권면한다.

이승만은 남의 나라를 언급하며 그 국민들의 자유정신을 소개하는데 짐작하기로는 미국인 것 간다. 실제적인 예를 들어서 소개하는 것이 가장 설득력이 있기 때문이다. 그가 이 책을 집필한 것은 감옥 안에 있을 때였는데(1904년 6월 29일에 탈고함), 어떻게 미국과 같은 나라에 대해 잘 알고 있었는지 궁금하다. 아마 그는 선교사들을 통해 미국에 대해 들었을 것이고 독서를 통해 배웠을 것이다.

이승만의 눈에 미국인들은 1) 국가로부터 덕을 볼 생각을 하지 않고 각자 자기 직업을 평안한 마음으로 수행하며, 2) 그 누구도 다른 사람의 자유를 침해하는 일이 없음을 지적한다(40). 3) 또 모든 국민들은 서로 사랑하고 위로하면서 즐거운 낙을 누린다. 4) 서로 구원하고 불쌍히 여기는 중에 인정과 은의(恩誼)가 생기고, 5) 상업을 발전시켜 국제 무역으로 수익을 많이 얻으며, 6) 제조업과 농업을 발전시켜 풍족하여 사람을 귀중히 여기고, 7) 기계의 발달로 수족의 괴로움이 적다는 것이다(40).

그러면 이 나라 국민들은 어떻게 저렇게 부강하고 행복해졌을까? 원래 천부적인 재질(才質) 때문일까? 이승만은 그렇다고 보지 않고 이 나라에서 이루어진 교육을 주목했다. 즉 이 나라가 잘 사는 것은 국민 교화(敎化)를 통해서임을 지적한다. 국민의 의식(意識) 수준이 높아져서 법률이 밝아져 강포한 자들이 사라지며 사회는 공명정대해 지고 평화로운 가운데 국민들은 즐겁게 살고 있다는 것이다(41). 이승만이 특별히 주목하는 것은 인간의 삶을 불행하게 만드는 옛 법은 없애고 새법을 만들어 국민들이 풍성한 삶을 살게 한다는 점이다(41).

제 3장에서 이승만이 강조하고 싶은 것은 나라가 잘 살게 되는 것은 국민들의 의식 수준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여기서도 이승만이 국민들을 계몽하려는 의지를 지니고 있음을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