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 어 지 앙 (池 魚 之 殃)

池: 연못 지,  魚: 물고기 어,  之: 어조사 지,   殃: 재앙 앙.

지어(池魚)는 '연못속의 물고기'란 말인데, 붙여 풀이하면 연못 속 물고기의 재앙이라는 뜻으로, 아무 죄 없이 상관없는 사람이 엉뚱하게 화를 입는다는 얘기이다. 

중국 송(宋)나라 때 환태라는 사람이 귀한 보석을 가지고 있었는데, 어느 날 그가 죄를 범해 처벌을 받게 되자 보석을 가지고 달아났다. 이를 들은 왕이 보석이 탐이나 환퇴를 잡아 보석의 행방을 알아내라고 명령했다. 잡혀온 환태는 궁궐 앞 연못 속에 버렸다고 거짓으로 고했다. 그래서 연못의 물을 모조리 퍼내게 되었는데 보석은 나오지 않고 애꿎은 물고기만 모두 죽고 말았다는 옛 얘기에서 연유한다.

4.3 보궐선거 기간 중,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큰 실수를 저질렀다. 축구 경기장 안에 들어가 경기장 룰을 어기고 금지된 선거운동을 한 것이다. 본인은 법을 잘 모르고 실수를 했다고 변명을 하지만 그는 평생을 법관으로 살아온 사람이다. 덕분에 몇표를 더 얻었는지는 모르지만 애꿎은 경남 FC 구단은 2000만원의 제재금을 물게 된 딱한 처지에 놓였다. 모 기업이 없는 도민구단인 경남 FC에 가해진 제재금은 결국 경남 도민이 낸 피같은 세금에서 충당 할 수밖에 없다. 일부 정치인의 표에 대한 욕심 때문에 경남 도민이 지어지앙(池魚之殃)을 당한 것이다. 정치인에게 있어 ​유권자의 한표 한표가 얼마나 소중한지는 불문가지. 그래서 사람이 모이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간다. 평소에는 눈길도 주지 않던 질퍽거리고 비린내 나는 어시장 길도 아랑곳 않고, 새벽 찬바람 속에 환경 미화원 아저씨의 장갑낀 손도 덥석 덥석 쥐고 머리를 조아린다. 그 귀하신 몸들을 이끌고 재래시장 바닥에서 훌쩍 훌쩍 국밥도 아주 맛있다는 듯 먹고 돌아다닌다. 평시에도 그런건 절대 아니다. 몇 년에 한번, 선거 때만 되면 아주 겸손해 지는 것이 이 이상한 나라의 정치꾼 나으리들이다.

손흥민이도 잘하고 유현진, 강정호도 잘 하고 있다. 박세리 이후로 우리나라 여자선수들이 LPGA 트로피를 휩쓸고 있다. 본고장 선수들이 공한증(恐韓症)을 앓을 정도다.

세계 기능 올림픽에서는 우리 젊은 아들들이 사상 유래 없는 종합 9연패(連覇)로 거의 모든 금메달을 휩쓸어와 대한민국의 기술력을 세계만방에 떨치고 있다.

군에 갔던 옆집 아들 중식이가 늠름한 해병이 되어 휴가를 나왔다. 경례를 척 척 붙이며 동네 어른들께 인사를 다닌다. 든든하고 보기 좋다. 순대국집 큰딸이 장학금을 받고 대학에 들어갔다고 순대국집 마나님이 동네 어른들 모셔놓고 막걸리를 푸짐하게 대접했다.

우리 아들도 군 제대하고 취직이 되어 들떠있다. 월급의 절반은 무조건 적금에 넣어 아파트를 사겠다고 각오가 대단하다. 나? 늙었지만 이래봬도 금테 두른 의엿한 직장인이다. 중견회사 수위실에서 금테 두른 멋진 모자를 쓰고 구두도 반짝반짝 잘 닦아 신고 다닌다.

그러고 보면 우리들, 한때 개돼지로도 불리웠던 우리 서민, 국민들은 다 들 세금 꼬박꼬박 잘 내고 참 열심히들 잘 살아가고들 있다. 그래서 이런 부지런하고 재주 많고 정직하고 예의바른 (개돼지는 절대로 이렇게 살지 못한다.) 국민들의 노력 덕에 그나마 대한민국의 미래가 어둡지만은 않을 것 같다.

여기에, 애물단지 같은 저 정치꾼들만 조금 정신을 차려준다면 아마도 우리 대한민국의 장래는 훨씬 더 밝아질 것 같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