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자(孟子) 이루 상편(離婁 上篇)에, 순천자존(順天者存)​ 역천자망(逆天者亡) 이란 글귀가 나온다.

천리 (天理)에 순응하는 자는 ​번성하고 천리를 거스르는 자는 망한다고 했다.

천리란, 곧 자연의 섭리를 말 함이니, 세상만사 자연의 법칙​에 따라 물 흐르듯 순응하라는 뜻이다. 순리(順理)를 벗어나 무리(無理)를 하게 되면 결국 망하고 마는 것이다. 공자는 "군자는 천리(天理)를 알고 소인배는 모른다"라고했다.

만물의 영장이라 자처하는 우리 인간은 평소에는 順理와 無理를 잘 구분 하다가도 자칫 욕심이라는 문제에 맞닥뜨리면 분별력을 잃고 ​無理를 하다가 亡 하는 꼴을 흔히 볼 수 있다.

66년간 이어져오던 '낙태죄'가 헌법재판소에서 재판관 7대 2로 위헌 판결이 내려졌다. 기존 낙태죄의 형법은 낙태 여성과 시술한 의사 모두 처벌을 받게돼 있었다. 다만 의학적, 우생학적, 윤리적 사유가 있을 시 의사는 여성 본인과 배우자의 동의를 얻어 낙태 시술을 할 수 있도록 일부 허용조항이 있었다.

우리는 여기서 기존 낙태죄에서의 예외조항을 유념해볼 필요가 있다.

사회 여건상 낙태를 할 수밖에 없는 막다른 상황에 내몰린 여성들의 입장을 살필 때, 원치 않는 임신을 방조한 책임은 사회 구조적 환경을 조성한 정부와 사회 구성원 모두의 도덕적 해이에서 찾아야 한다는 말이다.

천주교 서울 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은 이에 대해 "여성들에게 고통을 주는 것은 형법의 낙태죄 조항이 아니라 낙태로 내 몰리는 여러 가지 상황"이라며, "낙태의 합법화가 그들을 위한 배려는 아니다"라고 하셨다. 지당한 말씀이다. 故 '장자연' 양의 안타까운 사건을 보더라도, 연극 영화 체육계뿐 만아니라 법조계에 까지, 사회 전반에 걸쳐 대 변혁을 요구하는 '미투'운동이 봇물을 이루고 있는 이 시점에 정부와 사회 구성원 모두가 이 여성 性 경시풍조와 현재 한국사회의 해이된 도덕관을 더 이상 방관해서는 안될 것이다.

여성이 낙태의 궁지에 몰리게 되는 환경을 힘 모아 개선하고, 그 후에 인간 생명의 존엄에 대해 진지한 성찰이 따라야 할 것이다.

낙태죄에 앞서 간통죄가 폐지된 바 있다. 이제 낙태죄마저 폐지되면서 눈도 못 떠본 여린 생명이 얼마나 스러질지 윤리의식이 붕괴 되어가는 서글픈 세태풍조에 편승해, 근자에 와서는 또, 피치 못할 사정에 의해서가 아닌, 개개인의 욕심 때문에, 내가 편히 살고자, 또는 홀가분하게 인생을 즐기기 위해 아기 갖기를 기피하는 성향도 많아지고 있다. 갈수록 출산율이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개개인의 행복추구권을 두고 왈가왈부 할 수는 없으나 이 역시 자연의 질서를 거스리는 것이 아닐까? 자연의 섭리대로 결혼을 하고 임신을 하고 출산을 하고 아이를 기르는 즐거움도 아울러 느끼는 것, 이것이 順理요 天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