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출산 19 ] 저출산 정책의 원칙

2019년 4월 11일 낙태죄가 위헌 판정을 받음으로써 출산은 전적으로 여성의 의사에 결정되게 되었다. 편리한 피임 도구에 더하여 낙태가 자유로워 짐에 따라 아이를 낳고 안 낳고는 여성의 마음에 달리게 되었다. 이제 아이는 여성에게 선택을 받아야 탄생할 수 있는 상품과 같다. 과거에는 시부모와 남편의 압력, 원하지 않았던 임신, 강간 등에 의해서도 아이가 태어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오로지 여성의 마음에 달려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어떻게 하면 출산율을 올릴 수 있을까? 그 기본 방향을 고민해본다.

첫째, 자녀의 가치를 높이는 정책이어야 한다. 자녀가 있음으로써 부모가 행복해지도록 해야 한다. 자녀가 많을수록 부모에게 이익이 되도록 해야 한다. 아이를 낳고 자녀가 커감에 따라 부모의 행복이 커진다면 누구나 기쁜 마음으로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을 것이다. 현재는 아이를 낳고 키우는 부담은 있는데, 자녀가 성인이 되고 취업해도 부모에게 돌아오는 혜택은 아무 것도 없다. 열심히 농사를 지었는데 아무런 곡식이 열리지 않은 것과 같다. 자녀는 부모에게 짐이 되는 시기에는 같이 살다가 취업하면 부모를 떠난다. 부모가 늙어도 부모를 부양하지도 않는다. 자녀가 돈을 아무리 많이 벌어도 부모에게 돌아오는 이익은 없다. 자녀가 부모에게 아무런 이익이 되지 않는 상품인 것이다. 가치가 없는 상품을 구매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것이 바로 저출산 문제의 본질이다. 자녀가 부모에게 이익이 되지 않는 한 출산율은 결코 상승하지 않을 것이다.

둘째, 여성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

과거에는 시부모 또는 남편이 출산을 결정하였다. 시어머니가 아들을 낳으라고 하면 아들을 낳을 때까지 아이를 낳아야 했다. 아들을 못 낳으면 쫒겨나거나, 남편이 새여자를 들여도 아무 말 못하고 참고 살아야 했다. 하지만 요즘은 전적으로 여성이 결정한다. 따라서, 여성에 초점을 둔 정책을 펴야 한다.

셋째, 혜택 받은 계층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

우리는 학생 때는 공부 잘하는 학생을 가장 부러워한다. 하지만 사회에 나와서는 돈 잘 버는 사람을 부러워하며 산다. 특히, 잘사는 동창은 부러움과 시기 질투의 대상이 된다. 우리는 겉으로는 부자를 욕하지만 속으로는 부러워하며 추종한다. 그들이 강남에 살면 강남에 이사가서 사는 것을 꿈꾼다. 그들이 명품백을 들고 다니면 무리해서라도 명품백을 산다. 그들이 철 따라 해외여행을 다니면 가까운 곳에라도 해외여행을 간다. 그들이 독신으로 자유롭게 살면, 자유롭게 혼자 사는 그들을 부러워한다. 서민들은 부자를 시기 질투하고 욕하지만 항상 그들을 부러워하며 추종한다. 이와 같이 서민은 부자를 동경하며 그들의 생활을 따라 한다.

현재 아래 그림과 같이 소득이 높을수록 출산율은 낮다. 이런 현상은 고스란히 서민에게 전이된다.

현재 우리나라의 출산장려정책은 서민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다. 서민들은 출산수당, 아동수당, 양육지원 등의 혜택을 받지만 항상 마음은 부자에게 가 있다. 따라서 부자가 먼저 결혼 하고 아이도 많이 낳도록 해야 한다. 같은 이유로 로마제국에서도 혜택 받은 계층을 대상으로 ‘정식 혼인에 관한 율리우스 법’을 제정하여 혼인율과 출산율 상승을 유도하였다.

우리나라도 서민 보다는 고소득 계층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 공무원, 교사, 교수, 은행원, 대기업직원, 의사, 변호사, 연예인 등의 고소득, 전문직 직종의 사람들이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행복하고 건강한 가정을 꾸리도록 해야 서민들도 결혼하고 아이를 많이 낳게 될 것이다. 아래 그림과 같이 소득이 높을수록 출산율이 높아져야 서민들의 출산율도 상승하게 된다.

▲그림. 현재 소득이 높은 사람일수록 출산율이 낮다. 소득이 높은 사람일수록 출산율이 높아야 서민들의 출산율도 상승하게 된다.

넷째, 실효성 있는 정책을 펴야 한다.

우리나라에는 수 많은 출산장려정책이 있으며, 2019년 30조 가까운 예산을 쓰고 있다. 정책이 너무나 많고 복잡해서 정확하게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혜택을 주면 그 때서야 이런 것도 있었구나 깨닫게 된다. 이렇게 체감이 안 되는 정책은 세금만 낭비할 뿐 효과가 없다. 정책은 사람들이 쉽게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간단 명료하고, 체감이 되어야 한다. 자세한 설명을 안 들어도 몸에서 느껴지도록 해야 한다. 또한 아이가 없는 사람과 비교하여 명확한 이익이 느껴지도록 해야 한다. 아이가 없는 사람과의 차이가 느껴지지 않는 정책은 출산장려정책이 아니며 출산장려정책으로서의 가치가 없다.

다섯째, 가족, 특히 조부모의 양육 참여를 적극 유도하는 정책을 펴야 한다.

과거에는 조부모가 육아를 담당하였다. 북조선에서도 할머니들이 탁아소에서 육아를 담당하였다. 조부모는 여러 장점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정책에는 조부모가 빠져있다.

조부모만큼 육아에 적합한 사람은 없다. 애정이 있기 때문에 가장 믿을 수 있는 사람이고 육아 경험이 있기 때문에 가장 유능한 사람이기도 하다. 가족 또는 조부모가 육아를 하면 탁아소에 데려다 주고 데려오는 번거로움도 피할 수 있다. 조부모가 육아를 하면 가족의 가치가 상승하는 효과도 있다. 요즘과 같이 바쁜 세상에 육아 덕분에 자주 보고 많은 시간을 같이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조부모 세대는 다가오는 인구 감소 시대에 유일하게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기도 하다. 따라서 조부모가 손주 육아를 돕도록 하는 정책은 매우 현실적이다.

여섯째, 효과가 평생 지속되는 정책 또는 노년에 발효되는 정책이 바람직하다.

출산수당의 가치는 출산수당을 받으면 끝난다. 아동수당의 가치는 자녀가 6세가 되면 끝난다. 이런 정책도 좋지만 평생 또는 노년에 혜택을 보는 정책이 더 바람직하다. 사람들은 젊었을 때 보다는 일을 할 수 없는 노후를 더 많이 걱정한다. 따라서, 자녀가 부모의 노후에 도움이 되도록 하면 출산율 상승에 효과가 클 것이다.

현재의 출산장려정책에는 저출산 문제의 본질과는 맞지 않는 정책들이 많다. 그 결과 많은 예산을 지출하면서도 출산율 상승 효과는 없다. 저출산 문제의 본질을 생각하면서 출산장려정책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

▲김민식 칼럼리스트, 두리저출산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