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牛步) 황성철(黃成喆​) 칼럼리스트

사생취의(捨生取義)

捨: 버릴 사, 生: 날 생, 取: 취할 취, 義: 옳을 의.

정의를 위해 목숨을 바침.​

격동의 세계사 속에서 수많은 시련을 이겨내고 이 나라가 이만큼 우뚝 설수 있었던 것은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의로운 영령들이 계셨기 때문이다.

현충일을 맞아 모든 국민과 함께 호국 영령들의 명복을 빌어 올립니다.

18세 여린 나이에 강철같은 의지로 일제에 맞서다 감옥에서 모진 고문 끝에 참혹하게 돌아가신 유관순 열사, 그 피를 이어받고 살고 있는 대한민국인이라면 결코 잊어서는 않될 만세의 횃불이다. 유관순 열사는 옥중서신 속에 "나라에 바칠 목숨이 오직 하나밖에 없는 것이 이 소녀의 유일한 슬픔입니다" 라고 쓰셨다. 이 지고지순한 애국심에 앞에 머리 조아리지 않을 자 누가 있겠는가? 유관순 열사야말로 '사생취의'의 표본이라 할 것이다.

그리고 안중근 의사께서 순국 직전에 소련 언론에 보도된 동포에 남긴 유언을 보면, "내가 한국독립을 회복하기 위해, -중략- 풍찬노숙을 하다가 마침내 그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고 이곳에서 죽노니, 우리 이천만 형제, 자매는 각각 스스로 분발하여 학문을 힘쓰고 실업을 진흥하여, 나의 끼친 뜻을 이어 자유 독립을 회복하면 죽는 여한이 없겠노라." 하셨다. 이러한 사생취의(捨生取義) 하는 대한남아의 당당한 기개는, 당시 '이토오 히로부미' 저격사건에 관심을 기울인 전 세계의 언론에 한결같은 존경과 찬탄을 불러 일으켰다.

그리고 안중근 의사의 어머님 '조 마리아' 여사의 피눈물 머금은 서신 역시 우리 후대의 가슴에 깊이 새겨야할 교훈 이었다. 일제의 사형언도를 받은 옥중의 아들에게 "네가 만약 늙은 어미보다 먼저 죽은 것을 불효라 생각한다면 이 어미는 웃음거리가 될 것이다. 너의 죽음은 너 한사람의 것이 아니라 조선인 전체의 공분(公憤)을 짊어지고 있는 것이다. 네가 항소를 한다면 그것은 일제에 목숨을 구걸하는 것이다. -중략- 대의에 죽는 것이 이 어미에 대한 효도이다. 여기에 너의 수의를 지어 보내니 이 옷을 입고 가거라" 라고 쓰셨다. 이제 곧 죽어갈 아들의 수의를 만들어야 하는 어머니의 심정이 어떠했겠는가? 마는 이 위대한 어머니는 민족을 위해 아들이 일제 앞에 당당하기만을 바라셨다.

민족을 위해 목숨을 바친 모든 영령들의 숭고한 유지(遺志)를 다시 한번 되새기자. 그 분들께 부끄럽지 않은 후대가 되는 길은 각각 학문을 힘쓰고 실업을 진흥하는 것이다. 학생은 학생답게, 군인은 군인답게, 정치인은 정치인답게 본분을 다 하고 있는지 사죄하는 마음으로 스스로들 돌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