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정부가 저출산 문제에 큰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출산율이 1.08명을 기록한 2005년부터이다. ‘저출산ㆍ고령사회기본법’을 제정하고 저출산ㆍ고령사회위원회를 설치하여 2006년부터 5년 주기의 저출산ㆍ고령사회 기본계획을 수립하였다. ‘저출산’이라는 이름으로 예산이 편성된 것은 2006년부터이다. 정부는 이때부터 저출산 분야에 많은 예산을 투입한다. 2006년 2.1조원에서 시작하여 2016년 21.4조원으로 10년 만에 10배 증가한다. 올해에는 더욱 증가하여 34.3조원으로 추정된다. 3년 만에 12.9조원이나 증가한 것이다.

올해 저출산 예산 34.3조원을 예상 출생아수 30만 2천명으로 나누면 아이 한 명당 1억1300만원이 된다. 이와 같은 저출산 예산에는 몇 가지의 큰 문제가 있다.

첫째, 저출산의 원인에 대한 정확한 진단 없이 돈을 투입하면 출산율이 올라갈 것으로 단정하고 예산을 집행한 것이다.

둘째, 많은 예산을 저출산 분야에 지출하고 있지만 출산율은 오히려 하락하고 있으며, 앞으로 저출산 예산을 더욱 늘려도 출산율은 오를 것 같아 보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존 정책을 고수하고 있는 것은 큰 문제이다.

셋째, 아이 한 명당 1억원 이상의 예산을 쓰지만 아이를 낳은 부모는 전혀 그렇게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다.

정부의 저출산 대책은 결혼부터 임신과 출산, 보육, 교육, 취직 지원까지 출산과 양육 환경을 개선하여 출산율을 끌어 올리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신혼부부 주거지원, 출산수당 지급, 난임부부 지원, 산모 의료 지원, 육아휴직 지원, 무상보육, 교육지원, 아동수당 지급, 공공어린이집 확대, 돌봄 교실, 청년 일자리 지원 등, 다양한 정책들을 시행해 왔다.

문제는 이 정책들이 대부분 출산과 양육 환경 개선을 위한 것이지 자녀의 필요를 올리기 위한 것은 없다는 것이다. 지자체에서 지급하는 수백만원의 출산수당만이 필요의 만족도를 올리는 유일한 예산이다. 아이를 낳는 것은 부모인데, 부모를 위한 예산과 정책은 거의 없다. 아무리 결혼과 출산, 육아 환경을 개선하여도 출산율이 상승하지 않는 이유이다. 출산과 양육 환경은 개선하였지만 자녀에 대한 필요는 감소시켰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노인복지 예산은 노인의 증가와 함께 꾸준히 증가하여 2017년 14.3조원을 기록하고 있다. 노인복지 예산과 저출산 예산을 더하면 48.6조원이 되며 2019년 예상 출생아수로 나누면 1억 6천만원이나 된다. 이 예산으로 자녀 한 명당, 1억 5천만원씩을 지급하면 필요조건의 만족도가 상승하게 되어 출산율이 상승하게 된다. 이 돈을 자녀수에 따라 노인이 되는 65세부터 지급하면 저출산 문제와 고령화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