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중지봉(麻中之蓬)

麻: 삼 마, 中: 가운데 중, 之: 어조사 지, 蓬: 쑥 봉.​

삼밭 속의 쑥이라는 말. 즉 삼은 곧고 크게 자라는 식물인데, 쑥이 그 속에 섞여 자라면 삼의 성질을 닮아 같이 곧게 자라게 된다는 뜻으로, 선한 사람과 어울리면 그 영향을 받아 함께 착해진다는 것이다. ​

태어날 때의 여건이 어찌됐던 자라는 환경에 따라 사람의 심성이 변화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라나는 자식들에게 애써 좋은 환경을 말 들어 주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맹모삼천지교(孟母三遷之敎)가 좋은 예일 수 있겠다. 그 반대로 근묵자흑(近墨者黑)이란 말이 있는데 먹을 가까이 하면 검은 물이 든다는 뜻으로, 나쁜 사람과 가까이 어울리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나쁜 물이 든다는 얘기다.

어느 동네에나 현실성 없는 일확천금을 꿈꾸며 경마나 도박 등에 빠져 가산을 탕진하는 사람들이 있게 마련인데, 이런 사람들 이야말로 가까이 하면 안되는 먹물 통이다.

경마장이나 '강원랜드' 등, 도박장 인근도시의 사우나에 가 보면, 많은 재산을 탕진하고 집에도 돌아가지 못하고 죽지 못해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 모여 끼리 끼리 신세 한탄 하고 있는 모습들을 볼 수 있다.

문제는 도박의 중독성과 근묵자흑, 즉 전염성이다. 경마나 도박에 빠진 사람은 주위의 친구나 지인을 끌어 들인다. 홀로 망하는 것이 아니라 주변까지 망치는 것이다. 이런 친구들을 가까이 하면 폐가망신 하기 십상이다.

여기서 더욱 조심해야 할 부류가 있는데 부정직한 정치인들이다. 우리의 정치꾼들 중에서도, 좋지 않은 폐습에 물들어 정치생명을 스스로 단축시키는 우(愚)를 범하는 어리석은 사례를 많이 볼 수 있다.

국민을 위해 사용하라고 국민에게서 위임받은 권력을, 마치 제 것처럼 사용해 부정직한 재물을 챙긴다든지, 권력을 사용해 자식이나 지인을 좋은 자리에 앉힌다거나 교묘히 군 기피를 하고, 공천권을 돈으로 사고 팔고 하여 구속되는 사례 등등, 이것이 다 근묵자흑이다.

정치 초년생들이 처음부터 비리 방법을 잘 알아서 저지르는 범죄가 아니다. 처음에는 청렴했지만은 경력이 늘면서 검은 유혹에 물들어 가는 것이다. 그렇게 선배 정치인들의 처세를 보고 배워서 따라하는 경우가 대부분임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스페인의 소설가 '세르반데스'는 " 당신의 친구에 대해서 내게 말해보라. 그러면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내가 말해 주겠다." 라고 했다. 친구를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는 우리의 속담과 뜻이 같다.

마중지봉 (麻中之蓬)이란, 진실되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주변 인물이나 환경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역설(力說)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