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숙희 박사, 칼럼니스트, 호주 University of Western Sydney호주에 이민온 지 25년도 넘게 되던 해 모국에서 여성이 최초의 대통령이 되었다는 소식이 날아왔다. 아! 모국도 경제성장 만큼 정치적 후진성도 벗어나 다른 나라처럼 여성이 대통령이 될 정도로 민도가 높아졌구나. 라고 기뻐했다.
그러나 마음속으론 남존여비사상이 아직도 깊숙이 자리 잡고 있는 한국 남성 위주의 문화에서 그녀가 살아남을지 내심 불안했다. 그 불안이 현실이 되어 모두가 그녀를 떠난 자리에 나 혼자 뒤늦게 그녀를 위해 이리 저리 뛰며 울고 다녔다. 그런 나에게 또 한번 내 주위의 사람들은 작은 탄핵의 폭탄을 던지는 것을 보고 박대통령의 탄핵을 여성 비하와 질투 심리학적 관점에서 생각하게 되었다.
박대통령이 당선되기 훨씬 오래 전에 아시다시피 세계 선진국과 후진국에서 여성이 대통령이나 총리가 된 나라들이 많았다. 예를 들어, 영국에서 테레사 메이, 독일에서 앙겔라 메르켈, 뉴질랜드에서는 재신더 아던 총리가 1980년생으로 최연소 총리로 당선되었다. 더욱이 후진국에서 조차 여성이 대통령이나 총리가 된 사람들도 많았다.
아르헨티나에서 세계 최초의 여성 대통령 이사벨 페론이 1931년에 당선된 이후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62년생)가 2011년 재선에 성공하여 세계 최초로 부부가 대통령으로 선출되었다. 브라질 지우마 호세프(47년생), 칠레에서는 미첼 바첼레트(51년생)가 최초의 여성 대통령으로 선출되었다. 아프리카 대륙의 라이베리아에서도 엘런 존슨 설리프(38년생)와 공산 국가인 크로아티아에서도 그라바르 키타로비치(68년생)가 첫 여성 대통령이 되었다.
동양에서는 차이 잉원(56년생)이 최초의 미혼 여성으로 대만 총통이 되었다. 방글라데시의 셰이크 하시나 총리(47년생)가 2009년 재집권하여 아직 총리직을 이어가, 나와 같은 대학에서 근무하는 방글라데시에서 온 교수가 그 총리를 자랑할 때 마다 부럽기도 하며 모국의 박근혜의 처지와 비교하게 된다. 그녀들 중 박근혜 처럼 당한 여성 대통령이나 총리는 없다. 내가 볼 때 박근혜는 그녀들 못지않은 군계임에도 불구하고 탄핵을 당한 걸 보면 모국은 여성을 대통령으로 받아 들일 준비가 안된 수준이라 생각하게 된다.
나는 박근혜 탄핵사태를 보면서 사회 저명 칼럼니스트들이 아무도 탄핵을 여성사회학적으로 해석하는 사람이 없었다는 사실이 늘 이상했다. 탄핵을 여성차별이라는 관점에서 보는 것은 바로 자신들이 시대에 뒤졌다는 치부를 드러내는 것 같아 일부러 깊이 숨기고 말하지 않는지도 몰랐다. 52년생 박근혜의 탄핵은 여성 차별적 사고와 지도자 끌어내리기, '질투' 또는 ‘쌤통 심리’ 때문이다.
먼저, 여성 대통령도 한국여자라는 굴레에서 벗어나진 못한다고 감히 보는 이유는 바로 실제 탄핵과정에서의 증거와 나의 객관적 경험에서 확신한다. 여성을 바라보는 시선이 바뀌었다 해도 박통이 당선된 당시만도 여성에 대한 억압 프레임이 사회 기저에 깔려 있었다고 본다. 최순실이라는 한 소위 무식한 여자를 멀리하지 못해 공사를 구별하지 못한다고 덮어 씌웠다. 그뒤 최순실의 아바타로 굴레 씌워 무능하다고 했다. 그뒤 또 그 당시 여성에게 가장 치명적인 최태민과의 관계와 청와대 비아그라 소지, 정윤회와의 불륜, 섹스 동영상 등, 부도덕 성문란의 가짜뉴스를 양산했다. 온 사람들이 집단 최면에 걸려 집단 지성의 마비가 일어나며 5% 빼고 그녀에게 마구 돌을 던졌다.
이혼율이 세계 1위로 오를 만큼 여성권위가 신장되었는데도 소위 한국 페미니스트들은 어디로 숨었는지 박근혜의 탄핵에 침묵했었다. 아니, 조금 똑똑한 여성들은 한 술 더 떠 방송에 나와 앞서 그녀를 비하하고 깔아뭉개었다. 한국 남성들은 박통편이건 아니건 박근혜 라는 여자를 배반하며 무참히 짓밟기 시작했다. 그 당시는 아직도 남편이 추운 겨울밤에 아내에게 담배 사오라고 툭 던지고 아내가 그냥 내일 아침까지 참으라고 하면 그 자리서 고함을 치며 여자가 남편 말을 안 듣는다고 억지로 사 오게 내모는 그런 세대였다. 대부분의 관객은 또 남의 일 인양 탄핵의 돌팔매를 멀찌기 보며 침묵하는 방관자로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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