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갖 할인 제도에 전기요금 누더기...복지·산업정책은 재정으로 추진해야"

전문가 "미리 예견됐던 일, 탈원전 정책 수정해야"

한국당 "전기요금 인상요인 분명한 상황, 총선 이후 올리겠다는 꼼수"

'전기요금 특례할인을 모두 없애겠다'는 김종갑 한전 사장의 발언에 내년 총선을 앞둔 정치권에 파장이 일고 있다.

30일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한전 전기요금 특례할인 일몰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탈원전 이후 매년 영업적자를 기록하던 한전이 결국 엄청난 경영적자를 견디지 못해 사실상 전기요금을 인상하겠다고 실토했다"며 "이로써 대통령, 국무총리, 주무장관인 산업부장관에 이르기까지 전기요금 인상은 없을 것이라던 약속은 대국민 사기극으로 드러났다"고 성명을 발표했다.

이어 "글로벌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한전의 신용등급을 BBB에서 투자적격등급 중 가장 낮은 BBB-로 한단계 하향 조정했다. 한때 12조원의 영업이익을 내던 초우량 회사가 탈원전 3년만에 최하위 투자등급으로 추락한 것"이라며 "이런 한전의 경영위기는 문재인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추진하면서 예고된 것이었다. 발전비용이 가장 적게 드는 ‘원전전기’ 대신에 발전비용이 2~3배나 비싼 석유, LNG, 태양광 같은 ‘탈원전 전기’를 사용하겠다면서 전기요금 인상이 없다는 말 자체가 과학적 기만이고 사기극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30일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한전 전기요금 특례할인 일몰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에너지정책을 비판하고 나섰다. [사진=최연혜 의원실]

또한 "정부 여당은 어떻게든 전기요금 인상을 감추기 위해 내년 4월 총선 이후인 6월로 개편안을 미뤄놨었지만 금년 상반기에만 9000억원의 적자, 상반기 기준 부채 122조8995억원을 기록한 한전이 6개월을 못버티고 전기요금 인상을 시작한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 金 "온갖 할인 제도에 전기요금 누더기...복지와 산업정책은 재정으로 추진해야"

김 사장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연간 1조원에 달하는 한국전력 적자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돼 온 한시 특례할인 제도를 없애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새로 특례할인을 도입하지 않고, 현재 운영 중인 특례할인은 모두 일몰시키겠다는 것이다.

현재 한국전력은 주택용 절전 할인, 신재생 에너지 할인, 에너지저장장치(ESS) 충전 할인, 전기차 충전 할인, 초·중·고교 및 전통시장 할인 등 여러 할인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김 사장은 "온갖 할인 제도에 전기요금이 누더기가 됐다"며 "복지와 산업정책은 재정으로 추진하는 게 맞다. 요금 할인보다 바우처 제도를 활용하는 게 낫고, 그보다 더 좋은 것은 소득 보조 형태의 현금 지급"이라고 강조했다. 김 사장은 지난 11일 국정감사에서도 "전기요금을 지금 내가 안 내면 언젠가 누군가는 내야 한다"며 전기요금 인상을 시사했다. 현재 한전은 주택용 절전 할인, 신재생 에너지 할인, 에너지저장장치(ESS) 충전 할인, 전기차 충전 할인, 초·중·고교 및 전통시장 할인 등 여러 할인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한국전력

◇ 전문가 "미리 예견됐던 일, 탈원전 정책 수정해야"

이덕환 서강대 명예교수는 "국내를 넘어 해외 신용평가가 떨어지는 상황에서 한전도 더 이상 정부 말만 듣고 있을 수가 없을 것"이라며 "미리 예견했던 일이 벌어지기 시작한 것이고, 전기요금 인상은 더 이상 거부할 수 없을 것이다. 탈원전에 대한 심각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용훈 카이스트 교수는 "한전 사장의 소극적 저항"이라며 "1조 정도 만회하는 것인데 원전으로 잃은 것이 수조원이다. 하고 싶은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지만 다는 못하고 한숨만 쉰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전 측은 별다른 대응을 할 게 없다는 입장이다. 한전 관계자는 "사장님께서 직접 인터뷰하신 내용이 맞다"면서 "CEO로써 회사 경영 정상화를 위한 자신의 철학을 밝히신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한전은 자체 전기 요금 개편안을 오는 11월 말까지 마련하고, 내년 상반기까지 정부와 협의를 거쳐 최종안을 확정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