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최대의 한 사변이 있다면 무신론적 유물론주의와 공산당운동일 것이다. 1917년, 당시 소련의 수도였던 페테르부르크에서 볼셰비키(다수당) 혁명으로 정권을 잡은 레닌은 세계사의 한 획을 그었던 일이다. 바로 이것이 1918년 러시아공산당으로 개칭되어 지구상에 최초의 사회주의국가를 수립하고, 명실공히 국제공산주의 운동의 종주국을 이루었던 소련공산당이다.

지난 1991년 8월 29일 소련연방 최고회의는 찬성 283표, 반대 29표, 기권 52표라는 표결로 소련에서의 모든 공산주의와 공산 활동을 못하도록 하는 전면 정지를 결정하였다. 말하자면 공산주의 신봉자들에 의해 공산주의를 사형시킨 것이다. 그리고 소련 여러 공화국들의 광장들에서 레닌의 동상이 무너뜨림을 당하여 사람들의 발에 짓밟히고, 그의 초상이 불에 태움을 당하고, 낫과 망치로 그려진 붉은 공산주의 깃발은 내려오고, 러시아 고유의 삼원색 깃발이 모스크바 광장의 창공에 나부끼고 있다.

이를 가리켜 세계의 매스컴들은 연일연야 마르크스와 레닌의 치욕과 파산, 레닌주의의 종말, 마르크스와 레닌주의의 사망선고, 공산주의의 조종 등 온갖 언어들이 동원되어 이 세계사적 변혁의 장면들을 묘사하고 있다.

바로 74년 전, 그 장소 혁명의 광장에서 다시 그 공산혁명을 뒤집고 일어나는 또 다른 혁명의 현장이 되고 있다는 이 사실이다. 이것은 무신론적 유물론과 공산주의의 죽음을 뜻한다. 자본주의의 필연적인 멸망과 함께 유물론적 공산주의의 필연적인 승리를 부르짖고 ‘세계의 노동자들이여 모여라!’고 외치며 희망을 던져 주던 공산주의가 74년 만에 조종을 울리고 있다.

이것은 하나님의 심판이다. 우리는 이 역사 현장의 한가운데서 이것을 보고, 듣고, 느끼고, 말하는 역사의 증인들이다. 하나님이 유물론적 공산주의를 심판했다고 하는 역사의 증인들이다. 우리는 이러한 세기적 역사의 현장을 정치적인 이데올로기 관점에서 볼 수 있다. 경제적인 측면에서 공산주의의 종말을 말할 수 있다. 어떤 사상적 입장에서 공산주의의 몰락을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진정 역사의 주권자가 하나님 자신이라는 성경계시의 조명에서 볼 때, 오늘 우리가 사는 삶의 한가운데 벌어지는 세계사적 한 변혁의 장면, 곧 공산주의의 몰락은 하나님의 심판이라고 하는 종교적, 신학적, 의미를 찾아야 할 것이다.

결코 마르크스, 레닌, 스탈린, 후루시초프, 브레즈네프 등이 주장한 사회주의 지상천국이 성취 불가능의 과대망상이었음을 하나님의 심판으로 드러낸 것이다. 하나님이 아닌 마르크스와 레닌주의의 도식을 신학적 도식처럼 절대화하고 유일화 시켜, 종교적 신앙처럼 강조한 공산주의는 하나님의 심판을 받은 오늘의 바벨탑이라고 말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