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구난방 (衆口難防)

衆: 무리 중, 口: 입 구, 難: 어려울 난, 防: 막을 방.

중구(衆口)란 '여럿이 하는 말'이고, 난방(難防)이란 '막기가 어렵다는 뜻이니, 여럿이 내는 많은 의견을 일일이 받아내기는 어렵다. 고로 사람들이 마구잡이로 떠들어대는 소리는 막기 어려우니 빌미를 주는 행동을 조심하라는 교훈.

여럿이서 각기 주장을 외쳐대면, 서로의 고함이 서로의 말을 삼켜 아무 소리도 뜻도 들리지 않게 된다. 그들은 목청껏 떠들지만 서로가 남의 말을 지워버리고 더욱 큰 소리를 내니 뒤 섞여 아무 말도 남기질 못하는 것이다.

중구난방(衆口難防), 우리나라 국회의 민낯이다.

초등학교 학급회의 때처럼 질서를 지켜 차례차례 말 하면 좋을 텐데. 순서가 아닌 사람은 조용해 주면 좋을 텐데. 그래야 모두의 뜻이 서로 전해질 것이 아닌가.

뒤섞여 떠들어 중구난방이 되는 것도 문제지만, 한편으로는 하고 싶은 말을 강제로 막는 것도 문제다.

중국 주(周)나라의 제 십대왕인 려왕(厲王)은 폭군으로, 듣기 싫은 말을 하는 사람에게는 극형을 내리는 등, 언로(言路)를 막고 사치와 폭정으로 전제정치를 강행해 백성의 인심이 흉흉했다. 보다 못한 충신 소목공(召穆公)이 직언했다. "백성의 말을 허락하지 않는것은 강물을 막는 것만큼 위험합니다. 물을 다스리려면 필히 소통하는 물길을 터 주어야 물이 바다로 흘러갑니다. 국가를 통치함은 이와 같으니 백성들이 마음껏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라고 간곡히 간언 했으나 왕은 귀 담기는 커녕 소목공을 축출해 버렸다. 급기야 민란이 일어나 려왕은 폐위되고 말았다.

먼 옛날 중국의 이야기로만 치부할 수 없다. 언론의 자유를 막는 것은 현세 에서도 물길을 막는 것 만큼이나 위험한 짓이라는 것이 증명되고 있지 않은가-

법무부 공보훈령에 '오보기자 검찰청사 출입금지'라는 언론사 보도훈령이 기사에 났다. 피의 사실이 공표됐을 경우 '피의자 명예'와 '국민의 알 권리'라는 두 명제가 충돌한다. 여기서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은 일반적인 사건은 보도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국민적 관심이 깊은 사건 일때야 보도 된다는 사실이다.

오보로 인해 피의자 명예훼손이 발생 했을 경우에는 언론 중재 위원회에 제소 정정 보도를 요구 할수있고, 민사 또는 형사 소송으로 피의자의 명예를 회복 할 수 있는 여러 방법이 있다. 그런 점을 살펴 볼 때, 이번 법무부의 훈령에는 수사기관에 대한 언론의 감시를 축소시키려는 적절치 못한 저의가 있는 것이 아닌가 판단되는 것이다.

흐르는 물길을 막는, 순리를 막는 우(愚)를 범하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