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의 윈필드 하우스(미국 대사관저)에서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과 회담을 하고 있다.  

“김정은과 좋은 관계…싱가포르 합의 안 지켜도 된다는 의미 아냐”

‘로켓맨’ 별명 언급하며 “역대 가장 강력한 군” 사용 가능성 열어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좋은 관계를 갖고 있음을 강조하면서도 필요하다면 군사력을 사용할 수 있다며 비핵화 합의 준수를 압박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영국 런던을 방문 중인 트럼프 대통령은 3일(현지시간)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과의 회동에서 ‘여러 차례에 걸친 회담에도 불구하고 왜 북한은 핵 프로그램을 계속하는 것인가’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지켜볼 것이다. 나는 그(김 위원장)를 신뢰한다. 나는 그를 좋아하고 그는 나를 좋아한다. 우리는 좋은 관계를 갖고 있다. 지켜볼 것이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 지켜볼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그는 분명히 로켓을 쏘는 것을 좋아한다”며 “그것이 내가 그를 ‘로켓맨’이라고 부르는 이유”라고 말했다. 취재진이 ‘그를 로켓맨이라고 부르는 것이 도움이 됐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묻자 “그러나 우리는 매우 좋은 관계를 갖고 있으며 무슨 일어날지 지켜볼 것”이라며 “잘 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좋은 관계를 내세우면서도 북미 간 긴장이 최고조에 달하던 때 사용했던 ‘로켓맨’이라는 별명을 언급함으로써 북한의 대미 압박에 대한 경고의 수위를 높인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나 그동안 오랜 시간이 지났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그것(북한)이 ‘넘버 원’ 문제라고 말했다”면서 “만약 내가 대통령이 되지 않았다면 여러분은 지금 아시아에서 전쟁을 하고 있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과 세 차례 만났음에도 그는 핵 프로그램 구축과 미사일 시험을 계속하고 있다. 무엇이 더 있어야 할까’라는 질문에는 “첫째로 그것은 모른다. 둘째로 매우 중요한 것은 내가 (김 위원장을) 만났고, 그동안 우리는 여전히 평화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적어도 내 의견을 말한다면 나는 매우 좋은 개인적 관계를 갖고 있고 그도 나와 갖고 있다”면서 “아마 나는 그가 전 세계에서 그러한 종류의 관계를 갖고 있는 유일한 사람일 것”이라고 자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람들은 북한을 ‘은둔의 왕국’이라 부른다. 나는 그의 ‘은둔의 왕국’에 대해 많은 것을 알고 있지만 매우 좋은 관계를 갖고 있다”며 “만약 여러분이 오바마 (전) 대통령이 하는 말을 들었다면 우리는 지금 3차 세계대전을 하고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군사적으로 과거 어느 때보다 더 강력하다. 내가 총사령관이 됐을 때 우리 군은 대폭 감소돼 있었고 곤란을 겪고 있었다”며 “지금 우리는 역대 가장 강력한 군대를 갖고 있으며, 전 세계에서 단연코 가장 강력한 나라”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바라건대 우리는 그것(군사력)을 사용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우리가 그럴 필요가 있다면 우리는 그것을 사용할 것이다. 우리가 그래야 한다면 우리는 그것을 할 것”이라면서 군사력 사용 가능성을 열어뒀다.

트럼프 대통령은 “알다시피 김 위원장과의 관계는 정말로 좋지만 그것이 그가 우리가 서명한 합의를 준수하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는 아니다”며 “여러분은 가서 우리가 서명한 첫 번째 합의문을 봐야 한다. 거기에는 그가 비핵화를 할 것이라고 쓰여 있다. 그것이 합의문이 나타내는 바”라고 지난해 6월 싱가포르 정상회담 당시 채택된 공동성명을 언급했다. 이어 “나는 그가 합의에 부응하기를 바란다. 그러나 우리는 파악하게 될 것”이라며 비핵화 합의 이행을 촉구했다.

한편 이 같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북한 측이 ‘연말 시한’을 재차 강조하며 미국의 선제적 결단을 촉구하는 담화를 발표한 지 몇 시간 만에 나왔다.

북한은 3일 리태성 외무성 미국담당 부상 명의로 발표한 담화에서 “우리가 미국에 제시한 연말 시한부가 하루하루 다가오고 있다”며 “이제 남은 것은 미국의 선택이며 다가오는 크리스마스 선물을 무엇으로 선정하는가는 전적으로 미국의 결심에 달려 있다”고 밝혔다.

‘크리스마스 선물’이라는 표현은 미국의 태도 변화가 없을 경우 핵 실험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등 군사 도발에 나설 것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 위원장은 지난 2017년 7월 4일 ICBM ‘화성-14’를 발사하며 ‘오만한 미국인들에 대한 독립기념일 선물’이라고 표현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