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이 "여권이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강행하면 비례한국당을 창당하겠다"고

거듭 밝혀 정치권이 혼란에 휩싸였다. 한국당 심재철 원내대표는 20일 당 원내대책회의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반대하지만 (더불어민주당 등이) 정 강행하면 그에 맞춰서 움직일 수밖에 없지 않겠냐”면서 전날 밝힌 비례한국당 창당 구상을 재차 강조했다.

현재 4+1(더불어민주당,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대안신당)이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한 선거법 개정안을 놓고 막판합의중이다. 4+1은 석패율제 등을 놓고 계속 대립해왔지만, 이들이 최종 합의에 도달할 경우 본회의에서 자유한국당만 제외하고 가결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당이 고려중이라고 밝힌 '비례한국당'은 한국당 일부가 참여하는 비례대표 전용 정당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현재 논의중인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전체 의석수가 정당득표율에 의해 결정되는만큼 지역구 인재가 많은 거대정당에 불리하다. 한국당은 비례 전용 정당을 만든 후 지지층에 "지역구 투표는 자유한국당, 정당투표는 비례한국당"을 강조해 각각 득표를 하고, 이후 합당 또는 정책연대로 거대정당을 다시 만들 수 있다.

여권은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한국당이 정당 창당 조건을 맞춰 창당하는 것이 어렵지 않고, 이를 제도적으로 막을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는 이날 당 회의에서 “위성정당용 비례한국당을 만든다는 계획 등 황교안식 극우공안정치가 국회를 극단의 대결로 내몰고 있다”고 비판했다. 일부 최고위원은 '괴물'이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한국당측은 "한국당을 빼고 4+1이 통과시키는 것 자체가 야합이고 불법적인데 우리가 막을 방법이 없다"며 "합법적인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방법은 모두 동원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심지어 한국당 일부 의원들을 비례한국당에 입당시켜 비례한국당을 기호3번으로 만드는 방안도 당내에서 논의되고 있다. 비례한국당이 '여권 협박용'이라는 시각도 있지만, 당내에서는 창당 작업에 대해 이미 구체적이고 심도있는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비례한국당이 실제 출범한다면 민주당이 이에 맞대응하기 위해 '비례민주당'이 나오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이 경우 선거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하고 군소정당 살리기에 앞장섰던 정의당과 심상정 대표는 '닭 쫓던 개'가 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