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복음 9:12절에 “날이 저물어 가매”라고 하였다. 서산을 향하여 기울어지는 하루의 마지막 지점을 알려주는 시간의 표현이다.

당시 유대인들에게는 ‘저녁이 되매’라는 말의 관념에 두 가지 경우의 저녁이 있다. 첫 번째 경우의 저녁은 ‘늦은 오후’를 뜻하였다. 오후 3시부터 일몰까지를 의미하였다. 두 번째 경우의 저녁은 일몰 이후부터 40분 정도의 짧은 시간을 의미하였다.

누가복음 9:12절에 ‘날이 저물어 가매’라는 말이나 복음서에 나타나는 ‘저녁이 된다’, ‘때가 저문다’, ‘낮이 저물어간다’ 등의 말은 첫 번째 경우의 저녁, 곧 해가 기울어지는 ‘늦은 오후’를 뜻한다.

우리에게 주는 이 장면의 영감 가운데 하나는 ‘예수’께서 그 시간 속에 머물고 계셨다는 사실이다. 천지를 창조하신 창조주 예수께서 지구가 햇빛을 등지는 저녁의 장면을 수용하고 계셨다는 사실이다. 하나님이 창조하신 24시간의 창조의 법칙을 수용하고 계셨다는 사실이다.

저녁이 되고 아침이 되매 하나님 보시기에 좋았다고 하신(창 1장) 창조질서를 수용하시는 주님을 보여준다. 뿐만 아니라 죄인 대속을 위하여 화육강세하신 예수님의 시간 속에서의 사역을 보여준다. 아니 그가 창조하신 시간은 머무를 줄 모르고, 창조주의 통치와 섭리 아래 지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래서 그는 “오늘과 내일과 모레는 내가 갈 길을 가야 하리니 선지자가 예루살렘 밖에서는 죽는 법이 없느니라”(눅 13:33)고 하였다.

그렇다면 머무름이 없이 흘러가는 시간은 바로 예수 그리스도 자신의 구속운동의 진행을 알려주고 있지 않은가!

날이 저물어 가는, 저녁이 되고 아침이 되어도 그 저녁과 아침은 위대한 하나님의 죄인 구원의 진행을 위하여 하나님이 사용하시는 시간임을 알려주고 있지 않은가!

바울의 영감의 표현대로 말하면 “그 뜻의 비밀을 우리에게 알리셨으니 곧 그 기쁘심을 따라 그리스도 안에서 때가 찬 경륜을 위하여 예정하신”(엡 1:9) 시간이 아니던가!

그렇다면 저녁이 되고 아침이 되는 시간의 흐름은 결코 무의미의 반복이 아니라, 죄인 구원을 위하여 사용하시는 하나님의 의미 있는 자기 시간의 사용이고, 통치라고 생각된다.

그러므로 하나님이 계획하신 구속사가 성취되어 낮과 밤의 경계가 필요 없는 영광 충만의 세계(계 21:23~25)가 도래하기까지 저녁이 되고 아침이 되는 시간의 흐름은 계속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