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해 2019년 12월 28일부터 31일까지 제7기 제5차전원회의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나흘차 회의에서 "미국이 시간을 끌면 끌수록, 조미(북미)관계의 결산을 주저하면 할수록 예측할 수 없이 강대해지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위력 앞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게 되어있으며 더욱더 막다른 처지에 빠져들게 되어있다＂라고 말했다.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대미 압박 지속하며 '장기전' 돌입…군사적 긴장 고조 가능성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일 미국을 향해 '정면돌파전'을 선언하며 장기전 돌입을 기정사실화했다.

김 위원장이 세간에서 우려했던 북핵 협상 중단 카드는 꺼내들지 않았지만, '새로운 전략무기 과시' 등의 강경 메시지를 통해 미국의 정책변화를 압박함에 따라 2020년 비핵화 협상이 어떻게 전개될지 주목된다.

이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달 28일부터 나흘간 열린 노동당 중앙위원회 7기 5차 전원회의 보도를 전하며 '정면돌파전'을 강조하고, 대북제재 속에서도 자력갱생으로 난관을 헤쳐나가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김 위원장은 특히 "미국이 대조선 적대시 정책을 끝까지 추구한다면 조선반도 비핵화는 영원히 없을 것"이라며 "조선반도에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체제가 구축될 때까지 국가안전을 위한 필수적이고 선결적인 전략무기 개발을 중단없이 계속 줄기차게 진행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김 위원장은 "미국이 우리 제도를 압살하려는 야망에는 변함이 없다"며 "이러한 조건에서, 지켜주는 대방도 없는 공약에 우리가 더 이상 일방적으로 매여있을 근거가 없어졌다"라면서 핵실험을 다시 추진하겠다는 의도를 밝히기도 했다.

이와 관련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은 북한이 정면돌파전의 기본전선을 경제전선으로 규정하고, 제재에 대응한 경제적 내구력 강화를 강조하면서 미국의 정책변화를 능동적으로 압박할 것을 예고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특히 김 위원장이 "우리 당은 또다시 간고하고도 장구한 투쟁을 결심하였다"는 부분을 볼 때 단기적 대응보다는 장기적 대응 기조를 시사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북한의 이 같은 기조들로 인해 새해 한반도는 군사적 긴장이 높아질 가능성이 점쳐진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뉴스1과의 통화에서 "북한은 '협상의 입장을 번복하지 않겠으니 미국이 양보하라'는 것이고, 조건부를 달았지만 강경노선을 천명한 것"이라며 "미국이 양보할 수는 없으니 상반기 군사적 긴장이 고조될 가능성이 높다. (북한의) 동계훈련 기간 중 무언가는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북미 양측 모두 대화의 여지는 열어둔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이 전략무기 도발을 예고하면서 강경한 대미 압박에 나섰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직접적인 비난 언급은 자제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북한을 자극하지 않고 김 위원장과의 관계를 강조하는 등 상황 관리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31일(현지시간) 김 위원장의 발언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에 "나는 김정은과 매우 좋은 관계를 갖고 있다"며 "나는 그가 약속을 지키는 사람(a man of his word)라고 생각한다"고 당부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도 "우리는 김 위원장이 옳은 결정을 하길, 그리고 그가 충돌과 전쟁 대신 평화와 번영을 선택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대내적으로는 자력갱생을 강조하고, 대외적으로는 중국 및 러시아와의 관계 등 우방과의 연대 강화 전략을 통해 협상을 장기전으로 끌고 갈 것이란 전망을 내놓았다.

김인태 전략연 책임연구위원은 통화에서 "김형준 전 주러시아대사가 부위원장으로 가면서, (우방 연대를 통해) 강경 전략으로 최대의 대미 압박에 나서며 장기전으로 가겠다는 것"이라며 "북한의 대미 압박 흐름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이) '우리가 핵 문제를 해결하더라도 미국의 위협은 끝날 것 같지 않다'고 한 것 자체가 명확해지지 않는 한 테이블에 나가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미국을 압박하며 변화를 강요하고, 향후 (협상 결렬에 대한) 명분과 정당성을 위해 (대화 여지를) 열어놓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각에선 북한이 새로운 전략무기 도발을 예고한 만큼 금명간 북한의 도발 수위에 따라 향후 정세가 갈릴 것이란 관측도 나왔다.

또한 이를 통해 향후 핵군축 협상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도 뒤따른다. 전략연은 "북한은 향후 몸값을 올린 상황에서 대미협상을 비핵화보다는 핵군축 패러다임으로 가져가려는 의도로 판단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