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농협은행, KEB하나은행, 우리은행, KB국민은행, 신한은행.(사진=각사)  

농협·하나은행 734명 희망퇴직…우리·국민·신한은행 진행중

디지털 전환, 경영한파 맞물려 비용절감 본격화

연초부터 은행들이 비용절감에 본격 돌입했다. 지난해 말부터 희망퇴직을 단행하며 인력 감축을 하고 있고, 영업점 통·폐합으로 지점 수를 줄이며 불필요한 비용 줄이기에 나섰다.

올해 은행들 영업 환경이 녹록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몸집 다이어트를 단행해 비용 효율을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5개 은행, 희망퇴직 잇달아…2000명 가까이 감축

7일 은행권에 따르면 NH농협·KEB하나·KB국민·우리·신한은행 등 5개 은행이 지난해 말부터 희망퇴직을 마무리했거나 진행하고 있다. 농협·하나은행은 지난해 12월 말 희망퇴직을 단행해 365명, 369명이 각각 퇴직했다.

농협은행의 경우 지난해 11월 26일부터 28일까지 희망퇴직 희망자를 받았다. 희망퇴직 대상은 1963년생 또는 전 직급에서 10년 이상 근무하고 만 40세 이상인 직원이었다. 당시 만 56세인 1963년생 대상자에게는 월 평균 임금의 28개월치, 나머지 대상자에게는 20개월치를 퇴직금으로 지급하기로 했다. 희망자를 받은 결과 총 377명이 지원했는데, 이중 365명이 지난달 말 희망퇴직했다.

하나은행에서는 1964년생과 1965년생 직원들을 대상으로 지난달 임금피크 퇴직 신청을 받아 지난달 말 277명이 희망퇴직했다. 1964년생 직원에게는 평균임금의 22개월치를, 1965년생에게는 31개월치를 각각 퇴직금으로 줬다. 또 자녀 학자금과 의료비 각각 최대 2000만원과 재취업·전직지원금 최대 2000만원도 지급했다.

준정년특별퇴직도 시행해 92명이 은행을 떠났다. 준정년특별퇴직은 기존에 외환은행에서 시행하던 퇴직제도인데, 하나은행과 통합되며 지난해부터 정례화됐다. 대상은 15년 이상 근무한 직원 중 만 40세 이상인 직원이다. 1970년 이전 출생 직원이면 월 평균임금 27개월치를, 1971년 이후 출생 직원이면 월 평균임금 24개월치를 줬다. 직급과 연령에 따라 자녀학자금과 의료비를 최대 2000만원씩 지급했다. 전체 퇴직자들에게는 재취업·전직지원금 최대 2000만원을 제공했다.

우리은행은 지난달 13일부터 18일까지 희망퇴직 신청을 받아 현재 300여명이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희망퇴직자 대상은 1964∼1965년생 출생 직원이다. 1964년생 직원에게는 월 평균임금 30개월치를, 1965년생 직원에게는 36개월치의 특별퇴직금을 지급한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심사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신청자가 모두 퇴직하는 것이 아니다"며 "이달 말에 퇴직인원을 정확히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희망퇴직이 확정된 직원들은 오는 31일 퇴직한다.

국민은행은 지난 3일까지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대상자는 1964∼1967년생이다. 특별퇴직금으로는 월 평균임금의 23∼35개월치를 준다. 이밖에 최대 3명의 자녀에게 학기당 350만원씩 학자금을 지원하거나, 재취업지원금으로 최대 2800만원을 제공한다. 건강검진 지원과 퇴직 1년 후 계약직으로 재고용하는 기회도 준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희망퇴직 신청자 수는 아직 알기 어렵다"며 "심사를 거쳐 확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은행에서는 지난해 1월에 613명이 희망퇴직했다.

신한은행은 현재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있다. 부지점장 이하 직급 직원은 지난 3일부터 8일까지, 지점장급 직원은 8일부터 14일까지 신청한다. 대상자는 지난해 말 기준 15년 이상 근무한 직원 중 부지점장 이상 직급의 1961년 이후 출생 직원과, 4급 이하 직원 중 1964년에 태어난 직원이다. 특별퇴직금으로는 평균임금의 21∼36개월치를 지급한다. 부지점장급 이상 퇴직자 중 희망자는 관리전담 계약직으로 채용할 예정이다.

5개 은행의 희망퇴직이 모두 마무리되면 지난해 연말부터 올 초까지 약 2000명에 가까운 은행 직원들이 짐을 쌀 것으로 보인다. 일자리 창출에 대한 금융당국 요구에 따라 은행들은 신입 직원 채용을 확대하고 있는 한편, 임금피크제 도입 등으로 매년 많은 수의 희망퇴직자는 집으로 돌아가고 있다.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 4개 은행의 지난해 9월 기준 총 정규직 수는 5만6296명이다. 1년 전의 5만6713명에 비해 417명(약 1%)가 줄었다. 2017년 9월 4개 은행 임직원 수는 5만8027명으로 2년 전에 비해서는 1731명(약 3%)가 감소했다.

◇영업점도 구조조정…‘86곳’ 합치고 없애고

영업점 수도 줄이고 있다. 은행들은 연중 수시로 영업점을 통·폐합 하는데, 특히 연말과 연초에는 대대적인 점포 구조조정을 단행하며 영업점 간소화에 나서고 있다.

은행권에 따르면 하나·국민·신한·우리은행 4개 은행은 지난해 말부터 내달까지 총 86곳의 지점을 통·폐합할 예정이다. 점포가 인접해 있는 등의 이유로 통·폐합이 효율적이라고 판단되는 영업점에 대한 정리 작업에 들어가는 것이다.

하나은행은 지난해 말부터 올 초까지 영업점 38곳을 통·폐합한다. 지난달에만 서울 강서구 발산역점, 서울 강남구 역삼점, 경기 수원 영통중앙점 등 영업점 19곳이 문을 닫고 인근 영업점과 통합됐다. 올 들어서는 지난 2일 충남 홍성군 충남도청출장소가 홍성점으로 통합된 것을 시작으로 이달 13일에 14곳, 20일에 4곳 영업점이 인근 영업점과 합쳐진다. 하나은행이 외환은행과 합병 후 인접한 점포가 많아 중복 점포 정리 작업으로 통합되는 영업점 수가 많다는 게 하나은행 측 설명이다.

국민은행도 이달에만 38곳 점포가 통·폐합되거나 될 예정이다. 먼저 전북 군산시 군산시청점이 지난달 말 군산종합금융센터로 통합돼 지난 2일부터 영업을 시작했다. 이달 말에는 총 37곳이 새로 합쳐진다. 서울 서초구 신사동종합금융센터로 통합되는 한국야구르트(점)과 서울 마포구 서강점으로 통합되는 광흥창역(점) 등 서울에서만 총 영업점 10곳이 폐쇄되고 인근 영업점으로 흡수된다. 이와 함께 경기도, 인천, 대전, 부산, 광주 등 전국 27곳 영업점이 이달 17일까지 영업을 하고 인근 영업점과 합쳐져 20일부터 영업을 시작한다.

신한은행은 지난달 30일 출장소 4곳을 인근 영업점과 통합한 데 이어 내달 영업점 3곳을 통합한다. 내달 3일 서울 강남 신한PWM강남대로센터를 인근의 신한PWM스타센터로, 테헤란로기업금융센터를 선릉중앙기업금융센터로, 경기 성남 분당수내동점을 분당점으로 각각 이전한다. 우리은행은 이달 17일에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점을 인근의 청량리중앙지점으로 통합한다. 지난달 서울 노원구 공릉역지점, 서울 성동구 서울교통공사 출장소를 인근 영업점으로 합친 것을 고려하면 연말과 연초 영업점 총 3곳을 통·폐합한다.

은행 영업점 수도 매년 감소하는 추세다. 지난해 9월 말 4개 은행 점포 수는 3544곳으로 1년 전의 3557곳보다 13곳이 줄었다. 4년 전의 2015년 9월 말(3950곳)과 비교하면 406곳이 사라졌다. 특히 지점 수는 지난해 9월 말 기준 3043곳으로 1년 전(3083곳)에 비해서는 40곳, 4년 전(3517곳)에 비해서는 474곳이 줄었다. 대신 규모가 작은 출장소는 지난해 9월 기준 501곳으로 1년 전에 비해 27곳, 4년 전에 비해 68곳이 증가했다.

◇디지털 전환에 경영한파까지…"비용 줄이자"

▲사진=연합

은행들이 이처럼 ‘다이어트’에 돌입하는 것은 디지털 전환과 함께 올해 경영 상황이 어려울 것이란 전망과 맞물린다. 은행들은 생존 수단으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내걸며 디지털 금융회사로 전환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은행의 모바일뱅킹과 인터넷뱅킹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비대면 채널을 주요 거래 수단으로 탈바꿈하기 위한 노력은 몇 년 전부터 이어지고 있다. 여기다 무인 점포 등 디지털 전환에 맞는 새로운 점포 형태가 등장하고 있어, 기존 영업점을 찾는 고객 발길이 줄고 그만큼 필요한 은행 인력도 줄고 있다.

더욱이 올해는 은행들 경영 상황도 녹록지 않다. 신예대율 도입과 각종 부동산 규제 등으로 대출 영업에 부담이 커지며 대출자산에 기댄 성장을 기대하기는 어렵게 됐다. 은행들은 이미 성장보다는 ‘리스크 관리’를 올해 경영 목표로 두고 공격적 확대보다는 유지에 방점을 둔 소극적인 영업을 펼칠 전망이다. 들어오는 수익이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돼 나가는 비용을 줄이기 위해 인력과 영업점 다이어트의 필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는 것이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인력과 영업점 감축은 어쩔 수 없는 디지털 시대의 흐름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 은행 시장은 이미 포화된 상태라 은행들은 과거의 영업 방식에서 벗어나 신시장을 발굴하는 등 새로운 시도를 해야 한다"며 "어려운 환경에서 비용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한 고민이 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