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검사가 팩트체크 내부망 올려

“일본 검찰은 100% 확신해야 기소

무죄율 낮지만 기소유예율 65%”

기소검사 시간 촉박…혼란 우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검찰 내부 수사·기소 주체 분리’ 제안에 대한 검찰 내 반발이 잦아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17일에는 추 장관이 수사·기소 분리의 모범 사례로 예시했던 일본 검찰의 낮은 무죄율을 현직 검사가 ‘팩트 체크’하면서 추 장관 주장에 반박했다.

차호동(41·사법연수원 38기) 대구지검 검사는 이날 검찰 내부 통신망 ‘이프로스’에 올린 글에서 “한국의 기소 이후 무죄율이 일본보다 높아 문제가 있다는 취지의 보도가 있어 팩트 체크를 해봤다”고 운을 뗐다.

추 장관이 지난 11일 기자간담회에서 수사·기소 분리 검토 발언을 하면서 “일본은 한국보다 무죄율이 낮은데, 그 배경에는 기소 단계에서의 민주적 통제 제도가 있었다”고 말한 것을 언급한 것이다

차 검사는 2015년 1심 전체 사건 기준 한국 무죄율은 0.58%로 일본의 0.14%보다 높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이는 일본 검찰이 완벽한 기소를 해서가 아니라 이른바 ‘정밀(精密) 사법’이라는 극도로 소극적인 기소 관행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차 검사의 분석이다.

차 검사는 “일본 검찰은 정밀사법으로 인해 100% 확신이 없으면 기소를 하지 않는 경향을 보인다”며 “이 때문에 기소유예 비율이 전체 사건 처리 건수의 65%에 이르는 역효과를 낳았다”고 지적했다. 기소유예는 피의 사실은 인정되지만 검사 재량으로 피의자를 재판에 넘기지 않는 처분이다. 한국의 기소유예 비율은 19%에 불과하다.

차 검사는 “일본의 소극적 기소 관행은 법원을 ‘유죄 확인 장소’로 만든다는 비판을 야기했다. 이 때문에 검찰의 과도한 재량권 행사, 사법부의 역할 약화에 대한 지적이 생겨 이를 통제하기 위한 준기소절차, 검찰심사회 등을 두고 있는 실정”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런 일본 검찰의 현실이 우리 검찰이 나아가야 하는 방향인지에 대해서는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고 적었다. 차 검사는 차한성 전 대법관의 아들이다.

수사·기소 분리가 현실화할 경우 실무에서의 혼란이 극심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우선 시간 배분 문제가 논란의 대상이 될 수 있다. 한 검사는 “구속 수사의 경우 수사 검사는 구속 후 기소 전까지 부여되는 20일 동안 집중적으로 수사해야 하는데, 이 중 일부를 기소 검사에게 내줄 경우 수사가 부실해질 수 있다”며 “기소 검사도 1000페이지가 넘는 수사 기록을 단 며칠 만에 보고 기소 여부를 제대로 판단할 수 있겠나”라고 지적했다.

또 기소 검사가 ‘보완 수사 후 기소’ 결정을 내릴 경우에는 누가 보완 수사의 수사 검사와 기소 검사가 돼야 하는지 등 복잡한 문제가 꼬리를 물게 될 수 있다. 검사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수사·기소 분리는 법으로 검사에게 부여된 공소권을 훼손할 수밖에 없는 조치라 이에 수반되는 문제가 한두 개가 아닐 것”이라며 “무엇보다 직접 수사를 하지 않은 검사가 기소를 맡는다면 오판의 가능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한편 추 장관은 이날도 검찰 개혁의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추 장관은 17일 전주지검 신청사 개관식에서 “국민 인권을 우선하고 잘못된 수사 관행을 고쳐나가는 게 국민을 위한 검찰 개혁의 밑거름이 될 것”이라며 “인권 보호라는 검찰 본연의 역할과 기능을 염두에 두고 검찰권 행사에 있어 인권이 침해 받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추 장관은 그러나 자신의 ‘수사·기소 분리’ 제안을 사실상 거부한 윤석열 검찰총장 관련 질문에는 답을 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