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먹는 것 중에는 좋은 것이 있고 해로운 것이 있다. 한약방이 존재하는 이유는 수요와 공급의 시장 경제원리 때문이다. 약국 역시 마찬가지이다. 건강한 사람들이 몸에 좋은 약을 찾고 건강에 이상이 있는 자들도 치유를 위해서 약을 찾는다. 육체의 원활한 활동과 정신적 활동의 건강을 위한 음식물 섭취는 예나 지금이나 정설이다.

국가 경제나 교육이나 정치나 사회질서나 예술이나 종교나 그 모든 인간사 분야에 보약이 있고 마약이 존재한다. 둘 다 약은 약이다. 그러나 하나는 건강에 유익하고 사회생활 모든 분야에 윤활유 역할을 한다. 반면에 후자는 해악을 끼친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보약은 입에 쓰다. 당장 삼키기가 쉽지 않다. 금방 뱉고 싶은 심정이다. 모든 사람들이 보약을 취할 때 얼굴을 찡그린다. 그만큼 대중적이지 않다는 반증이다. 허나 마약은 입에 달다. 환상 세계에 도달하게 한다. 꿈에 부푼다.

보약도 마찬가지지만 마약도 누구나 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보약이나 마약은 둘 다 돈이 많이 든다. 물론 마약이 보약보다 훨씬 비싸지만 한번 중독되면 끊기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보약은 중독성이 없다. 신체 모든 기관을 정상적으로 왕성하게 활동하도록 돕는다. 마약은 판타지 세계에 몰입하게 하고 현실적이지 못하다. 그래서 숨어서 한다.

보약은 구조조정에 해당되고 마약은 포플리즘에 맞는다. 구조조정은 극심한 반대에 부딪히나 포플리즘은 깨어 있는 선각자들 외에는 모두가 박수친다. 일하기 싫은 자는 먹지도 말라고 하였는데 일 하지 않아도 돈이 퍽퍽 주어진다. 나라 경제가 거덜 나든 회사가 망하든 일단 한 몫 챙기게 하는데 누가 마다하겠는가? 보약은 하나님 중심, 말씀 중심, 교회 중심의 목회이나 마약은 인간 중심, 윤리도덕 중심, 세상 중심으로 나아간다. 무엇이 교회를 건강하게 하는가? 사람들 많이 모이고 사람들이 흥겨워하고 사람들의 오감 충족이 된다면 성공한 종교사업이다.

그러나 보수 꼴통으로 치부되고 시대적 유효기간이 만료된 것처럼 간주되는 정통개혁주의 목회는 시대감각이 없고 시대를 읽어내지 못하며 사람들의 기호를 무시하는 보약에 불과하다. 한약사용이 점점 줄어들고 있듯이 양약으로도 충분하다는 그럴싸한 논리가 먹혀든다. 그러나 그 폐단은 금방 나타난다.

일단 기도 시간이 단축된다. 예배횟수도 줄어든다. 하나님을 아는 지식 가운데서 성장하는 일은 관심 밖의 일이다. 성경이 참고서로 전락된다. 당장 육신의 정욕과 안목의 정욕과 이생의 자랑을 하나라도 더 쥐게 되는 일에 힘쓰게 된다. 교회는 거룩을 상실하고 세속주의 병폐에 쉽게 노출되어 더 이상 구별의식이 요구되지 않게 된다. 세상 모든 것을 버리고 오로지 주님만을 위해 살겠다고 나선 성직자들도 지극히 인간적인 존재가 유명세를 탄다. 과거 성자 스타일의 목회자는 기피 대상이다. 회중들의 입맛을 쓰게 하고 속이 쓰리게 하며 눈물을 흘리게 하는 목회에는 등을 돌리는 일이 흔한 세대가 되었다.

정권을 잡는 길, 혹은 유지하는 길은 보약이어야 할까? 마약이어야 할까? 장기 목회를 할 수 있는 길은 보약이어야 할까 마약이어야 할까? 바른 교훈을 듣기 싫어하고 귀가 가려워 사욕을 좇을 스승들을 찾고 그 귀를 진리에서 돌이켜 허탄한 것을 따르는 자들 속에서는 마약목회가 최고이다. 그러나 참 진리의 기둥과 터라고 한다면 역사의 주인이신 삼위 하나님이 어제나 오늘이나 영원토록 동일하신 분이심을 믿는다면 보약 목회여야 하지 않겠는가? 세상 권력도 화무십일홍이라고 하는데 단기적인 패권을 위해서 마약 정책을 펼친다면 그들의 통치 밑에 있는 국민들은 그 지도자들과 함께 나라 파멸의 주동자로 남게 될 것이다.

교회 세우는 보약목회인가? 교회 파괴하는 마약목회인가? 선악 간에 판단하실 분이 계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