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난지붕 (急難之朋)

急: 급할 급, 難: 어려울 난, 之: 어조사 지, 朋: 벗 붕.

급하고 어려울 때 위로가 되어 주는 친구. 우리는 이를 진정한 벗이라 한다.​

명심보감 교우편(交友篇)에 “주식형제(酒食兄弟)는 천개유(千個有) 로되, 급난지붕(急難之朋)은 일개무(一個無)니라”는 문구에서 나온 말이다.

술이나 식사를 같이하며 즐거울 때는 형제같이 지내는 친구가 많으나, 위급한 상황일 때 도움을 줄 친구는 하나도 없다 라는 뜻이다.

사람으로서 일생을 살며, 급하고 어려울 때도 등돌리지 않고 곁을 지켜주는 친구가 몇이나 있을까? ​돌아보고 나 역시 그들에게 급난지붕(急難之朋)의 자격을 갖추었는지 반성할 시점이다.

코로나19 사태가 전 지구촌을 공포에 떨게 하고 있다만, 예로부터 국가적 환란을 당하면 서로 돕고 뭉치고 의지하는 아름다운 민족적 특성을 지녀온 우리 대한민국에는 이 급난지붕(急難之朋)이 세계가 부러워할 정도로 많다.

바이러스와 맞서 싸우기 위해 자신의 안위를 돌보지 않고 대구로 향하는 수많은 의인들이 그 증거가 아닌가. 세계에서 유래를 찾기 힘든, 진정 인간적인 희생과 기부와 봉사의 물결이 전국에서 일어나고 있다.

독일 시인 '뮐러'는 "불행이 몰래 집안에 스며들면 거짓 우정은 서둘러 창문을 통해 달아난다" 라고 했고, 반대로 프랑스의 사상가 '루소'는 "함께 울어주는 것처럼 마음을 맺어주는 것은 없다." 라고 했다. 우리나라에는 창문으로 달아나는 주식형제 (酒食兄弟) 같은 친구보다 같이 울어주는 급난지붕(急難之朋) 같은 친구가 훨씬 많다.

세상에는 온갖 유형의 사람들이 섞여 살고 있다. 부자도 있고, 정치가도 있고, 학자도 있고 우리같이 평범한 사람들도 있다만, 그 중에 사람다운 사람도 있고 사람답지 못한 사람도 있다. 사람답지 못한 사람의 명성이나 돈, 권력 등은 내 보이기 위한 장신구일 뿐이다.

우리나라에는 이웃의 급난(急難)을 외면 하지 않고 기꺼이 함께 극복해 주는 사람다운 사람이 많아, 전 세계가 두려워하는 이 코로나19 사태의 전망도 어둡지만은 않다. 이 위중한 때를 이용해 돈을 벌겠다든지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몇몇 사람답지 않은 사람들만 좀 자제해 준다면, 우리는 이 환란을 무난히 극복해 낼 수 있을 것이다.

태풍의 복판에서 거친 재해와 싸우고 있는 대구 경북의 우리 형제들, 힘내시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