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소 은밀하게 운영돼 "그렇게 큰 곳인 줄 몰랐다"

"이 시국에 유흥업소를 문열다니…거기에 간 사람은 또 뭐고요."

7일 오후 3시30분쯤 강남구 역삼역 인근에서 만난 직장인 최지희씨(여·가명·24)는 혀를 찼다. 그의 근무지에서 20m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확진자'가 나왔다는 소식을 접한 직후였다.

강남구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44번째 확진자다. 직원 수 100여명에 달하는 유흥업소에서 발생한 감염자다. 2호선 역삼역과 선릉역 사이에 자리 잡은 강남 최대 유흥업소에서 근무하던 여직원 A씨(36)가 지난 1일 코로나19 양성판정을 받았다.

최씨는 "그렇지 않아도 강남구에 감염자가 잇달아 생기고 있어 불안했는데 유흥업소에서 확진자가 생길 줄 꿈에도 예상 못 했다"며 "찜찜해서 길거리를 다닐 수 없다"고 우려했다.

해당 유흥업소 1층 유리문은 닫혀 있었다. 1층 계단으로 내려가 지하 1층 업소로 입장하는 구조다. '유흥시설의 운영 중단을 강력히 권고한다'는 종이가 유리문에 붙어 있다. 업소는 강남구청의 행정요청으로 2~3일 이틀간 임시휴업을 했으며, A씨 확진 소식을 접한 뒤 12일까지 휴업을 연장했다.

유리문 너머로 하얀색 배경 칠판이 보였다. 칠판에는 '민아''은설''보람''윤서''은정' 등 직원들의 닉네임으로 추정되는 이름이 적혀 있다. 종업원 100여명을 둔 이곳은 강남 최대 규모 업소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20일 밤 서울 마포구 서교동 홍익대학교 앞 번화가 즉석만남, 이른바 '헌팅포차' 등 술집에 사람들이 모여 있다.

확진자 A씨는 지난 3월27일 밤 8시 이 업소에 출근해 다음 날인 28일 오전 5시까지 9시간 일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손님과 직원을 포함한 500여명이 업소에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소 앞을 오가는 시민들은 "여기서 확진자가 생겼다고 해"라며 수군거렸다.

A씨는 슈퍼노바 출신 윤학에게서 감염된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24일 일본에서 귀국한 윤학은 사흘 뒤인 27일 증상이 나타나 코로나19 양성판정을 받았다. 윤학과 A씨는 전날인 26일 만났고 A씨는 29일 의심 증세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와 그의 룸메이트도 결국 확진판정을 받았다.

다만 윤학 소속사 측은 "윤학과 A씨가 잠깐 만난 건 사실이지만 유흥업소에 출입한 것은 아니다"며 "A씨와 아는 사이로 일을 끝나고 잠시 봤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인근 직장인들은 불안감을 숨기지 못했다. 이들은 "유흥업소가 그렇게 규모가 큰지 몰랐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주변 호텔과 사무실 직원들이 감지하지 못할 정도로 업소는 은밀하게 운영됐던 것으로 보인다.

업소 바로 뒤 호텔의 관계자는 "강남 최대 규모 업소라는 것은 기사 보고 알았다"며 "음악 소리는 물론 시끌벅적한 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아 영업 중이라는 사실도 평소 알지 못했을 정도"라고 전했다.

호텔 유리문에는 'NO MASK, NO ENTRANCE'(마스크 없이 입장할 수 없다)는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이용객이 60~70% 감소했다는 게 그의 말이다. 호텔 관계자는 "문을 닫을 수 없는 노릇이고, 불안해도 일을 계속해야 하지 않는가"라고 쓴웃음을 지었다.

직장인 김모씨(37)는 "근방에 유흥업소가 있다는 정도만 알았을 뿐 규모가 어느 정인지, 어떤 식으로 운영됐는지 전혀 들은 게 없었다"며 "당분간 유흥업소 쪽으로 얼씬도 하지 않을 생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