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부터 5년 전인 2015년 6월 26일. 이날은 미국 역사에 있어서 가장 마음 아픈 날들 중 하나다. 청교도 신앙에 기초하여 건국된 미국이 동성애자들의 공세에 패배하여 연방대법원이 동성결혼을 합헌 판결한 날이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세계교회는 ‘기독교 가치가 여전히 미국을 지탱하는 힘일까? 종말에 미국교회마저 무너지면 세계교회는 어떻게 대체해야 하나?’라는 의문과 충격을 받았다. 미국의 보수사회와 기독교는 왜 무기력하게 무너진 것일까?

1969년 6월 28일에 뉴욕경찰이 동성애자들의 교제장소인 스톤월 주점을 급습하면서 발생한 스톤월 항거(The Stonewall Riots) 이후 동성결혼이 합헌 판결나기까지는 50여년이 걸렸다.

동성애자들은 이 날을 위해 특별히 법적, 의학적, 그리고 신학적 측면에서 필사적으로 싸웠다. 왜 세 측면이어야 했나? 저들은 법적으로 동성결혼이 인간의 자연스런 결혼방식들 중 하나임을 공인받길 원했고, 의학적으로는 정신질환이라는 멍에에서 자유로워지고, 신학적으로는 동성애가 죄라는 성경과 신학적 굴레에서 벗어나고 싶었기 때문이다. 저들의 공세는 집요하고 폭력적이며 끈질겼다.

1. 의학적 공세

스톤월 항거이후 정치적 자신감을 얻은 동성애자들은 좌익세력과 연대하며 ‘게이해방전선’을 결성했다. 스톤월 항거 이듬해인 1970년부터 게이퍼레이드로 포문을 열며 글로벌 연대를 강화해 나갔다.

한국 동성애 진영 역시 2000년부터 퀴어축제라는 이름으로 동참하고 있다. 저들은 먼저 의학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전국게이특별팀을 조직하여 3년 동안(1970-1973) 미국 정신의학회를 집요하게 괴롭혔다.

동성애자들의 무자비한 폭력에 시달린 미국정신의학회는 마침내 항복의 백기를 들고 정신질환편람(DSM-Ⅲ)에서 동성애를 삭제하고 말았다. 삭제 과정에서 적지 않은 의사들이 반대하기는 했지만, 과학이 정치에 패배하는 참극을 막지 못했다. 정신질환목록에서 동성애를 삭제하는데 3년이면 충분했다.

동성애자들이 내건 과학적 근거는 킨제이와 후커의 엉터리 연구물들이었다. 과연 킨제이가 신뢰할만한 과학자인가? 킨제이는 의사나 심리학자도 아닌 곤충동물학자, 동성애자, 그리고 소애성애자였다. 그는 ‘동성애자가 인구 중에 30%이상이다. 사정(射精)만 할 수 있다면 상대가 소아든 동물이든 사체든 괜찮다. 미국 남성의 85%, 여성은 48%가 혼전성관계 경험이 있고, 기혼자 중 남성은 절반이 여성은 4명중 한명이 불륜을 한다. 미혼 여성의 95% 기혼여성의 25%가 낙태를 했다. 소아들도 성을 즐긴다’는 식의 궤변을 늘어놓았다.

킨제이의 말에 의하면 미국인들은 매춘굴에 살고 있는 셈이다. 그가 면접한 5,300명의 면접자들 중 317명은 성적으로 학대당한 미성년자, 수백명은 성매매 종사 남성들, 수백명은 감옥에 수감 중인 성범죄자들이었다. 사실 면접자 대부분은 성적으로 문란한 생활을 하는 이들이었다.

킨제이는 여성에 대한 연구도 동일한 끔찍한 방법을 사용했다. 그의 연구물은 자신이 얻고자 하는 결과를 수집한 것에 불과했다. 오늘날 이런 인물이 ‘성과학의 아버지’로 여겨지고 있으니 웃기는 일이다. 킨제이 같은 이들로 인해 사람들은 성(性)과 죄(罪)를 별개로 보기 시작했고, 성 개방과 성도착에 관용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이런 분위기를 타고 좌파 과학자들은 동성애는 유전적인 것이며 선천적인 뇌의 문제라는 연구물들을 속속 발표했다. 그러자 사람들은 동성애는 타고난 정체성의 문제라는 식으로 인식하게 되었고, 좌파는 인권과 차별을 들먹이며 항문성교가 정상적 행위로서 치료행위나 권고를 해서는 안 된다는 결정을 하기에 이르렀다(DSM-Ⅲ-R). 그러자 심리학회와 교육학회도 정신의학회의 이런 결정을 뒤따르며 상아탑과 공교육을 급진적으로 좌경화시켰다.

그 타락이 최고의 절정기가 바로 오바마 대통령 8년의 치세기간이다. 세계교회는 저항도 못하고 맥없이 무너지는 미국교회를 보며 마음 아파해야 했고, 동성애자들은 자신들의 유토피아가 곧 임할 것 같은 희열 속에서 광란의 페발을 더욱 세게 밟았다.

유대 기독교적 가치와 이성적 계몽주의에 기초한 미국 건국정신이 이정도로 허약했던가? 왜 이런 참극이 벌어진 걸까? 그 원인은 미국 보수사회와 교회의 세속화, 안일함, 그리고 비겁함에 있었다. 1950-1960대에 미국의 보수사회는 보수의 정체성에 대한 심각한 딜레마에 빠져 있었다. 보수가 뭔지에 대한 몸살을 앓으면서 러셀 커크, 윌리엄 버클리, 프랭크 메이어, 배리 골드워터 같은 걸출한 인물들이 등장했다.

전 세계에 68혁명의 물결이 휩쓸고 있을 때 미국의 보수의학계는 그 배후에 있는 네오막시즘이 뭔지, 또 좌익사상에 물든 의료진들이 의료계에 얼마나 똬리를 틀고 있는지 간파는 물론 대처도 제대로 못했다. 여기에 보수의 비겁함이 더해져 과학과 진리가 정치에 무너져감에도 무책임한 방관자가 되었던 것이다.

이것이 20세기 중후반의 미국의 영적 기류다. 의료계를 3년 만에 무너뜨리자 동성애자들은 다음 타겟으로 법적 공세에 힘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50여년이 소요된 법적 투쟁의 결말이 바로 동성결혼 합헌 판결이다. 우리 눈에는 단순히 의학적, 법적 싸움인 것 같지만 사실은 영적 싸움이다.

미국의 보수사회나 의료계는 시대를 정확히 읽지 못했다. 그들은 안일함의 대가를 오늘날까지 톡톡히 치르고 있다.

이는 오늘의 대한민국도 별반 다르지 않다. 동성애 문제뿐만 아니라 총체적으로 위험한 상황에 직면해 있는 것이 대한민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