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등록증, 운전면허증, 여권 등 국가 신분증은 오랜 기간 개인정보 논란 때문에 플라스틱 카드나 수첩 형태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여권이 수첩 형태를 유지하면서 2008년부터 개인정보를 전자적으로 처리한 전자여권으로 바뀐 게 전부다. 그렇다 보니 인터넷이나 모바일에서는 쓸 수 없고, 오프라인에서만 쓰임새가 있는 '반쪽 신분증'에 그쳤다.

정부는 공무원 신분확인을 위해 오프라인에서는 공무원증, 온라인에서는 행정전자서명(GPKI)을 이용해 왔다. 공무원증은 신분증명이나 청사출입증에 쓰고, 온라인 업무시스템이나 이메일시스템 등은 행정전자서명 인증을 통해 접속하는 방식이다.

각종 신용카드, 교통카드 등을 모바일로 쓰면서 지갑 없는 사회가 현실화되고 있지만, 신분증은 여전히 플라스틱 카드 형태로 발급되고, 주민등록번호·지문 등 중요한 개인정보가 그대로 노출되다 보니 분실이나 개인정보 유출에 따른 위험이 클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다 코로나19 이후 비대면이 일상화된 사회를 앞두고 온·오프라인과 모바일을 오가는 신분증 체계 도입이 더 절실해진 상황이다.

◇네덜란드·미국 등 모바일 신분증 도입 나서

우리나라와 달리 해외 주요국은 블록체인과 모바일 기술을 이용한 디지털 신분증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네덜란드는 위변조가 불가능한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모바일 신분증인 '디지털 ID'를 도입했다. QR코드를 활용해 주류 구매 시에는 성인인증, 차량 렌트 시에는 운전면허 검증 등 필요한 정보만 최소한으로 노출해 프라이버시 보호를 강화하는 게 특징이다. 특히 캐나다와 함께 디지털 ID로 여권을 대체하는 서비스도 시도하고 있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과 캐나다 토론토 공항간 발권부터 출입국심사까지 모든 절차를 디지털 ID로 처리하는 방식이다.

미국 루이지애나주와 호주는 모바일 운전면허증 서비스를 시작했다. 핀란드는 휴대전화를 신분증으로 사용하고, 개인정보를 SIM카드에 입력한 후 PIN 코드를 통해 시스템에 접속하는 방식의 모바일 신분증을 도입했다.  

◇정부, 디지털 정부혁신 핵심 과제로 추진

정부는 지난해 10월 국무회의에서 디지털 전환 시대에 맞는 정부혁신 추진계획을 의결하면서 모바일 신분증 도입을 우선 추진과제로 정하고 전략을 마련해 왔다. 이를 위해 행안부를 중심으로 기재부, 과기정통부, 인사혁신처, 한국조폐공사 등이 참여하는 범정부 태스크포스를 발족했다.

이번 사업을 시작으로 국민 대부분이 소유한 스마트폰에 모바일 신분증을 발급·활용하는 디지털 기반 신원확인체계를 도입함으로써 신분증 발급, 신분 확인 등 전 과정을 바꾼다는 계획이다. 우선 공무원증의 안전성과 활용성을 검증한 후, 장애인증, 운전면허증 등으로 단계적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신원정보 중앙에 안 둬 대형 해킹 위험 없어

모바일 신분증은 위·변조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블록체인 기술을 신원증명 소유권과 유효성 검증, 신원증명 발행·제출·갱신 등의 기록관리에 활용해 기술적 안정성을 확보한다. 또한 신기술인 DID(분산ID) 방식의 자기 주권신원 증명체계(Self-Sovereign Identity)를 마련해 정보주체의 자기결정권을 보장한다는 계획이다.

신원정보를 스마트폰에 암호로 저장해 사용자가 자신의 신원정보를 직접 관리하고, 필요 시 제공 대상과 범위를 사용자 통제하에 제출하는 방식이다. 신원정보를 중앙시스템에 통합 보관하지 않아 해킹 시 개인정보 대량유출 위험이 없다.

한편 이번 사업은 5일 아이티센이 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됨에 따라 조만간 최종계약을 맺고 사업에 착수할 예정이다. 삼성SDS가 협력사로 참여, 자체 개발한 기업용 블록체인 플랫폼 '넥스레저'를 적용하기로 했다.

이번 사업을 통해 블록체인 플랫폼을 적용한 모바일 신분증 프로세스 효율화 방안을 설계하고, 다양한 DID 기술과 연계하는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또 개인정보보호, 보안 방안을 확보하고, 행안부 전자문서지갑 API(앱인터페이스)를 활용한 증명서 유통기능을 구현할 계획이다. 주민등록증, 운전면허증, 여권 등으로 확장 가능한 표준 연계 API도 개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