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정부의 대북전단 엄정 대응 방침에도 불구하고 대남 군사행동까지 예고하는 등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14일 오후 인천 강화평화전망대에서 바라본 북한 황해북도 개풍군 모습

NSC 입장 발표 없어…北 자극보다 파탄 막아야 목소리도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13일 밤 담화에서 대북전단 살포에 대해 거친 언사로 남측을 비난하면서 그 대응조치로 무력도발을 언급하자 청와대와 정부, 군이 긴급대응에 나섰다.

김 제1부부장은 전날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담화에서 "확실히 남조선과 결별할 때가 됐다"면서 "우리는 곧 다음 단계의 행동을 취할 것이며 다음 번 대적 행동의 행사권은 우리 군대 총참모부에 넘겨주려고 한다"라고 밝혔다.

이어 "보복계획들은 대적부문 사업의 일환이 아니라 우리 내부의 국론으로 확고히 굳어졌다. (남측이) 나름대로 우리의 의중을 평하며 횡설수설해댈 수 있는 이런 담화를 발표하기보다는 이제는 연속적인 행동으로 보복해야 한다"면서 '대남 보복'에 대한 결연한 의지를 드러냈다.

◇靑 새벽에 긴급 NSC 개최…대북대책, 北 도발 움직임 점검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는 김 제1부부장의 경고가 나온 지 3시간 만인 14일 0시께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상임위원회 긴급 화상회의를 열어 김 제1부부장의 경고담화에 담긴 의사를 분석하고 북측의 움직임에 대해 논의했다. 새벽에 NSC가 열리는 건 이례적인 일로 그만큼 남북관계가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이날 회의에서 외교·통일·국방 장관 외에 박한기 합참의장이 이례적으로 참석해 북측의 도발 가능성에 대한 우리 군의 대응을 점검했다. 앞서 북측이 대남관계를 '대적사업'으로 돌리겠다고 엄포한 데 이어 13일 김 제1부부장이 "대적행동의 행사권을 군부에 넘겨 주겠다"면서 협박 차원을 넘어 대남 도발을 실제 행동으로 옮기겠다는 뜻을 천명했기 때문이다.

북측이 대남 적대시 정책의 첫 단계로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형체도 없이 비참하게 파괴"하고, 이어 9·19 군사합의 파기를 위한 도발을 할 경우 남북관계가 돌이킬 수 없는 파국의 상황으로 접어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날 회의에서는 이 부분을 중점적으로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일부·국방부 “상황 엄중” 입장발표…靑 NSC 입장은 없어

청와대 NSC 새벽 회의에 이어 통일부는 이날 오전 10시30분께 입장문을 내고 "정부는 현 상황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다"면서 "남과 북은 남북 간 모든 합의를 준수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방부도 11시10분께 입장문을 통해 "한반도 평화정착 및 우발적 충돌방지를 위해 9·19 군사합의는 반드시 준수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방부는 "북한군의 동향을 면밀히 감시 중"이라며 "우리 군은 모든 상황에 대비해 확고한 군사대비태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제1부부장이 '대적 행동권'을 군부에 넘기면서 한반도 내 도발 가능성이 한 층 높아진 상황이다. 특히 김 제1부부장이 9·19 군사합의 파기를 언급해 비무장지대(DMZ) 또는 북방한계선(NLL) 내에서 국지적 도발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 2018년 송영무 당시 국방장관과 노광철 인민무력상이 서명한 '9·19 군사합의서'가 DMZ 또는 NLL 내에서 우발적 충돌 방지를 핵심 내용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연평해전,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등은 대표적인 NLL 지역 충돌 사례다.

이에 군은 북한군의 움직임을 예의 주시하면서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는 상태다. 국방부는 정경두 국방장관의 주재로 이날 오전 내부 긴급회의를 소집, 대비태세를 점검하고 향후 대책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안팎에선 현재의 대북 기조에 대한 우려는 물론, 방향성의 수정이 필요한 것 아니냐는 등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대북 강경책 선회로 북한을 자극하기 보다는 좀 더 인내심을 갖고 북한이 남북관계를 파국으로 몰고 가는 상황을 차단하는데 주력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강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청와대는 이날 NSC 회의에 따른 입장 표명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