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약의 사사기는 분야주권사상 체제에 대한 매우 좋은 비유를 제공한다. 한 마디로 이스라엘 사람들에게 필수 농작물인 세 가지 과실나무가 왕이 되기보다는 자기 고유의 받은 사명을 다하는 것으로 만족해하고 행복해한다는 이야기이다.

“삿 9:8 하루는 나무들이 나가서 기름을 부어 자신들 위에 ‘왕으로 삼으려 하여’ 감람나무에게 이르되 너는 우리 위에 ‘왕이 되라 하매’ 9.감람나무가 그들에게 이르되 내게 있는 나의 기름은 ‘하나님과 사람을 영화롭게 하나니’ ‘내가 어찌 그것을 버리고 가서’ 나무들 위에 우쭐대리요 한지라 10.나무들이 또 무화과나무에게 이르되 너는 와서 우리 위에 ‘왕이 되라 하매’ 11.무화과나무가 그들에게 이르되 나의 단 것과 나의 아름다운 열매를 ‘내가 어찌 버리고 가서’ ‘나무들 위에 우쭐대리요’ 한지라 12.나무들이 또 포도나무에게 이르되 너는 와서 우리 위에 ‘왕이 되라 하매’ 13.포도나무가 그들에게 이르되 ‘하나님과 사람을 기쁘게 하는’ 내 포도주를 ‘내가 어찌 버리고 가서’ ‘나무들 위에 우쭐대리요’ 한지라”

이 비유는 분야 주권사상의 핵심 부분을 잘 묘사해 주고 있다.

먼저, 이 비유는 각 과실나무는 자기가 받은 직분에 대해 대단한 긍지를 지니고 있음을 보여준다. 세 번 등장하는 “내가 (고유의 은사) 어찌 버리고 가서”라는 표현이 이런 사실을 보여준다. 즉 자기 분야에 어울리는 재능과 직분에 대한 긍지와 사명감이 매우 큼을 보여준다.

사실 자유민주주의 사회는 이런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음을 서구 자유민주주의 국가는 잘 보여주고 있다.

우리나라 대학은 인기 학과에 쏠리는 경향이 있다. 그동안 입시 역사를 보면 수험생들은 더러는 법과에, 더러는 경제학에, 더러는 공학 등등에 집중하는 경향을 보여 왔다. 그 결과 자기 재능에 맞지 않는 과목을 택하여 불행한 학창시절을 보내거나 전과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더러는 인기 없는 학과들은 수험생들의 관심의 대상에 멀어지는 경우도 많았다.

이는 우리나라 자유민주주의 역사에서 분야주권 사상이 잘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둘째, 각 나무들은 왕으로 삼으로 해도 왕이 되려고 하지 않는다. 세 번에 걸쳐 나오는 “왕이 되라 하매” 그리고 “나무들 위에 우쭐대리요”라는 구절이 잘 말해준다. 왕이 되기보다는 자기 고유의 직분을 수행하는 일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는 말이다.

이런 점이 바로 나라의 모든 것을 한 손에 움켜잡으려 하는 독재자들과는 매우 구별되는 점이다. 모두 다 왕이 된다면 누가 산업을 발전시킬 수 있을까?

분야 주권이 실행되는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는 분야마다 권한을 지니기 때문에 누릴 대상이 그만큼 많은 것이다. 대통력 중심체제에서 독재를 막기 위해 권력을 분산시키기 위해 여러 가지 시도를 하는데 분야주권을 간과하는 한 권력 분산 문제는 해결할 수 없을 것이다.

셋째, 세 나무들은 창조주 하나님과 사람에 대한 책임감을 지니고 있음을 보여준다. 즉 인간의 모든 분야 사람들은 하나님에 대해 그리고 다른 사람들에 대해 책임을 지고 자기에게 부여된 일을 수행한다는 말이다.

서구 기독교 국가 사람들은 창조주 하나님에 대해 책임감을 지니고 자기 직분을 수행한다고 한다. 따라서 이들은 사람들의 눈을 의식하지 않고 자기 임무를 잘 수행하는 것이다.

비기독교국가라도 그 국민들이 창조주 하나님에 대해 책임감을 가진다면 그들의 일하는 자세가 진지해 질 것이다. 독재국가 사람들은 감독의 눈길만 살피며 일하게 되니 효과가 적은 것이다.

사실 독재국가에서는 장악하고 먹거리 할 권력은 하나뿐이다. 이런 체제에서는 나라의 모든 권력이 한 사람에게 놓여 있기 때문에 누구든지 일단 정권을 잡기만 하면 모든 것을 자기 지배 아래 둔다. 이조시대의 당쟁은 오직 한 가지 먹거리 권력 즉 왕권을 좌우지하기 위한 경쟁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왕권만 장악하면 모든 이득을 한꺼번에 누릴 수 있으므로 목숨을 내건 피 터지는 싸움을 한 것이다. 이런 현상은 지금 우리나라에도 일어나고 있다는 게 문제가 되는 것이다. 이것은 우리가 자유민주주의를 올바르게 배우지 못했다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