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민주주의 ‘분야주권사상’을 보다 피부에 와 닿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것의 실례를 들어보는 일일 것이다.

필자가 독일 유학생으로 있을 때 일이다. 한번은 미국 국방장관이던 와인버그(Weinberg)가 나토(NATO)문제와 연관하여 유럽을 방문한 적 있다. ‘포도산’이라는 그의 이름으로 보아 그는 독일계 미국인인 것 같다. 그때 매스컴은 미국방장관이 자기 수하에 있는 군사전문가 50명 싱크탱크를 대동(大同)했다고 보도했다. 바로 이런 점이 내게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이것은 국방문제에 대한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는 이 전문가들이 난상토론(爛商討論)하며 상황을 정확하게 분석하고 해결책을 마련하면 국방장관이 그것을 시행함을 의미한다. 이때 싱크탱크에 속하는 전문가들은 이 분야에서 최고의 인재들이다.

서구 자유민주주의 국가는 사실 이런 구조로 되어 있다. 그래서 사람들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나라를 만들 수 있는 것이다. 독재국가에서는 전문가들이 무시되고 독재자 한 사람이 나라의 운명을 좌우한다.

며칠 전에 TV 역사채널에서 제2차 대전 가운데 승패를 좌우하는 전쟁에서 전쟁을 주관하는 장군의 견해가 무시되고 독재자 히틀러의 주장이 결정되어 참패를 당한 일은 전문가를 무시하는 독재자의 일방적 결단이 국가 전체에 치명적인 손해를 끼침을 보여준다.

우리는 몇 년 전에 오바마 대통령이 빈 라덴을 수색하여 잡아 죽일 때 백악관에는 군 수뇌부가 가장 중앙에 앉아 작전을 지휘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 작전 지휘 순간에는 대통령이 아니라 군 전문가가 필요했던 것이다.

우리는 미국 아니 세계의 경제를 좌지우지 하는 사람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수장을 경제대통령이라고 부른다. 이 말은 행정부 대통령도 다른 분야인 경제 문제를 자기 마음대로 함부로 터치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버지 부시(George H.W. Bush)가 1992년 대통령 재선에 도전했을 때 앨런 그린스펀 연준 의장이 경기 부양에 도움이 되는 조치를 취해 표심을 얻기를 원했다. 하지만 그린스펀은 반대로 갔고, 부시 대통령은 연임 실패를 그린스펀 탓으로 돌리며 평생 이를 박박 갈았다고 한다. 자기 분야를 함부로 침해하지 말하는 말이다.

그리고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는 전문가들에 대해 존경심과 배려가 대단하다는 것도 주목할 일이다.

카라얀이 그의 생애 마지막에 베를린에서 연주했을 때 일이다. 그 연주회에는 독일사회의 지도자급들이 많이 참석했었다. 음악 전문가들은 물론 그 당시 독일 수상이던 헬무트 슈미트도 자기 부인과 함께 참석했다. 이 노 음악가는 지휘봉을 들고 최고의 연주자들 앞에 서서 다양한 악기들로부터 감동적이고 아름다운 음악을 이끌어내었다. 마치 그의 몸에서 음악이 흘러넘치는 듯이 지휘를 했다.

필자가 관람객들의 표정을 살펴보니 이들의 얼굴 속에는 이 노 음악가에 대한 존경심이 반사되고 있음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이처럼 서구자유민주주의 나라 사람들은 전문가들을 존경하고 존중하는 것이다.

지금 우리나라는 서구 자유민주주의 국가와는 정반대로 나감을 볼 수 있다. 대통령이 한번 어떤 말을 하면 모든 분야 사람들이 일방적으로 대통령 입맛에 따라 처리해 버리고 있다. 코드 인사(人事) 조치는 물론, 나라에 해가 될 수 있는 정책들도 전문가들의 깊이 있는 논의 없이 그대로 수행해 버린다.

이를테면 중국발 코로나바이러스가 발발했을 때, 자국민들을 보호하기 위한 전문가들의 논의도 없이, 중국인들의 입국을 막지 않고 개방한 정책은 일방적으로 수행되었다. 그 결과에 대해 누가 책임을 질 것인가? 이것이 바로 독재국가인 것이다. 공무원들은 마치 알아서 기는 듯이 대통령이 직접 말하지 않은 것까지도 일을 수행하여 분야주권의 원리를 거스린다.

서울시장이 교회 예배 참석하는 문제를 두고는 그렇게 간섭과 방해를 하더니 이태원 클럽 개방을 허용하여 코로나바이러스19가 다시 퍼진 일도 전문가 원리가 아니라 정치적 원리로 보건문제를 다룬 결과로 보인다(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