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수예방 효과 없고, 수질만 나빠졌다더니... 거짓말이었다

4대강 사업의 효과를 두고 정치권 공방이 치열하다. 문재인 정부와 여당측은 4대강 사업에 홍수예방 효과가 전혀 없고, 수질만 나빠졌다고 주장한다. 과연 4대강 사업은 수질을 악화시켰을까.

본지 취재 결과 정부 여당의 주장은 사실과 다른 것으로 확인됐다. 환경공학과 교수 등 수질 전문가들은 4대강 사업 이후 수질을 평가하는 지표들이 크게 개선됐다고 분석했다. 여권이 4대강 사업의 부작용이라고 주장하던 녹조 현상 역시 지구 온난화와 오염물질 유입이 주요 원인으로, 4대강 사업 이전부터 빈번하게 발생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박석순 이화여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환경부 데이터를 기반으로 4대강 사업 착공 전 5년 (2005~2009)과, 완공 후 5년(2012~2016)의 수질을 비교한 자료를 공개했다. 그에 따르면 4대강 사업 이후 대부분 지점에서 산소요구량(BOD)과 총인(TP), 부유물질(SS), 엽록소(Chl-a), 화학적 산소요구량(COD) 등 5대 수질 평가 지표(단위 ㎎/L)가 전반적으로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5가지 지표는 환경부 물환경 목표기준 평가 규정에 따라 하천의 수질평가 기준으로 쓰이고 있다. 환경부 조사에서 4대강 사업 이후 수질이 개선된 사실이 확인됐다는 얘기다. 박 교수는 "환경부 국립환경과학연구원에서 매주, 또는 매달 국내 주요 강의 수질을 측정자료를 올린다"며 "환경부가 4대강 사업 전후 64개 지점(보, 지류)에서 각 지표에 따라 수질을 측정한 결과의 평균치를 비교분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대강 사업 후 5대 수질지표 모두 개선

우선 4대강 사업 후 생화학적 산소요구량(BOD)은 64개 지점 중 29곳이 개선됐고, 25곳은 변화가 없었다. BOD란 미생물이 물 속에 있는 유기물을 분해할 때 사용하는 산소의 양으로, 물의 오염 정도를 표시하는 지표로 사용된다. BOD 수치가 낮을수록 물이 깨끗하다고 판단한다.

수질이 좋아진 곳은 △남한강 충주(0.8→0.4/40.7%), 원주(1.2→0.8/30.2%), 여주(1.4→0.9/32.1%) △영산강 광주(8.7 → 4.5/48.4%), 광산(6.5→4.7/28.9%), 무안(4.2→3.3/22.9%) △금강 제원(0.9→0.8/36.0%), 영동(0.9→0.8/29.4%), 곰나루(3.3→2.9/20.1%) △낙동강 황지(1.9→1.4/25%) 화원나루(3.2→2.6/16.9%), 임해진(2.9→2.1/26.3%) 등이다. 특히 영산강 광주의 경우 BOD 수치가 사업 전 8.7에서 사업 후 4.5으로 낮아져 48.4%가 개선된 것으로 확인됐다.

대상 지점 중 10곳은 BOD 수치가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는데, 박 교수는 4대강 사업 이후 이어진 장마의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기상청 자료에 따르면, 2005년~2009년 연평균 강수량은 1270.88mm이지만 2012~2016년 연평균 강수량은 1207.46mm에 그쳤다. BOD는 강수량이 적어지면 그만큼 유기물을 분해할 산소가 더욱 필요하게 돼 수치가 올라가게 된다. 박 교수는 "2005~2009년과 비교해 2012~2016년에는 강수량이 적어 가뭄 등이 심한 시기였다"며 "이런 환경적 요인이 수질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총인(TP)의 경우 54곳에서 개선됐고, 9곳은 변화가 없었다. 악화된 지점은 1곳에 불과했다. TP는 하천, 호수 등의 부영양화를 나타내는 지표의 하나로 물속에 포함된 인의 총량을 말한다. 조류 발생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영양물질로 꼽힌다. 개선된 곳은 △ 남한강 충주(0.026→0.016/36.6%), 중원(0.044→0.030/30.7%), 원주(0.039→0.028/28.1%), 여주(0.057→0.036/36.3%), 이포 △ 영산강 광산(0.674→0.172/74.5%) 나주(0.435→0.136/68.8%) 영산포(0.450→0.112/75.1%), 함평(0.392→0.119/69.7%) 등이다.

물 속 부유물질·녹조수치 엽록소 모두 개선

물 속에 함유된 부유물질(SS) 역시 32곳이 개선됐고 31곳은 변화가 없었다. 악화된 지점은 1곳에 불과했다. 개선된 32곳은 △ 남한강 충주댐(4.5→1.8/60.1%), 중원(6.0→4.1/34%), 강천(11.0→6.0/45.6%), 이포(17.0 → 9.9/42.0%) △ 영산강 광산(24.7→10.7/56.8%) 등이다.

▲ 맑은 물이 흐르고 있는 4대강 사업 이후 낙동강 달성보의 모습이다.

녹조 수치를 평가하는 지표인 엽록소(Chl-a)는 24곳이 개선됐고 21곳은 변화가 없었다. 16곳이 악화됐고 3곳은 조사가 불가했다. △ 남한강 중원(7.4→4.6/38%), 덕은리(6.5→3.9/40.4%), 원주(7.7→5.4/29.6%), 여주(12.9→7.8/39.3%) 등이 개선됐다.

화학적 산소요구량(COD)은 금강과 낙동강 지역에서 7곳이 개선됐고 32곳에서 변화가 없었다. 25곳은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COD는 유기물 등의 오염 물질을 산화할 때 필요한 산소량으로 수치가 높을 수록 오염도가 높다는 의미다. COD 역시 BOD와 마찬가지로 강수량에 큰 영향을 받는다. 강물이 적어지면 물에 희석된 오염 물질의 농도가 높아져 그 수치가 올라가게 되기 때문이다.

박석순 교수는 전반적으로 수질이 개선된 이유에 대해 "4대강 사업을 통해 강의 쓰레기와 퇴적물을 치우고 하수처리장 총인 처리 시설 설치, 하천 둔치 정비 등의 효과가 나타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도권 소재 한 대학의 환경공학과 교수도 "4대강 사업을 통해 강 바닥이 깊어지고 보 설치 등으로 전체적인 수량이 늘어났는데 수질이 나빠졌다는 주장은 말이 안되는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데이터를 수집해 객관적으로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4대강 사업으로 녹조 발생한다는 주장도 사실과 달라"

박 교수는 4대강 사업으로 녹조 발생이 빈번해졌다는 일부 주장에 대해서도 객관적인 자료를 확인하지 않고 악질적인 프레임을 씌우려는 정치적 의도라는 비판했다. 녹조는 이상고온과 제대로 처리가 되지 않은 하수가 흘러들어 생기는 현상으로 4대강 사업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는 것이다.

실제 과거 한국의 사례를 보면 4대강 사업 이전에도 녹조가 거의 해마다 발생한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과거 언론보도를 종합하면 △1992년 낙동강에서 녹조 7일 이상 발생 △1995년 낙동강, 북한강을 시작으로 녹조가 전국으로 확산 △1996년 낙동강에서 녹조 발생 △1997년 4~10월 전국 녹조 발생 △2001년 전국 댐으로 녹조 확산 △2002년 한탄강 지류와 용담댕에서 녹조 확산 △2003년 안동댐에서 녹조 발생 △2004년 태화강 시작으로 낙동강 수계 녹조 발생 △2005~2006년 전국 댐에서 녹조 발생 △2007년 낙동강, 태화강에서 녹조 발생 △2008년 한강 상류 등에서 녹조 발생 △2009년 대청호, 남강댐, 사연댐 등 녹조 발생 △2010년 금강에서 녹조 발생 등이 보도된 사례가 있다.

박형준 동아대 사회학과 교수는 "1993년~2007년까지 4대강 수질 개선을 위해 33조원 이상을 투자했지만, 물이 부족한 가을이나 겨울철에는 수질 악화 문제가 계속 존재해왔다"고 말한 바 있다. 박 교수는 "4대강와 관련해서는 객관적인 자료나 실제 상황에 근거했다기 보다는 악질적인 프레임을 덧씌워 4대강이라고 하면 녹조를 생각하고 수질이 악화됐다고 생각하게끔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환경부에 따르면 녹조의 주요 발생 원인은 오염물질 유입이다. △ 가정에서 배출되는 각종 세제류가 섞인 생활하수 △ 공장에서 배출되는 산업폐수 △비가 올 때 강으로 유입되는 각종 쓰레기 △농경지 비료와 퇴비 등이 강을 오염시키는 것이 녹조 발생에 있어 큰 부분을 차지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