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한국에서 북한에 억류 중인 한국인 6명에 대한 관심과 조속한 석방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특히 청년들과 기독교인들이 온라인 청원 등을 통해 캠페인을 주도하고 있는데, 한국 정부가 자국민 보호에 적극 나설 것을 촉구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의 인터넷 청원전문 사이트인 ‘체인지닷오그’(change.org)에는 지난달부터 북한에 억류 중인 한국인 6명의 송환을 촉구하는 청원 운동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자신들을 한국계 청년들이라고 밝힌 청원자들은 ‘6명의 한국인을 구하라’는 뜻의 ‘세이브 식스 코리언스’란 이름으로 2013년 북한에서 체포된 김정욱 선교사 등 6명의 이름과 억류 상황을 4개 국어로 게시판에 자세히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한국 정부의 `침묵’에 우려를 나타내며 북한의 인권 문제와 한국인 6명의 존엄이 외교(남북) 관계 유지를 위한 대가로 억제될 수 없다면서 이들에 대한 송환 노력을 촉구했습니다.

한국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이들의 송환을 촉구하는 청원이 지난 한 달 동안 벌어져 8만 8천 명이 동의했습니다.

청원 게시판에는 억류 중인 6명은 북한주민쉼터와 대북 지원용 국수공장을 운영하며 굶주린 북한 주민들을 사랑한 사람들로서, 억울하게 북한에 강제억류돼 무기노동교화형을 선고 받고 7~8년째 복역 중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들의 생사는 모르고 많은 사람들의 기억에서도 잊혀지고 있다며, 6명이 가족과 조국의 품으로 돌아오도록 한국 정부가 적극 나서서 구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아울러 문재인 대통령에게는 “정부의 강력한 국민 송환 의지를 국민과 전 세계,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공식 문서로 표현해 주시길 청원한다”고 호소했습니다.

북한에는 현재 북-중 접경지역에서 기독교 선교사로 활동하던 김정욱, 김국기, 최춘길 씨와 한국에 정착한 뒤 중국에서 탈북민 지원활동을 펼치던 김원호 씨 등 탈북민 출신 한국 국적자 3명이 억류돼 있습니다.

한국교회언론회도 최근 성명에서 억류 한국인들은 북한 정권의 주장과 달리 인도적 차원에서 탈북민들을 도운 것뿐이라며, 이들에게 강제노역을 시키는 북한 정권의 행태는 “반인도적이며 비이성적”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이 단체는 남북 정상이 3번이나 만났지만 자국민 석방 문제가 거론되지 않은 것은 유감이라며, 한국 정부와 국민보다 국제사회가 6명 송환 운동에 먼저 나선 것은 창피한 일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지난 2014년 2월 북한에 억류 중인 한국인 개신교 선교사 김정욱 씨가 평양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앞서 유엔 산하 강제실종그룹은 북한에 억류 중인 김정욱, 김국기 목사에 대한 행방 관련 정보를 지난 2018년 북한 당국에 요청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한국교회언론회는 한국 정부와 정치권이 나서서 6명의 생사와 건강 문제를 파악하고 송환 노력을 적극 펼쳐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한국의 기독교 청년단체인 ‘위두웍’(We do work)도 최근 “억류 국민 6명 잊지 맙시다”란 주제로 국토대장정 행사를 열었습니다.

이 단체는 지난달 강원도 고성에서 서울까지 2주 가까이 걸으며 북한에 억류된 한국인 6명의 무사귀환을 기원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국제 서명운동과 인터넷 사회관계망 캠페인도 하고 있다며, 한국 정부에 억류 자국민 송환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국민에게 제시할 것을 촉구할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선한목자교회 등 한국 내 일부 교회는 매주 예배 때마다 북한에 억류 중인 6명의 이름을 호명하며 이들의 무사귀환을 기도하고 있습니다.

[유기성 목사(선한목자교회)] “김국기 목사님, 김정욱 목사님, 최춘길 선교사님, 장문석 집사님 그리고 억류돼 있는 모든 우리 국민들, 지하교회 성도들, 핍박당하는 이들 속히 석방되게 해 주소서”

한국 통일부는 한국인 억류 사안에 대해 “조속한 송환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원론적 입장을 계속 밝히고 있습니다.

한국 외교부도 최근 ‘국제 강제실종 희생자의 날’을 맞아 유엔 강제실종그룹(WGEID)과 일부 유럽 국가들이 억류자와 납북자, 전쟁포로 사안을 적극 제기하는 국제 기류에 대한 VOA의 논평 요청에 “주무부처가 통일부이므로, 통일부 입장을 받는 게 적절하다”고 답변했습니다.

대북 민간단체들은 이런 정부의 태도에 우려와 실망감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자국민 억류 등 납북자, 인권 등 북한 정권이 민감해 하는 대부분 사안에 침묵하는 것은 “대한민국은 이제 단 한 사람의 국민도 포기하지 않을 것”이란 올해 문재인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와 배치된다는 지적입니다.

북한 반인도범죄 철폐를 위한 국제연대(ICNK) 권은경 사무국장은 8일 VOA에, 문재인 대통령이 2018년 아르헨티나 방문 첫 일정으로 국제 강제실종의 상징인 ‘5월 광장 어머니회’와 동행하며 40년 전 사건을 위로했듯이 자국민 실종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권은경 국장] “(5월 광장 어머니회 사건은) 40여년 전 사건이고 이것은 현재 진행형이고 현재의 우리 국민이 북한에서 어떻게 생존하고 있는지 모르는 상황에서 관심을 두지 않는다는 것은 굉장히 실망스러운 일입니다. 정부가 해야할 책임을 져버리는 행위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