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대권 고지에 다가서는 상황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대대적인 불복 소송을 벌이겠다고 밝혀 속내에 관심이 집중된다. 소송을 통해 대선 결과를 뒤바꾸지는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 대체적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보다 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미국은 헌법상 다음달말까지 선거 당선자가 확정되지 않으면 미 하원이 대통령을 선출하게 되는데 트럼프 대통령은 이런 상황이 펼쳐질 경우 승산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지금까지 개표 추이를 봤을 때 대선 판세는 바이든 후보 쪽에 유리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6일 AP통신에 따르면 바이든 후보는 애리조나를 포함해 총 264명의 선거인단 수를 확보한 상황이다. 선거인단 과반인 매직넘버 270명 도달까지 불과 6명을 남겨둔 것이다. 이에 바이든 후보는 개표가 진행 중인 경합지역 네바다, 펜실베이니아, 조지아, 노스캐롤라이나 중 한 곳만 이기면 바이든의 승리로 끝난다.

그러나 바이든 후보가 승리하더라도 트럼프 대통령이 소송을 제기하거나 재검표를 요구하는 등 곧바로 승복하지 않을 경우 당선인 확정까지 시간이 걸릴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전부터 우편투표를 믿을 수 없다면서 유권자 사기 문제를 거론해왔다. 바이든 후보가 선거인단 270명을 확보하더라도 이에 불복하겠다는 의사다.

이를 반영하듯 트럼프 대통령은 5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선거가 조작되고 있다"며 투표의 무결성을 지키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합법적 투표만 계산하면 내가 쉽게 이긴다. 불법적 투표를 계산하면 그들은 선거를 훔치려 할 것"이라면서 자신의 지지자들이 침묵하게 두지는 않겠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이번 선거가 대법원에서 끝날 수도 있다고 언급, 최종적으로 법원의 판단을 받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개표 과정을 두고 연방대법원까지 끌고 가겠다는 속내를 다시 한 번 드러낸 것이다. 선거가 끝난 마당에 연방대법원에서 내릴 수 있는 결정은 개표 중단, 재검표 허가 여부 등에 불과하다.

이에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소송에도 투표 결과가 반전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법률 전문가들은 난무하는 소송이 대선 개표 과정에 의구심을 던지고 승자 확정을 지연시킬 수는 있겠지만 대선 결과가 바뀔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주목할 점은 6대 3의 확실한 보수 우위 구도인 대법원이 이러한 결정을 언제 내리는지에 있다. 11·3 대선을 통해 뽑히는 선거인단들은 다음달 8일까지 확정되어야 승자독식 방식을 합산해 차기 대통령을 선출하는데 대법원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판결을 내 선거인단 확정 과정을 지연시킬 수 있다.

실제 지난 2000년 대선의 경우 엘 고어 민주당 후보가 플로리다의 재검표를 요청했는데 당시 5대4 보수 우위 구도의 대법원이 조지 부시 공화당 후보에게 유리한 판결을 내 결국 부시가 대통령이 됐다. 연방 대법원이 부시측의 손을 들어주긴 했지만 이 과정에서 한달여 동안 혼란이 지속됐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바이든 후보의 승리를 주장하는 모든 주에서 법적으로 이의를 제기하겠다고 밝힌 것을 고려하면 이번 ‘포스트 대선 정국’ 혼란은 더욱 길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만약 내년 1월까지 결론이 내려지지 않으면 ‘불확정 선거’(contingent election) 상황이 연출된다. 이 경우 수정헌법 12조에 따라 대통령 선출권은 하원으로, 부통령 선출권은 상원으로 넘어가게 된다.

그런데 이때는 투표권이 법안 통과처럼 하원 전원에게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50개 주별로 1명씩 대표를 선출해 26표 이상을 얻은 후보가 대통령이 된다. 예컨대 민주당이 장악한 캘리포니아는 의원 수가 많지만 민주당 1표로 적용되고 의원 수가 적은 주의 경우에도 공화당 의원이 많으면 공화당 1표가 된다.

정치전문 웹사이트 ‘270투윈(270towin)’에 따르면 현재 공화당 하원이 과반인 주가 26개다. 현 추세대로라면 트럼프 대통령은 수정헌법 12조 적용을 받아 결국 재임에 성공하게 된다.

트럼프 대통령 임기인 내년 1월 20일까지 하원조차 대통령을 뽑지 못하는 상황이 올 경우, 상원에서 선출된 부통령이 대통령직 권한을 대행하는데 이마저도 공화당이 우세한 상황이다.

만약에 의회에서 대통령과 부통령이 선출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면 ‘대통령직 승계법’(Presidential Succession Act)에 따라 민주당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대통령이 선출될 때까지 대통령직을 대항하게 된다.

미국 역사상 하원이 대통령을 선출한 경우는 1800년과 1824년, 2차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