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인들은 자기가 몸담고 있는 국가에 대해 어떤 자세를 취할 것인가? 우리는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신앙의 자유를 누리는 것만으로 만족할 수 있을까?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자유민주주의는 종교개혁운동으로 거슬러 가는 것 같다. 이 민주주의는 그리스에 출발점을 둔다는 일반 민주주의와는 구별되는 것 같다. 이런 점을 지적한 아브라함 카이퍼의 통찰력은 대단한 것으로 보인다.

왜 종교개혁자들과 그 후예들은 자기들이 몸담을 나라의 정체에 대해 대단한 관심을 가졌을까? 그 이유는 간단하다. 그들은 그 당시 미신에 빠진 로마가톨릭교회의 독재체제로부터 해방되어 신앙의 자유를 누리며 살 수 있는 나라를 원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16세기 종교개혁이 일어나자 로마가톨릭교회와 새로 등장한 개신교가 첨예하게 대립하며 끊임없이 종교전쟁이 지속되었음을 알고 있다. 우리는 로마가톨릭교회 군대가 성 바돌로뮤디아즈 교회에서 개혁교회 교인들을 감금하고 불을 지르고 칼과 창으로 찌르던 사건을 기억하고 있다.

그리고 라이덴 성곽에 포위되어 스페인 군대와 대치하면서 굶주림과 페스트 질병으로 죽거나 처참하게 버티었던 네델란드 개혁교인들이나 프랑스 개혁교회 성도인 위그노들이 여러 차례에 걸쳐 로마가톨릭 군대와 치열하게 벌인 전쟁, 영국의 청교도 혁명과 전쟁 등등, 16세기 이후 유럽은 전쟁의 도가니 속에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런 전쟁이 마침내 1648년 웨스트팔리아 평화 조약으로 종식되었다. 그 회의에서 정한 해법은 “그의 영토에, 그의 종교”(Cuius regio, eius religio)이었다. 즉 그 城에 사는 주민들은 그 성주(城主)의 종교를 따라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를테면, 성주(城主)가 개혁교인이면 개혁교회 성도들이 그 성으로 이주했다. 사실 예나 지금이나 이사한다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다. 그런데 자기 신앙원리에 따라 마음껏 자유롭게 신앙생활을 하기 위해 이들은 힘든 이사를 마다하지 않았다. 심지어 영국의 청교도들은 신앙의 자유를 위해 험한 대서양을 건너 아메리카로 이주해 갔다.

매우 흥미로운 것은 칼빈이 그의 『기독교강요』 맨 끝부분에 국가론을 언급한 이후 모든 개혁교회 신앙고백서 끝부분에는 국가관이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이것은 개혁교회 성도들은 나라를 세우되 성경의 원리에 따라 자유롭게 신앙생활을 할 수 있도록 나라를 디자인했다는 말이다. 이들은 단순히 교회가 국가 정치에 참여하는 정도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하나님을 바로 섬기 평안한 삶을 살 수 있는 나라를 만들까 하는 것을 고민했다는 말이다. 칼빈은 귀족정치를 선호했는데 이것이 발전하여 대의정치 제도를 만들게 했다.

오늘 우리가 누리는 자유민주주의는 하늘에서 떨어진 것이 아니다. 그리고 인본주의적인 그리스 민주주의에서 나온 것도 아니다. 인간의 삶을 풍성케 하며 마음속에 진정한 평안을 얻게 하는 신앙생활을 온전히 하며 살 수 있는 나라를 추구하면서 이런 정치제도를 얻게 된 것이다.

유럽의 입헌군주제도나 미국의 자유민주주의는 이런 맥락에서 봐야 할 것이다. 막연하게 동성애를 반대할 것이 아니라 이런 제도가 허락되지 않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애쓸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즉 동성애 반대 운동은 하나님 아래 있는 자유민주주의를 보호하는 일과 함께 수행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따라서 교회는 좋은 나라 영육 간에 아울러 참으로 행복한 나라를 만들기 위해 좋은 정치가들을 길러야 하고 경제를 발전시키기 위해, 기타 모든 삶의 분야의 인재를 양성하는 일에 열심을 내어야 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이런 인재들을 양성하여 하나님 나라를 확장시키는 일의 주역인 교회의 담임목사는 이 땅에서 가장 위대한 과업을 수행하는 직분인 것이다. 이제 모든 기독인들은 정말로 좋은 나라를 디자인하는 마음으로 나랏일을 걱정하였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