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장 예수님의 선교적 교회론

교회의 주인이신 예수님은 교회에 관해서 “어떻게 말씀하고 계신가?” 또한 교회에 대해 이 시대의 교회 지도자들에게 “어떤 교훈을 주시고 있는가?” 이러한 질문들의 답을 찾는 과정이 교회의 방향성을 결정하는 중요한 작업이 될 것이다. 물론 예수님께서 ‘선교적 교회’라는 용어를 사용하신 적은 없다. 그러나 예수님의 교회에 관한 전반적인 가르침 속에서 우리는 ‘선교적 교회’에 대한 교훈을 충분히 찾아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교회는 하나님의 영원한 계획과 목적을 따라 예수님의 구속의 은총의 기초 위에 설립된 하나님의 가장 놀라운 작품이며 영적 공동체이다. 따라서 이 세상의 그 어떤 정치 세력이나 종교 조직이라도 하나님 의도하시고 이끌어 가시는 교회를 세울 수 있는 권한은 없다. 이 세상의 종교 조직은 인간의 어떤 자원이나 힘을 사용하여 교회와 겉보기에 유사한 종교 단체를 세울 수는 있을지 몰라도 교회는 오직 하나님의 주권적인 뜻으로만 세워질 수 있는 공동체이다.

예수님은 가이사랴 빌립보에서 “주는 그리스도시요 살아계신 하나님의 아들이라”는 베드로의 고백을 들으시고 놀라운 약속을 그에게 주셨다. 그것은 지상 위에 교회를 설립하시겠다는 약속이었다. 우리 주님은 베드로에게 “내가 이 반석 위에 내 교회를 세우리니 음부의 권세가 이기지 못하리라”고 하셨다. 바로 이 말씀 속에서 우리 주님은 ‘교회’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하신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예수님의 이 약속의 말씀을 통해 교회에 관한 중요한 몇 가지 교훈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1. 교회 설립의 권위

예수님이 보여주신 교회론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관점은 “교회를 설립하는 ‘권위’(authority)가 누구에게 있는가?”라고 하는 것이다. 예수님께서 친히 “내 교회를 세우리라”(οικ̀ οδομήσω μου τὴν ὲκκλησίαν)고 말씀하실 때 ‘교회’라는 단어 앞에 일인칭 소유격 대명사를 사용하셨다. 이것은 강조하는 의미로 사용된 것이다. 다시 말하면 교회를 설립하는 권세가 오직 한 분 예수님께만 속하여 있음을 보여주신 것이다. 따라서 이 세상에 “교회를 내 것이라”고 그 소유권을 주장하실 수 있는 분은 오직 한 분 예수님뿐이다. 어떤 개인이나 혹은 종교 단체에 교회 설립에 관한 권세를 위임하여 주신 일이 없다. 오직 예수님만이 교회 설립의 권세를 가지고 있으며, 따라서 교회의 소유권도 전적으로 주님께 속하여 있다. 우리가 ‘교회론’을 다루면서 이 사실을 처음부터 선명한 원칙으로 가지고 있어야 문제가 없다. 교회는 인간의 어떤 아이디어나 신학적 디자인으로 세워지는 공동체가 아니다. 오직 주님의 생각과 주권으로 세워지는 공동체이다.

따라서 만일 어떤 종교 조직이나 단체가 교회 설립의 권세를 주장하거나 어떤 방식으로든지 교회의 소유권을 주장하려고 하면 심각한 문제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오늘날 많은 지상 교회가 본질적인 정체성을 상실하고 종교 단체의 모습만 유지한 채 심각한 문제 속에 휘말리는 이유가 무엇인가? 그 이유는 다양하게 보이지만 깊이 들어가 보면 중요한 하나의 원칙이 무너져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주님만이 세우실 수 있는 교회를 사람이 세우려고 하고, 주님의 소유인 교회를 어떤 종교 조직이나 사람들이 그 소유권을 주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종교 단체나 사람이 세운 교회이기에 그런 교회는 하나님의 말씀으로 움직이지 않고 사람의 뜻이나 야망으로 이끌어 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사도 바울은 예수님과 교회의 관계성을 다루면서 예수님은 “몸인 교회의 머리”라고 표현하였다. 여기서 우리는 기독론과 교회론이 유기적인 관계성을 갖고 밀접하게 만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교회가 자신의 정체성을 찾는데 어려움을 당하고 있는 것은 기독론이 무너져 있거나 그 연결성이 단절되어 있기 때문이다. 교회론은 기독론과 혼동되어서는 안 되지만 이 두 개념은 정확하게 연결되어야 교회의 정체성이 분명하게 드러난다. 예수님에 대한 정확한 신앙고백이 무너져 있는 곳에는 더 이상 주님의 교회가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정확하게 말하면 예수님과 관계없는 교회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으며 존재할 수도 없다. 예수님이 교회의 주인이신 것을 확실하게 인식하고 고백하지 않는 공동체는 외관상 교회처럼 보여도 단지 종교 단 체나 종교조직에 불과하게 될 것이다. 사도 바울은 예수님을 ‘교회의 머리’라고 표현하였다. 교회의 수장이 그 누구도 아니고 예수님이신 것을 확실하게 고백하고 있는 것이다. 사도 바울이 예수님을 ‘교회의 머리’라고 표현한 것은 교회를 구성하고 있는 모든 지체들이 교회의 수장이신 예수님의 뜻을 철저하게 받들 수밖에 없는 공동체임을 강조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교회를 세우신 우리 주님께서 “교회를 향해 간절히 원하시는 뜻은 무엇인가?” 또 “주님이 교회를 통해 이루어 가시기를 원하시는 목적은 무엇인가?” 요한복음에 보면 십자가의 고난을 당하시기 전 예수님은 제자들을 향하여 “아버지께서 나를 세상에 보내신 것같이 나도 저희를 세상에 보냈다”고 하셨다. 또한 부활 이후에도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나타나셔서 동일한 말씀을 하셨다. “아버지께서 나를 보내신 것같이 나도 너희를 보내노라”고 하신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말씀 속에서 십자가 고난을 받으시기 이전이나 또한 죽음을 이기시고 부활하신 이후에 예수님께서 교회의 본질적인 사명에 대해 동일하게 주신 교훈이 있음을 볼 수 있다. 그것은 교회를 “세상에 보내신다”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주님께서 보여 주신 ‘선교적 교회’의 기원을 발견할 수 있다. “너희를 보내노라”라고 하신 말씀은 단지 주님의 제자들을 보내시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장차 주님께서 제자들을 통해 세우실 교회 공동체를 세상에 보내심을 의미한다고 본다.

여기 주님께서 말씀하신 ‘보낸다’는 말은 헬라어로 ‘아포스텔로’(ὰποστελλω)는 어떤 특정한 목적을 위해 누군가를 공적으로 보내는 행위를 의미한다. 교회의 머리되신 주님께서는 특별한 사명을 위해 교회를 세상 속으로 보내신 것이다. 그렇게 파송 받은 사람을 ‘아포스토로스’(ὰπόστολος)라고 한다. 이 단어로부터 해석의 ‘사도성’(apostolicity)이라는 단어가 유래하였다. ‘사도성’을 해석하는 흐름은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하나는 ‘사도성’을 교회의 직분과 연결시키는 해석이고, 또 하나는 ‘사도성’을 교회의 직분과는 관계없는 것으로 보는 해석이다. 카톨릭 교회와 동방 교회는 ‘사도성’을 말할 때 교회의 직분을 ‘사도성’과 연결시켜 ‘사도적 전승의 교리’(the doctrine of apostolic succession)를 주장한다. 다시 말하면 동방 교회는 주교의 직분이 사도와 연결되어 있다고 보고 있으며, 카톨릭 교회는 이 사도성을 사도 베드로의 계승자로서의 교황을 인식하고 있으며 사도적인 전통의 수호자로 보고 있다. 그러나 개혁교회의 전통은 ‘사도성’을 사도적인 선포의 개념으로 해석한다. 마이클 호튼(Michael Horton)은 ‘사도성’에 대해 “교회가 사도적이라고 말하는 것은 단지 교회가 사도들로부터 유래한 오래된 전통에 속하여 있다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께서 사도들에게 위임하여 주신 선교에 참여하는 것을 뜻한다”고 하였다. ‘사도성’을 교회가 가지고 있는 선교적인 특징, 혹은 선교적 위임의 관점에서 해석하고 있는 것이다.

예수님이 생각하시는 교회를 향한 원천적인 디자인은 처음부터 세상으로 보내심을 받은 ‘선교적 공동체’라는 것이다. 이것이 교회의 머리로써 교회를 다스리시는 주님의 확고한 뜻이다. 따라서 이 시대의 교회가 교회의 설립자 되시고 수장이 되신 예수님의 뜻을 정확하게 받들어 나간다면 교회는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가? 교회는 단지 자신의 조직을 유지하거나 자신의 종교적 세력의 확장을 위해 존재하는 공동체로 끝나서는 안 된다. 교회는 세상을 향해 보내심을 받아 끊임없이 세상 속으로 들어가서 빛의 사명을 다해야 하는 ‘선교적 공동체’이어야 한다. 이것이 주님께서 세상에 교회를 세우신 계획이며 목적이다. 이 세상에서 교회 공동체의 불행은 언제 시작되는가? 예수님께서 교회의 머리되심을 거부하고 인간의 뜻이나 야망이 교회를 이끌어 갈 때 시작된다. 이런 교회는 단지 인간의 야망을 위해 존재하는 종교 단체에 불과하다. 이런 교회는 예수님께서 처음부터 교회를 향해 주신 ‘선교적 교회’의 모습을 상실한 채 인간의 이기적인 세속적 야망을 위한 단체로 존재하게 될 뿐이다.

아무리 교회가 외형상 크고 사람이 많이 모인다 할지라도 교회가 세상으로 보내심을 받은 ‘선교적 공동체’로서의 자기 정체성을 갖지 못한다면 그런 교회는 커지면 커질수록 섬기는 종의 모습이 아니라 이 세상에 사람들 가운데 군림하는 모습으로 나타나게 된다. 또한 그런 교회는 더 이상 진정한 교회가 될 수 없고 많은 사람들에게 큰 고통과 상처를 주는 종교 단체에 불과하게 될 것이다. 그런 교회 안에는 종교 조직과 세력을 확장하기 위한 방법과 그에 따른 경영 마인드에 기초한 하드웨어를 추구하는 종교 단체가 존재할 뿐이다.